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서울시·경찰 수장, 문책 불가”… 73일 수사 ‘용두사미’ [특수본 ‘이태원 수사’ 종결]

조희연 2023. 1. 13. 18:4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사 결과·정치권 반응
이상민 장관·오세훈 시장 무혐의
윤희근 경찰청장 내사 종결 처리
“다중운집 주의 의무 없다” 판단
꼬리자르기 비판 피하기 어려워
유족 “이해되지 않는다” 아쉬움
檢 수사 ‘윗선’ 책임 물을지 관심
與 “법리에 따른 제대로 된 수사”
野 “李장관 문책 방안 강구해야”

이태원 참사를 수사해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11월2일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꼬리자르기’식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윗선 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손제한 특수본부장은 13일 서울 마포청사에서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기관인 경찰, 구청,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에서 2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며 “이 중 혐의가 중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6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17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박준영 금오공과대학교 교수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특별수사본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인구밀집도 변화에 따른 압사 위험성 등 사고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수본은 이 장관과 오 시장은 무혐의 처분하고, 윤 청장은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하기로 했다. 특수본이 신병을 구속한 최고위급은 행정조직에서 박 구청장, 경찰조직에서는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이다.

참사 직후부터 행안부와 서울시, 경찰의 수장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수사결과에서 이들은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주의의무가 없다’며 면죄부를 받았다. 행안부는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대규모 인명피해를 예견하거나 회피할 가능성이 없었다는 게 특수본 설명이다.

특수본은 서울시 또한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없고 용산구청의 과실에 대한 구체적인 감독책임을 묻기도 어렵다고 봤다. 경찰청에 대해서도 법령상 특정지역의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가 자치경찰사무이기 때문에 경찰청장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수본이 출범 73일 만에 해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보강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무혐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불송치 위법·부당 이유서’를 첨부해 특수본에 재수사를 요구하거나, 아예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수사팀을 꾸린 뒤 지난 10일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서울경찰청·경찰청을 포함해 10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송치사건을 보강하는 단계에서 이 같은 대규모 동시다발 압수수색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특수본이 이미 여러 차례 압수수색한 곳을 다시 압수수색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자체 수사를 벌이기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가족들은 이날 공개된 특수본 수사결과에 대해 “500명이나 되는 거대조직으로 이 정도밖에 수사를 못 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와 이정민 부대표는 이날 서울서부지검에 피해자 진술을 위해 출석하면서 “특수본이 처음 수사를 맡았을 때 ‘가족이 가족을 수사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면서 “(특수본이) 김광호 서울청장에 대해 선을 그을 것으로 예상했고, 역시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시장 등 관련자 소환조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본 수사에서 부족하고 미진했던 부분을 검찰에서 더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은 특수본 수사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리에 따라 제대로 한 수사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검찰에 송치된 후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을 기만하는 ‘셀프 면죄부 수사’, ‘일선 책임 떠넘기기 수사’였다”고 혹평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이상민 장관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않았다”며 “이 장관이 그 자리에 있는 한 현 정부 고위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끝내 현실이 됐다”고 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무리 예견된 결과라 해도 수많은 인력과 예산을 들여 하나 마나 한 수사 결과를 내놓은 특수본에 분노를 느낀다”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조희연·배민영·유지혜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