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인가 위대한 전쟁 지도자인가…신간 '스탈린의 전쟁'

송광호 2023. 1. 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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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시프 스탈린(1879~1953)은 독재자로 유명하다.

20세기 독재자 가운데 잔혹 행위와 범죄 행위로 스탈린의 악명에 버금가는 이는 아돌프 히틀러뿐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태 전개는 스탈린과 마오쩌둥 사이의 관계가 틀어지는 결과를 낳았고, 전쟁 자체는 군사적·정치적·경제적으로 매우 값비싼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스탈린이 비판받는 건 잔혹한 숙청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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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전문가 제프리 로버츠가 쓴 스탈린 전쟁 이야기
1945년 7월 포츠담 회담에서 스탈린과 트루먼 미국 대통령 [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이오시프 스탈린(1879~1953)은 독재자로 유명하다. 20세기 독재자 가운데 잔혹 행위와 범죄 행위로 스탈린의 악명에 버금가는 이는 아돌프 히틀러뿐이다. 그러나 카멜레온 같은 다채로운 얼굴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능수능란한 권력 투쟁의 전문가였으며 목적을 위해서는 정적과 손을 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지성의 소유자였고, 지식인은 아니지만 영특한 수완가로서 권력의 지렛대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실행가였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부는 물론이고 상대에 대한 무력도 서슴지 않았다. 사교가 필요한 자리에서는 모든 사람을 배려했으나 일부 지인들과는 달리 취하거나 자기 통제력을 잃지 않았다. 그는 마키아벨리가 말한 "악덕의 오명을 뒤집어쓰는 걸 주저하지 않는" 군주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의 뒤를 이어 집권한 니키타 흐루쇼프는 "나라를 재앙에 빠뜨린 전제군주"라고 그를 평했다.

소련 역사 전문가 제프리 로버츠가 쓴 신간 '스탈린의 전쟁'(원제: Stalin's Wars)은 스탈린의 다양한 얼굴을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스탈린의 잔혹성을 솔직하게 그리면서도 그를 독일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뛰어난 군사 지도자로 묘사한다. 책은 주로 그의 인생 후반부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데,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부터 스탈린이 사망한 1953년까지를 다룬다.

책 표지 이미지 [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책에 따르면 스탈린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엄격한 규율과 가혹한 처벌로 장교들의 후퇴를 단속하는 한편,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웠기에 가능했던 승리였다. 정치적으로는 애국주의에 호소하며 국가의 총력을 모았다.

또한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필요한 지원을 구체적으로 요구했으며 상대방을 설득해 작전 수행에 동의를 얻었다. 규율을 어긴 군인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형벌부대를 운영할 정도로 가혹했고, 독일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주민들까지 포격할 정도로 잔인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했다.

외교적으로는 소련-서방 연합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얄타 회담, 포츠담 회담 등 전후 처리를 위한 논의 자리에서도 스탈린은 소련의 안보와 인민 민주주의 체제 수립을 위해 외교적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실익을 챙겼다.

베를린 제국의회 의사당 꼭대기에 소련 국기를 게양하는 붉은군대 병사 [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그러나 여러 차례 오판을 저지르기도 했다. 히틀러와 협정을 맺어 전쟁 초반 선제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가장 값비싼 오판은 한국전쟁이었다. 김일성의 요청을 받아 남한 침공을 승인했는데, 애초 계획과는 달리 전쟁이 길어졌고, 종국에는 중국까지 개입했다. 저자는 "이러한 사태 전개는 스탈린과 마오쩌둥 사이의 관계가 틀어지는 결과를 낳았고, 전쟁 자체는 군사적·정치적·경제적으로 매우 값비싼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스탈린이 비판받는 건 잔혹한 숙청작업이었다. 대숙청으로 정치지도위원 수천 명이 죽었다. 군 지휘부도 대거 교체됐다. 원수 3명, 장군 16명, 제독 15명, 대·중령 264명, 소령 107명 등이 사망했다. 숙청 작업으로 군부는 스탈린에게 완전히 종속됐다.

1942년 크렘린을 방문해 스탈린과 만난 처칠. 처칠은 제일 왼쪽 [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오판을 저지르고 잔혹했지만, 그는 성공적인 지도자였다. 저자는 스탈린이 "현실주의자이고 실용주의자였으며, 소비에트 시스템이나 자신의 권력이 위협받지 않는 한 타협하고 변할 각오가 되어 있는 지도자였다"며 "확실히 스탈린은 노련한 정치인이었고, 영리한 이데올로그였으며 매우 뛰어난 행정가였다"고 평한다.

이어 "스탈린은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시스템을 창출했지만, 그것은 히틀러에 맞선 매우 힘든 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유일한 시스템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열린책들. 744쪽. 김남섭 옮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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