나경원 '해임'에 친윤·비윤 갈라지는 與…"도 넘어"vs"대역죄냐"

'친윤' 장제원, 羅 겨냥 "친윤 위장한 비겁한 반윤"
'비윤' 김웅, "당대표 나오겠단 게 대역죄냐"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장고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충북 단양군 천태종 본산 구인사를 찾아 총무원장 무원스님과 대화하고 있다. (구인사 제공) 2023.1.13/뉴스1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나경원 전 의원을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전격 해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당 내 목소리가 '친윤(친윤석열)계'와 '비윤(비윤석열)계' 두 갈래로 갈라지는 모양새다.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향해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이라고 비판한 반면, 비윤계는 "당대표 나오겠다는 것이 무슨 대역죄냐"며 반발했다.

대표적인 친윤계 장제원 의원은 이날 오후 해임 소식이 발표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익을 위해 세일즈 외교를 나가시는 대통령의 등뒤에다 대고, 사직서를 던지는 행동이 나 전 의원이 말하는 윤 대통령과 윤 정부를 위하는 길이냐"며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다루는 공직자가 그 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대통령을 가장 위하는 척 하는 위선적 태도에 할말을 잃는다"며 "오로지 자기 정치만 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장 대통령을 위하는 것처럼 고고한 척하는 행태는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당신 당신 하는데 허구한 날 윤핵관, 윤핵관 하는 유승민 이준석과 뭐가 다르냐. 이런 행태는 대통령을 저격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당에 분탕질을 하는 사람은 이준석, 유승민으로 족하다. 대통령을 위하는 척 하며 반윤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은 전형적인 약자 코스프레 하고 있다. 마치 박해를 받아 직에서 쫒겨 나는 것처럼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자하나 툭 보내 자리를 집어 던지는 태도는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망각한 처사"라고 했다.

그는 말미에 "나경원이라는 바위가 윤석열 정부라는 역사의 큰 강물을 막아도 그 강물은 바다를 향할 것"이라며 나 의원이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인용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 그래서 제2의 유승민은 당원들이 거부할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을 저격했다.

장제원 신임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2022.12.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반면 비윤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난 2019년 자신이 겪은 일을 소개하며 나 전 의원을 옹호하는 글을 남겼다.

김 의원은 "2019년 저는 대검찰청 형사정책단장으로 수사권조정 때문에 국회를 자주 다녔다는데 조국이 추진하는 수사권조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다, 민주당 의원들과 모처로부터 천대와 협박도 많이 받았다"며 "그때 가장 친절하게 이야기를 들어준 분이 바로 나경원 대표와 오신환 대표였다"고 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결국 그해 4·26 선거법 개악과 수사권조정, 공수처 설치 등을 밀어붙였다"며 "지금 나 대표하면 따라다니는 '빠루' 이미지도 실상은 전혀 다르다. 빠루를 동원한 것은 민주당"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 날 나 대표가 '이런 흉기까지 들고 날치기를 했다'라고 외쳤는데, 당시 민주당과 좌파언론이 마치 나 대표가 빠루를 들고 온 것처럼 몰아갔다"며 "몸이 불편한 딸의 치료비를 1억 피부과로 몰아가는 등 민주당은 인간으로서 차마 하기 어려운 잔인한 이미지 조작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대통령실에서 나 전 대표를 해임했다는 소식을 접하니 민주당과 열심히 싸우던 나경원 대표의 과거 모습이 떠오른다"며 "그런 나대표가 당대표 한 번 나오겠다는 것이 무슨 대역죄냐"고 꼬집었다.

또다른 비윤계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기후변화대사직은 사의 표명도 안 했는데 해임을 해버렸다. 대통령실이 깊은 고민 끝 내린 결론일 것이라 생각하며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이제 나 전 의원의 선택만 남았다. 더 이상 이번 전당대회의 초점이 당의 비전과 가치가 아닌 특정 인사들의 출마 여부에 쏠리지 않도록 조속히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윤핵관들도 더 이상 대통령의 이름을 팔아 갈라치기로 당내 분열을 조장하지 말라"며 "전당대회에 출마하고자 하는 모두가 오로지 국민과 대통령을 위한 충정으로 집권여당의 미래에 대해 건설적인 고민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잠시 뒤 다시 페이스북에서 장제원 의원이 올린 글을 겨냥해 "윤핵관 말 안 듣는다고 곧바로 선배 정치인에다 대고 악담을 퍼븟는 장 의원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냐"고도 썼다.

그는 "지금 당이 친윤이니 비윤이니 반윤이니 갈려서 아사리판이 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윤핵관들의 호가호위 때문 아니냐"며 "제발 프레임 좀 그만 잡아달라. 단지 윤핵관 핵심인 장 의원님 마음에 안 드니 분탕질이니 반윤이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 윤 대통령이 오로지 윤핵관들만을 위한 대통령이냐"고 덧붙였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대리인을 통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나 전 의원은 직후 페이스북에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드린다.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친윤계를 저격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이어 2019년 12월 당시 자신의 발언을 거론하며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를 지키고,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갑니다', 2019년 12월, 우리 당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나야만 했을 때 제가 국민들께, 우리 당원들께 드렸던 말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뜻과 마음은 지금도 그대로"라며 "잠깐의 혼란과 소음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를 가리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전대 출마 의지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한편 대통령실은 그간 나 부위원장의 사의(辭意) 표명을 두고, 정식으로 사직서를 내지 않아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자, 반나절만에 사직서를 재가하지 않은 채 나 전 의원을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전격 해임했다.

buen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