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62% "1년 뒤 경영환경 더 악화"… 日은 23%·中은 11%에 그쳐

김규식 특파원(kks1011@mk.co.kr),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3. 1. 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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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닛케이·환구시보
한중일CEO 271명 설문조사
韓 수출의존도 높아 긴축 민감
주력산업 부진에 비관론 커져
中은 코로나, 日은 우크라전쟁
올해 최대 경영리스크로 꼽아
中기업인 절반 "미중관계 개선"
한일 기업인은 "큰 변화 없을것"

올해 경영을 위협하는 리스크에 대해 한국은 주요국의 통화 긴축 흐름을, 중국은 계속되는 코로나19 사태를 꼽았다. 해를 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은 한·중·일 경영인 모두가 주요 리스크로 손꼽은 사안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글로벌 지정학 이슈에 대해 동아시아 경영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중·일 경영자 설문조사에서 올해 주요 경영 리스크(복수응답)를 묻는 항목에 한국 경영자들은 주요국의 금리 인상을 비롯한 통화 긴축(49명)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에 비해 중국과 일본 경영자들이 꼽은 최대 리스크는 코로나19(26명)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자재값 상승이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금융 긴축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부진은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중국과 일본보다 내수가 작고 대외 의존도가 큰 한국 기업에 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한국(28명)과 중국(23명)에서 2위로 꼽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한·중·일 경영자들의 공통된 우려를 보여줬다. 경제성장률 저하는 일본에서 두 번째, 한국에서는 세 번째 리스크로 지적됐다. 중국 경영자는 글로벌 공급망 혼란을 세 번째로 많이 뽑았다.

1년 뒤 경영환경을 묻는 질문에 한국은 응답자 중 46.9%가 '약간 악화된다', 15.6%가 '매우 악화된다'고 해 부정적인 시각이 62.5%에 달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약간 악화'와 '매우 악화'를 합친 부정적 시각 비율이 23.9%였으며, 중국은 11.9%에 그쳤다. 공격적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의지가 경영 심리를 악화시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를 비롯해 한국 주력 산업이 가라앉고 있는 게 우리 경영자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상대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영자들이 글로벌 금융 긴축 등에 민감해 경영 환경도 어렵게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긴축에 대한 민감도 차이는 작년 경영에 대한 영향에서도 나타난다. '매우 나쁜 영향' '어느 정도 나쁜 영향'을 받았다는 비율은 한국이 각각 22.9%, 64.6%였다. 일본은 각각 0%, 70.6%였고 중국은 각각 3%, 56.4%였다. 긴축 종료 시점에 대해 한국과 일본 기업 모두 2024년 이후를 가장 많이 뽑았고, 중국은 올해 3분기를 선택한 비중이 높았다.

1년 뒤 자국 경제 상황에 대해 한국은 '정체'(47.9%)를 가장 많이 꼽았고, '완만하게 성장'은 31.3%였다. 중국은 '완만하게 성장' 48.5%, '빠르게 성장' 31.7% 순이었다. 일본은 '완만하게 성장' 65.3%, '정체' 29.2%였다.

작년에 한국 경영인 45명이 꼽았던 과도한 규제에 대한 우려는 1명으로 줄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도한 규제가 문제점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줄었지만, 이는 규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됐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등 더 큰 변수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설비 투자를 작년보다 '약간 늘린다'는 답은 3국에서 모두 가장 높았다. 중국이 55.4%, 일본과 한국은 각각 47.6%, 36.7%를 기록했다. '약간 늘린다'에 '크게 늘린다'를 더하면 중국 62.3%, 일본 57.1%, 한국 45.6%였다.

인수·합병(M&A)을 할 만한 유망 분야(복수응답)에 대해서는 한국이 인공지능(AI·17명)을, 중국은 반도체 등 첨단 부품소재(22명)와 신재생에너지(21명)를 상위에 올렸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중국 경영자가 반도체에 주목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대중 규제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되고 자체적 기술 한계 등도 인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한국 경영자가 AI의 M&A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이 분야 우수 인력이 한국에 부족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중 경쟁도 경영인들이 주목하는 주요 지정학적 리스크다. 미·중 마찰이 작년 경영에 영향을 미쳤는지 묻는 질문에 일본은 75.7%가 '별 영향 없었다'고 답한 데 비해 한국과 중국은 각각 56.3%, 53.5%가 '약간 악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미·중 경쟁의 개선 가능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중국 경영자들이 긍정적인 시선을 보였다. 이는 작년 11월 미·중 정상회담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중 관계에 대해 중국은 '약간 개선됐다'는 응답이 47.5%로 가장 많았고, 한국과 일본은 '변화 없다'는 비율이 각각 52.1%, 75%로 높았다. 올해 미·중 경쟁 변화에 대해서도 중국에서는 '지금보다 약간 개선된다'(40.6%)가 제일 높았고 한국과 일본은 '변화 없다'가 각각 45.3%, 70.8%였다.

올해 지정학적 리스크 변화를 묻는 질문에 중국은 '약간 개선된다'가 45.5%로 가장 많았고, 한국과 일본은 '변화 없다'가 각각 41.5%와 67.7%로 높았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미·중 마찰, 중국 팽창주의,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염려가 크다"면서 "중국에서는 최대 리스크 중 하나가 대미 관계인데, 작년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소통을 하기로 한 것 등에 대해 긴장 완화의 긍정적 신호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도쿄/김규식·베이징/손일선 특파원·서울 최현재·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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