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붕 떠서 밀리다 넘어졌다"…'군중 유체화'가 원인, 책임은?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3. 1. 1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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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 브리핑입니다. '군중 유체화'라는 생소한 용어가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데요, 군중에 휩싸여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고 둥둥 떠밀려 이동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경찰 특수본이 이 '군중 유체화' 현상을 지목했습니다.

 

특수본 "군중 유체화… 떠밀리다 넘어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74일 동안의 이태원 참사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군중 유체화'라는 용어로 참사 원인을 설명했습니다 참사 현장에 인파가 밀집됐고요, 사람들이 밀착한 나머지 각각 독립적인 입자가 아닌 물 등의 유체와 같은 상태가 됐다는 겁니다.
'군중 유체화'는 참사 당일 밤 9시쯤부터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세계음식거리 양방향에서 밀려드는 인파로 T자형 골목 삼거리 좌우에서 발생했다는 거죠.

참사 발생 직전인 밤 10시 13분쯤에는 T자형 내리막길로 인파가 떠밀려 내려오면서 '군중 유체화'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참사 당일 밤 9시부터 10시 26분까지 참사 발생 골목과 세계음식거리의 군중 밀도는 ㎡당 2.68명에서 최대 12.09명이 빽빽하게 밀집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참사 골목의 경우 밤 10시 15분쯤 ㎡당 7.72∼8.39명, 5분 뒤 ㎡당 8.06∼9.40명, 10분 뒤 ㎡당 9.07∼10.74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참사가 발생한 밤 10시 15분쯤 상황에 대한 경찰 설명을 볼까요.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밀집된 군중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해밀톤호텔 옆 T자형 좁은 골목으로 '떠밀려' 내려왔고요, 이 때문에 여러 명이 골목에서 넘어졌고 뒤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졌다고 합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밤 10시 15분 첫 전도(넘어짐)가 발생한 이후 약 15초 간 뒤편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도되는 상황이 4차례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상황을 모르는 위쪽 인파가 계속 밀려 내려오는 상황이 밤 10시 25분까지 10분간 지속되면서 10m에 걸쳐 수백 명이 겹겹이 쌓이고 끼이는 압사가 발생했다"고 경찰이 분석한 참사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경찰 수사 자문 역할을 한 박준영 금오공대 교수도 브리핑에 나왔는데요, 박 교수는 참사 피해자들이 평균 224∼560㎏·중(㎏f)의 힘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병목 구간을 유발하는 구조물이 있으면 밀도에 따라 보행자들에게 약 1천∼1천500N(102∼153㎏이 누르는 힘)의 힘이 더 가해집니다. 구조물이 있는 경우 (피해자들이 당시 받은 힘은) 대략 2,200N~5,500N(224∼560㎏의 질량이 중력을 받아 누르는 힘) 사이일 것으로 보입니다.
 
박준영 금오공대 기계설계공학과 교수
 

3.2m 좁은 골목, 가파른 지점서 첫 '넘어짐'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게 된 이유에 대해 경찰은 지역적·장소적·시기적인 세 가지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선 이태원은 외국인 밀집 거주지역인데요, 이태원로 일대에만 30여 개국의 전통 음식을 취급하는 외국 음식점, 클럽·라운지바, 노점상 등이 즐비해서 핼러윈 데이를 즐기는 곳이 됐다고 합니다.

근데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T자형 내리막 경사인데다 사고 발생한 지점의 도로 폭은 국과수 감정 결과 3.199m로 나타났는데요, 이 골목에서 가장 좁은 지점이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좁은데 가장 좁은 곳에서 사람들이 넘어지면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거죠.

경사도 심했는데요, 참사가 발생한 골목 가장 아래 지점인 편의점을 기준으로 세계음식거리까지의 높이차는 4.5∼5.4m로 측정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초 사고 현장의 경사도는 8.847∼11.197도였다고 합니다.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서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등의 거리두기 완화도 인파가 몰린 원인으로 특수본은 짚었습니다.
 

특수본, 실무 책임자만 구속

경찰의 참사 원인 규명은 일견 과학적으로 보이지만, 책임 규명에는 한계를 노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점을 내세우다 보니 '인재'의 성격은 약해진 거죠.

물론 특수본은 관할 지자체와 경찰, 소방 등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사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부실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예방적 조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실무 책임자들만 사법처리해서 윗선에 대한 면죄부를 준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신병을 구속한 최고위급은 경찰 조직에선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행정조직에선 박희영 용산구청장입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하거나 입건 전 수사 종결했습니다.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면죄부를 준 거죠.

'용두사미' '꼬리 자르기 수사' '윗선 면죄부 수사'가 특수본 출범 때부터 예상됐는데요, 마무리도 그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은 듯합니다.
 

"윗선 꼬리자르기" vs "제대로 한 수사"

정치권 반응도 예상대로입니다. 야 3당은 '꼬리자르기 수사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제대로 한 수사'라는 입장이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야 3당 위원들은 "꼬리자르기식 특수본 수사 결과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 "특검 수사가 불가피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질적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뻔뻔한 주장만 되풀이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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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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