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나경원 해임·친윤 공세…설 자리 좁아진 羅 '고립무원'

정윤아 기자 2023. 1. 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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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사임서 냈지만 안낸 자리까지 해임...대통령 분노 컸다는 후문
친윤계 "당에 분탕질하는 게 유승민, 이준석과 뭐가 다르냐"
나경원, 로우키 행보하며 대통령실 반응 기다리다 해임 통보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인구미래전략 차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2.12.28.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윤아 정성원 기자 = '고립무원'
당원 대상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여권 내 처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했다. 나 전 의원이 사의를 표명한 저출산위 부위원장직 뿐만 아니라 직을 유지하던 기후환경대사까지 싹 걷어 들인 것이다. 나 전 부위원장의 최근 행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만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친윤계도 윤 대통령의 해임에 맞춰 나 전 부위원장을 '반윤 우두머리'라고 공격했다.

대통령실의 반응을 살피며 퇴로와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던 나 전 부위원장은 여권 내에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나 전 의원을 저출산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 자리에서 해임했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지난 10일 구두로 저출산 부위원장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13일 오전 대리인을 통해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나 전 의원이 낸 사직서를 수리한 것과 받지 않고 해임했다는 것은 그 의미가 다르다. 사임은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지만, 해임은 임명권자가 그만두게 하는 것으로 사실상 직에서 잘랐다는 의미다.

해임의 배경에는 나 전 부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만이 상상보다 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해임과 함께 후임자를 동시에 발표한 것도 그 맥락이다.

장제원 의원은 "국익을 위해서 세일즈하러 나가는 대통령의 등 뒤에 사직서를 던지는 행위가 나 전 의원이 말하는 윤 대통령과 정부를 위한 길이냐"며 "당에 분탕질하는 게 유승민, 이준석과 뭐가 다르냐"고 맹폭했다.

다른 친윤계 의원은 "해임은 지금 대통령께서 화가 많이 나셨다는 의미"라며 "일개 원외위원장 주제에 대통령을 능멸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장관급인 저출산위 부위원장과 기후대사 자리에 임명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위원장이 대통령이다.

나 전 의원과 대통령실의 갈등은 당심 지지도와 윤심이 엇갈리면서 시작됐다.

나 전 의원은 당심 지지도 매주 1위를 기록하며 유력한 당권주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김기현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과정에서 나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25일 페이스북에 "제가 요즈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당대표 되세요'다"라며,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라디오에 출연해 전대 출마와 관련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제가 맡은 역할을 (윤 대통령과)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다"고 했다.

해당 발언들은 대통령실의 분노를 샀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나 부위원장에게 전대 불출마를 종용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대통령과 독대를 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전국에서 열리는 당원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 쌓이면서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10.14. photo1006@newsis.com

지난 5일 나 전 의원이 출산 시 부모의 대출 원금을 탕감하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 대통령실은 바로 "실망스럽다",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 등의 표현을 써가며 사실상 나 부위원장을 비난했다.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심화되자 부담을 느끼고 지난 10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문자로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에 대한 사의를 표했다. 13일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을 자극하는 발언 대신 자신을 낮추는 로우키 행보를 보였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나 부위원장이 대통령실과의 갈등에 대한 부담을 느껴 당권 도전에 대한 타협을 원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나 전 의원이 출마 가능성을 엿보면서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출구전략을 고려 중이라는 것이다. 나 부위원장이 출마를 접을 경우 명분과 실익이 필요한데 이 두 가지는 대통령만 줄 수 있다.

결국 대통령의 의중은 나 전 의원에 대한 해임조치라는 분노로 귀결됐다. 윤 대통령은 14일부터 6박 8일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에 나선다. 해외 순방 전 나 전 의원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은 순방 기간 요동칠 당심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에게 윤심을 싣고 다른 후보들에게 무관심한 것과, 특정 후보를 반윤후보로 찍는 것은 천지차이다. 친윤계 의원들은 나 전 의원을 '제2의 이준석, 유승민'으로 규정하며 공격에 나섰다. 당원들에게 나 전 의원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식의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여당인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협조적 관계는 필수다. 이를 위해 당대표 선거에서 암묵적인 대통령실 지지가 필요하다.

현재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나 전 의원은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당심 지지도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임기 초 현직 대통령과 반목하는 모습이 과연 추후 지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출마한다고 해서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고 불출마를 선언하기엔 명분과 추후 정치활동을 담보할 수 없어 나 전 의원이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jungs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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