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현상 분석 그친 특수본 수사, 납득 어려워”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가 유족들은 13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발표한 수사결과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서울시에 ‘면죄부’를 줬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윗선’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소극적인 수사와 법리해석을 통해 참사 핵심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를 포기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의무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특수본 수사결과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검찰 송치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은 행안부와 서울시, 경찰청,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도 다중운집 위험을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참사 희생자 고 이주영씨의 오빠 이진우씨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수본 수사 결과를 두고 “상위 기관에 ‘책임이 없다’고 나온 것에 대해 유가족들은 납득하기 어렵고,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이씨는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는 수사를 바랐지만, 참사 당시 현상 분석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특수본 수사가 두 달 넘도록 이뤄졌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의문점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사 당일 오후 6시34분부터 오후 10시15분 소방에 첫 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지 ‘압사’를 언급한 11건의 112 신고가 경찰 내부에서 어느 선까지, 어떻게 보고됐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2022년과 그 이전 핼러윈 축제 시기 경찰의 이태원 인파 관리에 왜 차이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미흡하다고 했다.
이씨는 “시신 수습, 경찰 인파 관리 등의 결정권이 어디에 있고, 결정을 누가 내렸는지 조사가 돼야 관련자 책임을 엄정히 물을 수 있는데, 그 부분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고 다 묻혔다”며 “수사를 이어갈 검찰은 수사 방향에 대한 유가족 의견을 듣고 더 포괄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이날 피해자 진술을 위해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특수본은 용산구청장과 용산서장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발표했다”며 “굉장히 미진하고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민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민변TF)는 이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수사기관에 이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민변TF 측은 특히 재난안전법에 총괄 지휘자로서 권한과 의무가 명시된 이 장관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변TF 단장인 윤복남 변호사는 ‘다중운집 위험 예견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행안부와 서울시 관계자들이 검찰로 송치되지 않은 데 대해 “수년간 핼러윈 시기 정부기관이 이태원에 다중운집을 우려했다는 증거가 이미 경찰 서류 등을 통해 나왔다”며 “또 아랫사람들은 ‘예견할 수 있었다’며 처벌하는데, 이들을 관리하는 윗사람들에게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수본 수사 결과를 보면 범죄 조직에서 행동대원만 처벌하고 지시한 사람은 안 하는 모습과 진배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이 장관을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혐의로 특수본에 고발한 소방공무원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특수본 수사를 비판하며 이 장관의 탄핵소추를 국회에 요구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1131132001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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