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나경원 전격 해임' 왜?…"등뒤에 사직서 던지는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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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뉴시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대한불교 천태총 총본산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 총무원장인 무원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경내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대한불교 천태종 제공) 2023.1.13. *재판매 및 DB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을 모두 해임했다. 거듭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나 전 의원이 당 대표 출마 여지를 남기면서 사의 표명을 분명히 하자 장관급 정무직 자리를 모두 거둬들인 것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13일 용산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은 오늘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나 전 의원의 사의 표명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던 분위기와 완전히 달라졌다.

김 수석은 "신임 저출산위원회 부위원장에는 김영미 동 위원회 상임위원을, 그리고 신임 기후환경대사에는 조홍식 서울대 로스쿨 교수를 내정했다"며 "김영미 신임 부위원장은 저출산과 고령화사회 문제, 그리고 사회복지 분야에 대해 촉망받는 학자이고, 조홍식 신임 기후환경대사는 탄소 중립과 환경 정책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분이다. 두 내정자는 다음 주에 총리 주재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서 대통령께서 순방 중인 UAE에서 재가하는 것으로 정식 임명 절차를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이 이날 사의 표명을 재차 분명히 하자 확실히 선을 긋는 쪽으로 대응이 달라졌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대리인을 통해 저출산고령사회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문자 메시지 등으로 사의를 밝혔지만 이제는 공식 서류로 사퇴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본인의 페이스북에서는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를 지키고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며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칠곡할매글꼴'을 만든 주인공인 칠곡 할머니 다섯 분을 초청, 할머니들이 작성한 대통령실 방명록에 화답 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1.12. *재판매 및 DB 금지

이는 소위 '윤심'을 따라 나 전 의원이 당 대표 도전을 접을 것이라는 정치권의 예상을 벗어난 반응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나 전 의원의 고민이 길어지자 대통령실이 단호한 입장을 드러내는 쪽으로 선회했다. 나 전 의원이 맡고 있는 장관급 자리 2개를 모두 정리함으로써 대통령실의 인식을 밝히는 수순이다. 나 전 의원은 저출산 문제 해법으로서 아이를 낳을 때마다 주택 대출 이자 탕감과 원금 탕감을 해주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가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비록 아이디어 차원이더라도 윤석열 정부의 정책방향과 전혀 맞지 않는 발언을 해 혼선을 야기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시각이었다. 이 과정에서 나 전 의원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현하는 대통령실 측의 입장이 흘러나왔고 논란이 커졌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나 전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익을 위해 세일즈 외교를 나가시는 대통령의 등뒤에다 대고 사직서를 던지는 행동이 나경원 전 의원이 말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를 위하는 길인가"라며 "오로지 자기 정치만 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장 대통령을 위하는 것처럼 고고한 척하는 행태는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수일째 나 전 의원의 거취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껴온 대통령실이 전격 해임에 나섰다는 건 강한 불쾌감을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그동안은 자칫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통령실이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 대응을 자제해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장관급 정무직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행동은 국민을 위해서도 예의가 아니다"며 "불필요한 논란은 빠르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