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Pick]산업의 쌀, 반도체 전쟁
박찬은 2023. 1. 13. 18:39
미래의 먹거리이자 무기, 반도체
필자는 2019년 H사 자동차를 구입했다. 당시 직원분이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2주 안에 자동차를 인도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10일 뒤에 자동차를 인도받았다. 그러다 4달 전에 스마트 키 한 개를 분실했다. 필자는 H사, 서비스센터, 공업사, 정비업소 등에 모두 전화를 했지만 “반도체 공급이 늦어서 지금은 없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필자는 아직도 스마트 키를 구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놀란 것이 있다.
바로 자동차 출고 대기 기간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인기 차종의 출고 대기 기간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차종은 20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계약하고 군대 갔다 오면 자동차를 받는 것이다. 다른 자동차 역시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다. 해서 요즘은 ‘자동차 리셀러’도 등장했다. 신차를 받고 이를 중고차 시장에서 몇백만 원의 프리미엄을 받는다고 한다. 명품시장에만 있는 리셀러가 자동차 시장에도 해당되는 셈이다.
이는 반도체 난의 여파이다.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난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미 자동차는 기계제품이 아니다. 엔진과 동력장치, 프레임 등만으로 움직이던 ‘원시적인 형태’는 이미 과거의 자동차이다. 지금의 자동차는 전자 제품이다. 특히 자율주행, 안전장치, 편의 사양, 성능 제어 등에서 전자, 특히 반도체 필요성은 더욱 확대되었다.
반도체의 설계, 생산, 유통은 세계 각국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즉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반도체 전쟁’은 시작되었다. ‘반도체 전쟁’의 시발점과 중심은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7월 ‘반도체와 과학법’을 만들고 10월 ‘대(對)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도 발표했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시작점은 아니다. 이미 오바마 정부를 시작으로 트럼프 대통령 때 노골화된 정책을 바이든 대통령이 정교하게 액션에 옮기는 것이다.
‘반도체와 과학법’은 한마디로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만들면 보조금을 지원하고 세액 감면 등을 통해 투자금의 25%를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무려 약 2800억 달러, 한화 400조 원의 거대한 규모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시에 170억 달러, SK는 22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정부가 약속한 인센티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와 과학법’, 이 법에는 ‘미국 정부의 인센티브를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의 국가에 첨단 반도체 기술이 적용되는 시설을 추가로 지을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 특히 삼성과 SK하이닉스에 직격탄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의 공장에 첨단 설비를 설치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출하량의 약 4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물론 예외 규정과 1년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반도체 공정은 장기간의 설비와 시설 투자가 필요해 유예기간 1년은 사실 유명무실하다.
게다가 미국은 반도체 제조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사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 기업은 네덜란드 회사이지만 미국의 통제가 가능한 것은 이 회사의 원천 기술을 미국이 갖고 있기에 가능하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과 포위망은 치밀해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 및 동맹국의 반도체 회사들이 중국에 반도체 제조 장비, 소프트웨어는 물론 슈퍼 컴퓨터, 인공지능에 관련된 반도체 수출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덜란드와 반도체 장비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일본의 동참을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확대를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발표해 이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제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칩CHIP4’ 또는 ‘팹FAB4’ 동맹, 즉 미국과 한국, 대만, 일본이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이다. 물론 그 대척점은 중국이다. 아직 칩4의 구체적 실행 계획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만약 칩4 동맹이 가시화될 경우 그 위력은 상당할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장비 및 원천기술에서 압도적 우위를, 한국은 메모리 생산과 파운드리,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TSMC가 있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분야의 강자이다. 이 네 나라가 ‘반도체 동맹’을 형성하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사실 우리의 입장은 곤혹스럽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최대 수입국이다. 2021년 한국의 반도체 수출 중 중국 비율은 약 39.7%이다. 이는 약 502억 달러 정도로, 홍콩을 통한 수출 약 266억 달러를 포함하면 엄청난 규모이다. 중국에 대한 규제에 선뜻 동참하기에는 중국의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기술과 시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을 선택하면 중국 시장을 놓쳐야 하고, 중국을 선택하면 반도체 원천기술 사용에 제한을 받는다는 뜻이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시장은 추후에도 개척이 가능하지만 기술을 등졌을 때는 모든 것을 잃는다는 의견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현명한 방법은 수출 다변화, 비메모리 확대 등으로 우리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뿐이다. 미국은 왜 중국과 반도체 전쟁을 시작할까. 물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우주 개발을 비롯해 경제, 군사적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남중국해, 대만 등에서 중국은 미국과 부딪치고 있다. 중국은 14억 명의 엄청난 소비 시장과 생산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다투는 강대국이 되었다. 물론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른바 ‘중국제조 2025 전략’처럼 반도체 원천 기술 확보가 꼭 필요하다.
‘중국제조 2025전략’은 2025년까지 핵심 소재 부품 등의 70%를 자급자족하고 2025년에 일본, 2035년에 독일을 넘어서고 2045년에 미국을 추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기계, 장비, 석유, 자동차, 조선, 드론 등 각 분야에서 세계의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 이 전략의 화룡점정은 반도체 원천 기술이다. 중국은 천문학적 금액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고 수천 개의 연구소, 회사를 지원했다. 해외 전문가를 고액 연봉으로 유치하고 R&D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이제 토대를 마련하려는 중국이 더 이상 반도체 및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반도체는 전자, 통신 등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는 첨단 기술 개발과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우주 개발 등 그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미래 산업의 쌀’이기 때문이다. 2020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약 15.9% 수준이다. 또한 미국의 규제로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반도체 기업 후젠진화, SMIC 등이 타격을 입어 전문가들은 2025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 수준은 18% 선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4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개발한 에니악의 시스템은 1만9000개 진공관의 50톤의 무게와 엄청난 열을 발생했다. 트랜지스터가 등장, 전자제품의 크기는 작아지고, 보다 정확하고 다양한 기능을 실현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트랜지스터 또한 완벽한 대체품은 아니었다. 수많은 트랜지스터와 전자부품을 서로 연결해야만 다양한 기능을 가진 하나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 제품이 복잡해질수록 연결해야 하는 부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1958년, 미국 TI의 기술자 잭 킬비는 트랜지스터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고안하여 여러 개의 전자부품(트랜지스터, 저항, 축전기)을 한 개의 작은 반도체 속에 집어넣은 집적회로IC를 발명했다. 실리콘의 평면상에 차곡차곡 필름을 인화한 것처럼 쌓아놓은 것으로, ‘모아서 쌓는다, 즉 집적한다고 하여 IC라는 이름이 붙었다.’(인용: 『친절한 과학 사전 물리 편』(신우철 지음/북카라반 펴냄))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구분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가 35%를, SK하이닉스, 일본 키옥시아가 뒤를 잇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전혀 다른 것이 시스템 반도체이다. 시스템 반도체 생산은 삼성전자와 같이 반도체 공정이 수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회사 즉 주로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Fabless에서 위탁 생산을 맡기면 이를 주로 생산하는 것이 바로 파운드리Foundry이다. 이 팹리스 분야의 강자는 미국의 엔비디아, 애플, 퀄컴 등이다. 파운드리 업체 강자는 대만의 TSMC로 세계 시장 점유율 54%로 압도적이다.
지난해 11월 산업연구원의 ‘반도체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 국가별 반도체 산업 종합 경쟁력 순위가 나와 있다. 1위는 미국 96, 대만 79, 일본 78, 중국 74, 한국 71, EU가 66이다. 미국은 시스템 반도체 99, 메모리 반도체 91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에서 강점을,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는 87점이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63점으로 낮다.
특히 반도체 장비 분야는 한국에게는 높은 벽이다. 이는 원천기술이며 그 장벽은 상당히 높다. 장비 생산업체들은 미국, EU, 일본의 독점이다. 미국 어플라이드매터리얼즈, 램 리서치, KLA, 네덜란드 ASLM, 일본 도쿄 일렉트론이 전 세계 80%를 장악하고 있다. 세계 10위까지 반도체 장비 회사 국가별 분포는 미국과 일본이 4개, EU 2개이다. 한국의 반도체 장비 자급율은 현재 약 20% 수준이다.
반도체 생산에서 필요한 것은 설계와 제조, 후공정, 장비, 소재 등이다. 중국의 약한 부분이 바로 장비 부문이다. 반도체는 산화, 열처리, 화학적 증착, 노광, 식각, 분자 주입, 물리적 증착, 연마, 세척 등을 거친다. 특히 공정은 초정밀하게 이뤄지며 이는 검사를 하게 되어 있다. 수율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검사 역시 초정밀 기계를 이용한다. 즉 미국과 유럽 반도체 장비가 없으면 중국의 반도체 생산은 사실 스톱되는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측량장비 생산기업 KLA가 중국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미국의 압박이 중국의 약한 고리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수출은 일본, 미국, 네덜란드가 1위에서 3위를, 수입은 중국, 대만, 한국으로 나타났다. 일본 321억 달러, 미국 284억 달러, 네덜란드 201억 달러 규모이다. 수입은 중국 386억 달러, 대만 298억 달러, 한국 250억 달러이다. 이는 반도체 설계 및 소프트웨어, 반도체 설계 자산은 미국과 일본이, 일본은 소재, 부품, 장비 즉 ‘소부장’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서 전문가들은 반도체 생산 단계별 부가가치의 약 40%를 앞으로 미국이 갖고 갈 것이라고 분석한다.
각국은 반도체 전쟁에 총력전이다. 일본도 미국과 공동으로 반도체를 개발해 한국과 대만에 뺏긴 시장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연구센터,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 유치, 희토류 등 소재 확보 등에 추경 예산을 배정했다. 또한 특정중요물자 즉 특정 국가에 의존했다가 공급망이 흔들리면 자국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물자로 반도체 외에 축전지, LNG, 생산용 로봇 등을 지정했다. 또 대만 TSMC의 구마모토 공장 건설에 약 4조6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도 거의 천문학적 금액을 반도체 산업 육성에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 역시 반도체 산업이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밖에 대만의 TSMC는 420억 달러, 인텔이 270억 달러를 투자하고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평택에 약 170조 원이 투자되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제 반도체는 산업혁명을 이끈 석탄, 3차 산업혁명의 석유보다 더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반도체 원천 기술, 제조 능력 그리고 소부장의 유무가 한 국가의 존망을 가르는 생존 기술이 되었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 변화하는 세상으로 달리는 ‘반도체 기술’이라는 기차에 올라타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글 권이현(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3호 (23.01.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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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전쟁 중이다. 이 전쟁은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정도로 긴박하고 위협적이다. 바로 반도체 전쟁이다. 이미 시작된 ‘반도체 공급망’ 전쟁의 중심은 미국이고 그 상대는 중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7월 ‘반도체와 과학법’을 제정하고 10월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반도체를 무기로 중국의 기술과 군사 및 경제력을 통제하겠다는 의지이다.
반도체 전쟁, 이미 시작되었다
필자는 2019년 H사 자동차를 구입했다. 당시 직원분이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2주 안에 자동차를 인도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10일 뒤에 자동차를 인도받았다. 그러다 4달 전에 스마트 키 한 개를 분실했다. 필자는 H사, 서비스센터, 공업사, 정비업소 등에 모두 전화를 했지만 “반도체 공급이 늦어서 지금은 없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필자는 아직도 스마트 키를 구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놀란 것이 있다.
바로 자동차 출고 대기 기간이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인기 차종의 출고 대기 기간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차종은 20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계약하고 군대 갔다 오면 자동차를 받는 것이다. 다른 자동차 역시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다. 해서 요즘은 ‘자동차 리셀러’도 등장했다. 신차를 받고 이를 중고차 시장에서 몇백만 원의 프리미엄을 받는다고 한다. 명품시장에만 있는 리셀러가 자동차 시장에도 해당되는 셈이다.
이는 반도체 난의 여파이다.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난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미 자동차는 기계제품이 아니다. 엔진과 동력장치, 프레임 등만으로 움직이던 ‘원시적인 형태’는 이미 과거의 자동차이다. 지금의 자동차는 전자 제품이다. 특히 자율주행, 안전장치, 편의 사양, 성능 제어 등에서 전자, 특히 반도체 필요성은 더욱 확대되었다.
반도체의 설계, 생산, 유통은 세계 각국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즉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반도체 전쟁’은 시작되었다. ‘반도체 전쟁’의 시발점과 중심은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 7월 ‘반도체와 과학법’을 만들고 10월 ‘대(對)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도 발표했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시작점은 아니다. 이미 오바마 정부를 시작으로 트럼프 대통령 때 노골화된 정책을 바이든 대통령이 정교하게 액션에 옮기는 것이다.
‘반도체와 과학법’은 한마디로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만들면 보조금을 지원하고 세액 감면 등을 통해 투자금의 25%를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무려 약 2800억 달러, 한화 400조 원의 거대한 규모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시에 170억 달러, SK는 22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정부가 약속한 인센티브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와 과학법’, 이 법에는 ‘미국 정부의 인센티브를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의 국가에 첨단 반도체 기술이 적용되는 시설을 추가로 지을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 특히 삼성과 SK하이닉스에 직격탄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의 공장에 첨단 설비를 설치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출하량의 약 4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물론 예외 규정과 1년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반도체 공정은 장기간의 설비와 시설 투자가 필요해 유예기간 1년은 사실 유명무실하다.
게다가 미국은 반도체 제조에 꼭 필요한 극자외선,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사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이 기업은 네덜란드 회사이지만 미국의 통제가 가능한 것은 이 회사의 원천 기술을 미국이 갖고 있기에 가능하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과 포위망은 치밀해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 및 동맹국의 반도체 회사들이 중국에 반도체 제조 장비, 소프트웨어는 물론 슈퍼 컴퓨터, 인공지능에 관련된 반도체 수출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네덜란드와 반도체 장비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일본의 동참을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확대를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발표해 이를 통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제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몽 ‘중국제조 2025’를 저지하라
칩CHIP4’ 또는 ‘팹FAB4’ 동맹, 즉 미국과 한국, 대만, 일본이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이다. 물론 그 대척점은 중국이다. 아직 칩4의 구체적 실행 계획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만약 칩4 동맹이 가시화될 경우 그 위력은 상당할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장비 및 원천기술에서 압도적 우위를, 한국은 메모리 생산과 파운드리,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TSMC가 있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분야의 강자이다. 이 네 나라가 ‘반도체 동맹’을 형성하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사실 우리의 입장은 곤혹스럽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최대 수입국이다. 2021년 한국의 반도체 수출 중 중국 비율은 약 39.7%이다. 이는 약 502억 달러 정도로, 홍콩을 통한 수출 약 266억 달러를 포함하면 엄청난 규모이다. 중국에 대한 규제에 선뜻 동참하기에는 중국의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기술과 시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미국을 선택하면 중국 시장을 놓쳐야 하고, 중국을 선택하면 반도체 원천기술 사용에 제한을 받는다는 뜻이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시장은 추후에도 개척이 가능하지만 기술을 등졌을 때는 모든 것을 잃는다는 의견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현명한 방법은 수출 다변화, 비메모리 확대 등으로 우리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뿐이다. 미국은 왜 중국과 반도체 전쟁을 시작할까. 물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우주 개발을 비롯해 경제, 군사적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남중국해, 대만 등에서 중국은 미국과 부딪치고 있다. 중국은 14억 명의 엄청난 소비 시장과 생산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다투는 강대국이 되었다. 물론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른바 ‘중국제조 2025 전략’처럼 반도체 원천 기술 확보가 꼭 필요하다.
‘중국제조 2025전략’은 2025년까지 핵심 소재 부품 등의 70%를 자급자족하고 2025년에 일본, 2035년에 독일을 넘어서고 2045년에 미국을 추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기계, 장비, 석유, 자동차, 조선, 드론 등 각 분야에서 세계의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 이 전략의 화룡점정은 반도체 원천 기술이다. 중국은 천문학적 금액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고 수천 개의 연구소, 회사를 지원했다. 해외 전문가를 고액 연봉으로 유치하고 R&D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이제 토대를 마련하려는 중국이 더 이상 반도체 및 첨단 기술 분야에서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반도체는 전자, 통신 등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는 첨단 기술 개발과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우주 개발 등 그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미래 산업의 쌀’이기 때문이다. 2020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약 15.9% 수준이다. 또한 미국의 규제로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반도체 기업 후젠진화, SMIC 등이 타격을 입어 전문가들은 2025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 수준은 18% 선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래 산업의 쌀, 반도체는 무엇인가
‘194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개발한 에니악의 시스템은 1만9000개 진공관의 50톤의 무게와 엄청난 열을 발생했다. 트랜지스터가 등장, 전자제품의 크기는 작아지고, 보다 정확하고 다양한 기능을 실현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트랜지스터 또한 완벽한 대체품은 아니었다. 수많은 트랜지스터와 전자부품을 서로 연결해야만 다양한 기능을 가진 하나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 제품이 복잡해질수록 연결해야 하는 부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1958년, 미국 TI의 기술자 잭 킬비는 트랜지스터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고안하여 여러 개의 전자부품(트랜지스터, 저항, 축전기)을 한 개의 작은 반도체 속에 집어넣은 집적회로IC를 발명했다. 실리콘의 평면상에 차곡차곡 필름을 인화한 것처럼 쌓아놓은 것으로, ‘모아서 쌓는다, 즉 집적한다고 하여 IC라는 이름이 붙었다.’(인용: 『친절한 과학 사전 물리 편』(신우철 지음/북카라반 펴냄))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구분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가 35%를, SK하이닉스, 일본 키옥시아가 뒤를 잇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전혀 다른 것이 시스템 반도체이다. 시스템 반도체 생산은 삼성전자와 같이 반도체 공정이 수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회사 즉 주로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Fabless에서 위탁 생산을 맡기면 이를 주로 생산하는 것이 바로 파운드리Foundry이다. 이 팹리스 분야의 강자는 미국의 엔비디아, 애플, 퀄컴 등이다. 파운드리 업체 강자는 대만의 TSMC로 세계 시장 점유율 54%로 압도적이다.
각 국가의 반도체 경쟁력은
지난해 11월 산업연구원의 ‘반도체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 국가별 반도체 산업 종합 경쟁력 순위가 나와 있다. 1위는 미국 96, 대만 79, 일본 78, 중국 74, 한국 71, EU가 66이다. 미국은 시스템 반도체 99, 메모리 반도체 91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에서 강점을,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는 87점이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63점으로 낮다.
특히 반도체 장비 분야는 한국에게는 높은 벽이다. 이는 원천기술이며 그 장벽은 상당히 높다. 장비 생산업체들은 미국, EU, 일본의 독점이다. 미국 어플라이드매터리얼즈, 램 리서치, KLA, 네덜란드 ASLM, 일본 도쿄 일렉트론이 전 세계 80%를 장악하고 있다. 세계 10위까지 반도체 장비 회사 국가별 분포는 미국과 일본이 4개, EU 2개이다. 한국의 반도체 장비 자급율은 현재 약 20% 수준이다.
반도체 생산에서 필요한 것은 설계와 제조, 후공정, 장비, 소재 등이다. 중국의 약한 부분이 바로 장비 부문이다. 반도체는 산화, 열처리, 화학적 증착, 노광, 식각, 분자 주입, 물리적 증착, 연마, 세척 등을 거친다. 특히 공정은 초정밀하게 이뤄지며 이는 검사를 하게 되어 있다. 수율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검사 역시 초정밀 기계를 이용한다. 즉 미국과 유럽 반도체 장비가 없으면 중국의 반도체 생산은 사실 스톱되는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측량장비 생산기업 KLA가 중국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미국의 압박이 중국의 약한 고리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수출은 일본, 미국, 네덜란드가 1위에서 3위를, 수입은 중국, 대만, 한국으로 나타났다. 일본 321억 달러, 미국 284억 달러, 네덜란드 201억 달러 규모이다. 수입은 중국 386억 달러, 대만 298억 달러, 한국 250억 달러이다. 이는 반도체 설계 및 소프트웨어, 반도체 설계 자산은 미국과 일본이, 일본은 소재, 부품, 장비 즉 ‘소부장’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서 전문가들은 반도체 생산 단계별 부가가치의 약 40%를 앞으로 미국이 갖고 갈 것이라고 분석한다.
각국은 반도체 전쟁에 총력전이다. 일본도 미국과 공동으로 반도체를 개발해 한국과 대만에 뺏긴 시장 회복을 노리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연구센터, 첨단 반도체 생산공장 유치, 희토류 등 소재 확보 등에 추경 예산을 배정했다. 또한 특정중요물자 즉 특정 국가에 의존했다가 공급망이 흔들리면 자국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물자로 반도체 외에 축전지, LNG, 생산용 로봇 등을 지정했다. 또 대만 TSMC의 구마모토 공장 건설에 약 4조6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도 거의 천문학적 금액을 반도체 산업 육성에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 역시 반도체 산업이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밖에 대만의 TSMC는 420억 달러, 인텔이 270억 달러를 투자하고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평택에 약 170조 원이 투자되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제 반도체는 산업혁명을 이끈 석탄, 3차 산업혁명의 석유보다 더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반도체 원천 기술, 제조 능력 그리고 소부장의 유무가 한 국가의 존망을 가르는 생존 기술이 되었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 변화하는 세상으로 달리는 ‘반도체 기술’이라는 기차에 올라타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글 권이현(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3호 (23.01.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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