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필요한 이유, 법원이 판결로 말했다 [뉴스AS]

장현은 2023. 1. 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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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씨제이(CJ)대한통운이 간접고용 상태인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이 나왔다.

이러한 판결 취지는 원청 기업에 하청노조와 단체교섭할 의무를 부과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맥을 같이한다.

노동조합이 여러개인 경우 단체교섭 대표노조를 정한 다음, 교섭을 사용자에게 요구해야 하는데 하청업체가 많다면 그만큼 노조 수도 많으니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창구 단일화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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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조와 3조 개정을 요구하며 지난 7일 오후 국회 앞에서 차량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12일 씨제이(CJ)대한통운이 간접고용 상태인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이 나왔다. 이러한 판결 취지는 원청 기업에 하청노조와 단체교섭할 의무를 부과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맥을 같이한다. 판결문에도 경영계와 여당, 고용노동부가 내세우는 노란봉투법 반대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 엿보인다.

노란봉투법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노조법상 사용자 정의를 “노동자의 노동조건, 수행업무, 노조 활동 등에 대해 사실상 영향력·지배력을 행사하거나 보유하는 자”로 넓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계 등은 이렇게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면, 단체교섭 거부(부당노동행위)에 따른 형사처벌이 가능하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노조법상 사용자에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사용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이런 해석을 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금지되는 확장 해석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용자 개념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노조법이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형사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12일 서울행정법원은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이날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오른쪽 세번째) 등이 법원 판결을 환영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 반대 그룹은 원청이 수많은 하청업체와 거래할 경우 노조법이 규정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어긋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조합이 여러개인 경우 단체교섭 대표노조를 정한 다음, 교섭을 사용자에게 요구해야 하는데 하청업체가 많다면 그만큼 노조 수도 많으니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창구 단일화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헌법에 제시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보다 우선시돼야 한다고 보았다.

원청에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게 해야 실질적 노동3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재판부의 해석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김태기)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원청의 교섭 의무는 인정하면서도 “하청노동자와 원청 간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이상 하청노조의 원청을 상대로 하는 단체협약 체결권, 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해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의 문제는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 전반적인 근로3권의 보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노조법은 반드시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이 가능함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용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등 (사용자 개념 확대가 노조법상) 다른 조항과 조화롭게 해석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반박하는 논거가 판결문에 명확히 제시돼 있다”며 “오히려 노조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하청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은 판결”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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