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아닌 中이 올해 최대 리스크…미·중 갈등 사라지지 않을것"
中 무역망 이탈이 경제 악영향
글로벌 공급망 타격 준 美IRA
정치인들도 反중국 정서 악용
코로나로부터 배운 최대 교훈
인플레 통제는 쉽지않다는 것
"올해 세계 경제 최대 리스크는 중국이다. 중국의 세계 경제와의 디커플링(분리)에 대비해야 한다."
국제무역학계 석학인 폴 안트라스 하버드대 교수의 경고다. 그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나흘 일정으로 열린 '2023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에서 김명수 매일경제신문 논설실장과 대담을 하고 이같이 밝혔다.
안트라스 교수는 올해 세계 경제 최대 리스크로 △인플레이션(급격한 물가 상승) △미국 경기 침체 △중국 △지정학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이 중 가장 걱정되는 건 중국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경기 침체 전망은.
▷경기 침체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매우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가벼운 경기 침체까지 지나간다면 우리는 축하를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종류의 충격을 다 겪었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 핵심 이슈는 무엇인가.
▷경제 전체의 핵심 이슈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역경제학자 입장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과 이에 따른 지정학적 영향을 꼽겠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무모한 행동으로 스스로 손실을 입었다. 러시아가 과거만큼 세계 경제에서 중요하지도 않다. 내가 훨씬 더 걱정하는 건 중국이다. 중국의 디커플링은 미국 경제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연히 유럽과 한국 경제에도 마찬가지다.
―미·중 무역전쟁은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인가.
▷무역 갈등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중국에 대한 무역장벽 완화는 대중에게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반중국 정책을 내세웠는데, 상대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미·중 무역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들도 틀렸다. 월마트에서 중국 덕분에 싼 물건을 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람들은 일자리 상실을 걱정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바이든 행정부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이것은 보호주의적인 행동이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중 세계 무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넓게 자리 잡은 탓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전 세계로 퍼졌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많은 국가들이 교역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분명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조업이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바람을 타고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제조업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정치적으로 중요하다.
미국 대선에서 경합주(Swing states)들은 제조업 지역이다. 따라서 이 지역의 제조업 일자리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미국에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둘째, 제조업 일자리가 더 낫다는 인식이 있다. 제조업은 다른 부문에 비해 어느 정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임금이 더 높다. 셋째, 기술이다. 제조업이 바로 혁신의 산물이다. 뭔가를 만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개선시킬지 알기 힘들다. 생산할 때 비용을 어떻게 낮출지 알기 힘들다.
―국가 차원의 제조업 전략은 어떠해야 하나.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핵심 성장산업을 지정하는 등 과거의 방식은 말하지 않겠다.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많은 나라가 실패했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춘 규제가 중요하다. 진입장벽을 완전히 없애라는 게 아니다. 핵심은 시장에 맞게 조정하고 혁신적인 상품이 나오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미국, 유럽 그리고 아시아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에서 탈피하는 것이 세계화에 악영향을 미치는가.
▷그렇다. 이것이 바로 디커플링 시나리오다. 미국, 유럽 그리고 아시아가 한 방향으로 가는데 중국만 다른 길로 가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 무역에서 문제가 된다. 한미 간 무역을 보더라도 많은 부분이 중국을 통한다. 세계 무역에서 중국을 뺀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코로나19로부터 전 세계가 배운 교훈은 무엇인가.
▷경제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이 언제나 통제하기 쉬운 것이 아님을 다시 알게 됐다. 우리는 수십 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완전한 믿음을 가지고 살았다. 즉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쉽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임금 상승이 있을 때는 인플레이션 통제가 어렵다. 따라서 한동안 기준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첫째, 빨라야 한다. 산업 자동화와 로봇이 반세계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러나 나는 로봇이 외국인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단기적으로 20~30년 후 로봇은 세계 무역 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로봇이 기업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블록체인 기술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뜻하진 않는다. 블록체인은 거래 비용을 크게 줄이고 국경 간 계약의 실행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진보다.
―무역과 제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해 조언해달라.
▷한국은 모니터링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중국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중국 총리의 의사결정이 무엇인지 등을 알아야 세계화의 미래를 알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 경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원유 등 에너지 수입국이기 때문에 이번 전쟁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번 기회에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한다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은 외부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뉴올리언스/특별취재팀=김명수 논설실장, 박용범·윤원섭·김인오 뉴욕 특파원, 강계만 워싱턴 특파원, 진영태 기자·사진/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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