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사직서 공식 제출…윤 대통령, 해임 후 후임 인선까지
나경원 저출산위 부위원장이 오늘(13일) 공식적인 사직 절차를 밟았습니다. '사색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했지만, 당 대표 출마 쪽에 더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조금 전에 제가 속보로 전했던 내용이죠.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바로 사의를 받아들이고 후임 인선까지 발표했습니다. 김기현 안철수 의원의 신경전도 본격화됐는데, 관련 소식을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나경원/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지난 11일) :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그러면 절대 화합으로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절대 화합!}]
'절대 화합'을 외친 나경원 저출산위 부위원장, 오늘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사의 표명 소식을 알린지 사흘만입니다. 나 부위원장에 대해 "부적절한 처사를 하고 있다.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했던 대통령실, 사의 표명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애정이 여전히 크다"는 것으로 180도 바뀐 입장을 드러냈죠. 나 부위원장이 사의 표명을 거둘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준 것 아니냐, 해석이 나왔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부위원장은 사퇴를 위한 공식 절차를 밟은 겁니다.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단 분석이 나왔는데요. 일단은 '고민이 길어진다'며 페이스북 글에 심경을 남겼습니다.
[나경원/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페이스북 / 음성대역) :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를 지키고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갑니다. 잠깐의 혼란과 소음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를 가리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나 부위원장은, 4년 전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나야 했던 때'를 회상했는데 그때와 지금이 오버랩됐던 걸까요. 본인의 불출마를 압박했던 이른바 '윤핵관'들을 향한 메시지도 남겼습니다.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함부로 본인의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지 말라고 경고한 겁니다. '친윤'과 선을 그으면서도, "당신들만 '친윤'인 건 아니다" 라는 메시지를 낸 셈인데요. 출마를 하게 되더라도 '비윤'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친윤'으로서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여전히 두 개의 떡을 쥐어야만 정치활동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듯 합니다.
[나경원/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지난해 3월 8일) : 살아있는 권력에 당당히 맞선 사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오직 대한민국에 충성한 사람, 그리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따뜻하고 정의로운 윤석열 후보와 함께, 정의가 살아 숨 쉬는, 그리고 상식이 제대로 서는 그리고 공정한 대한민국으로 내일을 만들어갑시다!]
나 부위원장의 사의 표명,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을 넘긴 셈으로 해석이 됐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바로 나 부위원장을 전격 해임했는데요. 저출산위 부위원장뿐 아니라 기후환경대사까지 후임 인선을 바로 발표했습니다. "들은 바 없다"고 사실상 침묵했던 대통령 혹은 대통령실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건데요. 대통령은 내일부터 6박 8일간 UAE와 다보스로 해외순방을 떠나죠. 이후엔 설 연휴가 이어집니다. 대통령이 사의를 바로 받아들이면서 '윤심'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 됩니다. 사의 수용이냐 반려냐, 선택지를 바로 골랐습니다.
[김재원/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대통령께서 이제 반려를 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해달라' 이런 메시지를 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다보스 갔다 와서 보자' 이렇게 할 수도 있고 한데. 하여튼 좀 안타깝게 보고 있습니다.]
사의를 받아들이면 당 대표 출마를 승인해주는 셈이 되고,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당 대표 출마를 막는 셈이다, 이런 해석에 대통령의 고민이 있을 거란 분석이었죠. 결과적으론 '출마'에 부정적인 의견을 사실상 피력한 셈인데, 당무에 개입한다는 평가는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용산 집무실 출근길 (지난해 9월 2일) : 대통령으로서 무슨 당무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저는 보고 있고요.]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가 '애정이 크다'는 말까지 했지만,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의 행동에 대해 불편해하는 건 분명해보이는데요. 3개월 만에 직을 내려놓은 나 부위원장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권에선 나 부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포기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정미경/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대통령 입장에서는 디딤돌로 해서 당대표를 나가, 그러니까 자기 정치에 이렇게 이용하려고 한 것처럼 받아들일 수가 있거든요. 제 생각에는 나경원 전 의원이 처음에 본인이 이걸 받았기 때문에요. 이제는 당대표로 나가는 건 저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야권에선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에 이어 나 부위원장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밀어내고 있다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이 전 대표도 비판에 가세한 듯한데요. "누군가를 막아보려고 만든 결선투표, 이제 또 누군가를 막기 위해선 결선 투표를 안 해야 할텐데요"라고 페이스북 메시지를 낸 겁니다. 나 부위원장의 출마에 부정적인 대통령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야권에선 나 부위원장이 본인의 정치생명을 위해선 출마를 해야 할 거 같은데 출마를 못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지원/전 국가정보원장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대통령이 못 나가게 한다고 못 나가는 사람이 다음에 무슨 대통령, 서울시장을 나와요? 그러니까 저는 굉장히 나경원 (전) 의원이 여성 정치인으로 훌륭하게 성장했는데 참 기로에 섰다, 지금은 단호한 모습을 보여라. 저는 못 나오리라고 봐요.]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다른 후보들은, '윤심' 경쟁이 한창이죠. '윤심'의 선두를 잡았다고 본 김기현 의원, 윤 대통령을 대놓고 패러디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의 당권 가도엔 김장 연대 뿐 아니라 김나 연대, 혹은 나김장연대 얘기까지 나왔었죠. 김 의원의 휴대전화에서 '나경원 전화요'라는 메시지가 포착됐습니다. 출마를 저울질 중인 나 부위원장과 직접 얘기를 해봐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어제) : 제가 나경원 대표와 한번 만나서 의논을 해봐야 되겠다라고 하는 저의 계획을, 저의 해야 될 숙제를 써놓은 것이다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출마 여부를 되게 고심하고 있는데 나 전 의원이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 나 대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제가 말씀드릴 입장이 있진 않고요. 다만 여러 가지 많은 숙고 끝에 좋은 결정을 할 것이다…]
김 의원은 역시 '윤석열 정부의 인수위원장'으로서 '윤심'을 내세운 안철수 의원과의 열띤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했는데요. 때아닌 '토착왜구'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김 의원이 당원 100% 전당대회 룰에 대해 "한국 축구팀 감독을 뽑는데 일본 국민 의견을 30% 반영하라, 그게 가능한 얘기냐" 라고 발언을 했는데, 안 의원이 "민주당의 '토착 왜구 세계관과 다르지 않다"고 정면 비판한 겁니다. 김 의원이 말한 30% 여론조사 역시, 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한 국민의힘 우호층인데, 이들을 '일본 국민'으로 매도했다는 겁니다. 김 의원은, '토착 왜구'는 민주당이 쓰는 혐오 용어라며, 안 의원의 당원 경력을 문제 삼았습니다.
[안철수/국민의힘 의원 :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그렇게 일본 국민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로 적절하지 않죠. 그래서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셔야 된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어제) : (안철수 의원은) 우리 당에 입당한지 아직 채 1년이 되지 않아서, 한 9개월 정도 된 거 같은데요. 채 1년이 되지 않아서 우리 당의 당원들에게 소중함과 긍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만…]
안 의원은 울산이 지역구인 김 의원을 향해 '영남 자민련'이라면서 본인의 '수도권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죠. 그런 면에서 수도권이 지역구인 나경원 부위원장의 출마에 대해선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바 있습니다.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취지인데, '안-나 연대'라고 할까요. 여기에 또 우회적으로 나 부위원장의 손을 들어준 당권주자도 있는데요. 바로 유승민 전 의원입니다. 대통령실과 여권이 나 부위원장에게 '집단린치'를 가하고 있다며, 동병상련의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유승민/전 의원 (유튜브 '영남일보' / 지난 11일) : 나경원 전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한테 굉장히 호의, 우호적이었는데 나경원 의원보다 더 대통령이 시키고 싶은 사람이 있나 보죠 뭐. 민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저를 제거하기 위해서 전당대회 룰까지 다 고치더니, 이제는 또 나경원 의원을 가지고 저러고 있지 않습니까.]
나 부위원장, 출마를 하든 않든, 윤 대통령과의 관계 뿐 아니라 당권 주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게될지도 주목이 되죠. '윤심'이 키워드가 된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권주자들이 '당심'을 잡기 위해 또 공을 들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보수 유튜버 들인데요. 이들 중엔 직접 전당대회에 출마한 사람도 여럿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신의한수' 대표 신혜식 씨 입니다. 신씨의 출마, 목사 전광훈 씨가 권유했다고 합니다.
[신혜식/신의한수 대표 (유튜브 '신의한수' / 지난 10일) : 대한민국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대한민국의 선지자, 전광훈 목사님 이 자리에 소개하겠습니다.]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 (유튜브 '신의한수' / 지난 10일)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신혜식 대표님을 중심하여 우리가 꼭 자유통일을 해냅시다. {아멘.} 감사합니다.]
이 자리엔 당권 주자들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는데요. 신 씨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신의한수' / 어제) : 저는 여기 앉으면서 이렇게 벽을 쭉 둘러보는 순간 제 마음속에 아주 벅찬 감동이 밀려옵니다. 대한민국 보수의 뿌리, 그 정통성을 회복하자. 많은 분들의 힘이, 보탬이 됐지만 역시 신혜식 대표님이 그중에서 으뜸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의 한 수가 아니라, 신의 만 수다. {감사합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신의한수') : 초창기 처음 우리 박근혜 대통령 모실 때부터 일편단심으로 저하고 함께한 동지입니다. 세 가지 의를 다 갖춘 우리 정치의 최고 기대주가 신혜식 대표님이다, 공감하시죠? {맞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신 분들이 우리 당의 잘못된 DNA를 반드시 깨주십시오. 소위 말해서 배신의 DNA, 탄핵의 DNA!]
이런 당의 흐름, 유승민 전 의원은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국민의힘이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유승민/전 의원 (유튜브 '영남일보' / 지난 11일 ) : 뭐 속된 말로 꼴보수 정당이 되려고 하는 거예요. 무슨 뭐 건희사랑 카페 회장하던 사람이 대표 출마를 하고 또 극우 태극기 유튜버 하시던 그런 사람들이 여기 최고위원회 출마, 우리 정당 역사상에 그런 게 언제 있었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나경원 부위원장의 사의를 전격적으로 수용했습니다. 나 부위원장이 당 대표에 출마할지 말지, 다시 공을 나 부위원장에게 넘긴 셈인데요. 나 부위원장의 장고가 길어질 듯 보입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나경원 부위원장, 사직서 공식 제출…윤, 반나절 만에 사의수용에 후임 인선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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