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자동차세 할인 혜택 왜 깎아?".. 금리 때문에 내렸다는데
1년 치 자동차세를 한꺼번에 납부하면 할인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세 연납제'입니다.
가령 이번 달에 올해 치 자동차세를 완납하면 6.41%의 세제 혜택이 주어집니다.
연초부터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하고, 재정 운용에 편리를 도모하고자 지난 1995년 만든 제도입니다.
행정당국은 이 제도를 활용하면 매년 6월과 12월 두 번 자동차세를 걷으려고 납부고지서를 발급하지 않아도 되고 비용도 아끼는 만큼, 반대급부로 할인혜택을 주는 것이죠.
■ '자동차세 연납제'를 아시나요?
지난 11일에 이 제도를 소개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자동차세 납부 대상자들에게 돌아가는 적잖은 혜택에 비해 저조한 이용률(지난해 전라북도 이용률은 31%로 추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누리꾼들의 댓글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왜 자꾸 할인율이 줄어드냐?"는 푸념부터 "올해 자동차세 연납 할인율을 왜 이렇게 깎았냐", "왜 이런 부분은 기사에 담지 않느냐"는 항의성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알아봤습니다.
■ "할인혜택 왜 이래?".. 다시 살펴봤더니
자동차세는 지방세입니다.
지난 2020년 12월에 지방세법 시행령이 바뀌면서 전국적으로 자동차세 할인율이 바뀌었습니다.
기존 시행령에서는 10%였던 게 7%로 줄었습니다.
연납 신청이 이번 달 말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할인율은 이보다 더 낮은데요.
실질적인 할인율은 1월을 빼고 계산하기에 6.41%가 되는 것입니다.
■ 자동차세 할인율 10%→7%.. 금리 탓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 실질적으론 9.1%에 이르던 할인율이 올 들어 왜, 이렇게나 깎인 걸까요?
전라북도에 문의해 그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이게 다 '금리' 때문이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금리와 깎인 자동차세 할인율, 이것들이 무슨 상관인 걸까요?
전라북도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가 자동차세 연납 할인율을 10%로 유지할 경우 '저금리 기조'에서 너무 많은 혜택이 된다"며 "할인율을 단계적으로 내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저금리 기조’에선 굳이 자동차세를 많이 깎아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설명은 전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요즘은 날이면 날마다 금리가 무섭게 치솟고 있기 때문입니다.
■ '쓰리고(高)'에 허리띠.. 역행하는 자동차세 할인율, 왜?
고금리에 고물가, 고환율로 이어지는 삼고(三高) 현상에 다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동차세 연납 할인율을 지난해 수준대로 10%를 유지하거나 더 높여서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흐름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세 할인율은 '지방세법 시행령'으로 못을 박아놨는데요.
바로 올해가 지난 2020년 12월에 개정된 시행령이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첫해입니다.
문제는 역행 흐름이 더 이어질 거라는 점입니다.
2024년은 5%, 2025년부터는 3%로 할인율이 더 쪼그라들 예정입니다.
■ 무턱대고 낮춘 할인율, 고금리 실정에 맞는 건가?
지방세법 시행령이 바뀐 2020년 말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50%, 사실상 '제로금리'였습니다.
당시 이런 초저금리 기조가 더 이어질 거라고 가정하고 무턱대고 자동차세 할인율을 낮춰버린 겁니다.
금리가 2년여 만에 지금(기준금리 3.5%)처럼 많이 오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던 것이죠.
하지만 고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졸지에 시대착오적인 시행령이 됐습니다.
굼뜬 법이 역동하는 경제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죠.
민생경제가 악화일로를 걷는 삼고 시대에 맞게 자동차세 할인율을 다시 손질할 필요성이 제기되는데요.
행정당국도 이런 사정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전라북도 관계자는 "'현행 지방세법 시행령의 자동차세 할인율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의견을 행정안전부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적잖은 절세 혜택에도 불구하고 이용률이 30%대에 머물고 있는 자동차세 연납제도.
시행령에 정해진 대로 할인율이 더 떨어진다면, 더 외면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조수영 기자 jaws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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