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나이프크루’ 발 뺀 여가부···‘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갑니다
지난해 7월 ‘버터나이프크루’는 유명해졌고, 해체됐다. 버터나이프크루는 일상에서 성평등 의제를 찾아내는 청년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여성가족부가 2019년부터 4년째 이어온 것이었다. 하지만 ‘여가부 때리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이 사업을 “페미니즘에 경도됐다”고 지목한 뒤 사업은 전면 재검토 됐고 결국 중단됐다.
여가부는 예산과 함께 빠지고, 운영사였던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청년 프로젝트 팀들만 덩그러니 남았다. 하지만 이들은 ‘그럼에도 우리는’이라는 새 브랜드를 내걸고 빠띠의 운영비 6000여만원으로 프로젝트를 끝까지 지켰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빠띠의 사무실에서 그 우여곡절을 지나온 박효경(42), 김나현(27) 활동가를 만났다. 이들은 오는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14일 열릴 ‘성평등 페스타’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친 13개 팀의 활동을 나누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대학 내 페미니스트 모임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마음돌봄을 고민한 ‘뿌리탐사’, 여성의 모험이라는 주제로 아웃도어 활동을 탐구한 ‘우먼스베이스캠프’, 지역의 소수자 이야기를 모아 신문을 만든 ‘산성비’ 등 프로젝트를 마친 팀들이 그간 활동을 소개한다.
두 활동가에게 지난해 여가부의 지원 중단은 갑작스러움을 넘어 당혹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1년짜리 프로젝트를 함께할 팀을 한 달 동안 면접을 보고 선정해 사업을 시작하려는 무렵, 여가부로부터 돌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박효경 활동가는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효능감이 있었는데, ‘세금 낭비다’ 이런 얘기를 들으니 내가 잘못한 것 같이 위축되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정부가 사업을 그만두겠다니 오히려 시민사회에서 그 토대를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들었다고 한다. 김나현 활동가는 “오히려 시민들의 후원을 받기도 하며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다’라는 연대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들이 ‘성평등 페스타’처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한 것도 그 덕택이었다. “프로젝트 활동에서 머물지 않고, 시민들이 모여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느꼈다”고 박효경 활동가는 설명했다.
정부 부처의 그늘을 벗어난 김에 더 다양한 주제를 다뤄볼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다. ‘여가부 사업’으로선 ‘소수자 문제’를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 터였다.
이들은 2023년에도 ‘그럼에도 우리는 2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런저런 계획은 있지만 여전히 버터나이프크루가 다시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박효경 활동가는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은 정부가 ‘성평등 사업’을 지원한다는 것 자체에 상징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온 이 사업을 이어받아 ‘일상의 성평등’을 얘기할 공간을 남겨두다보면 언젠가 다시 ‘버터나이프크루’가 돌아올 날이 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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