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만큼 오른 기준금리에 … 영끌족 이자부담 한시름 덜었다
한국은행의 13일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금융·부동산시장에선 대체적으로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다만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예금·대출 금리는 최근 금융시장 안정에 힘입어 상승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부동산시장은 추가 금리 인상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예금 금리를 올리더라도 소폭에 그칠 전망이다. 반면 현재 대출 금리 인상 계획은 없다. 도리어 금융시장 안정에 따른 시장 금리 안정을 바탕으로 변동금리부대출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4%에서 4.5%로 0.5%포인트 올린 반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열리지 않았다. 이 같은 시차와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해 시장은 이미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해 선반영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기준금리와 시장 금리 간 차이(갭)가 벌어졌던 것이 금융시장 안정으로 좁혀진 점도 기준금리 인상이 미치는 영향을 축소시킨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기준금리가 3%였던 지난해 10월에 연 12%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은 한은의 기준금리 3.5%로의 인상을 앞둔 지난 12일 연 7.7% 수준 금리로 차환에 성공했다. 신용위험에 대한 시장의 추가 부담(리스크 프리미엄) 요구가 줄며 기준금리와 시장 금리 간 움직임이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시장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전달한 것도 영향이 컸다.
특히 대출의 경우 지난달 시장 안정에 따른 금리 하락 효과를 곧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은행연합회는 오는 16일 대출의 기준금리라 할 수 있는 코픽스(COFIX)를 공시한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 국내 은행이 시장에서 신규로 조달한 수신상품액에 대한 가중 금리로 결정한다.
국내 은행 변동금리부대출 대부분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대비 스프레드(가산 금리)로 결정하는데, 이달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전달 대비 내릴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인 지난해 11월 자금시장 난맥상을 반영해 사상 최고인 4.34%를 기록한 반면 이달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이보다 내려 4% 안팎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자금 쏠림이 우려된다며 은행권에 수신 금리 인상 자제를 강하게 당부한 것도 주효했다. 당시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올린 것도 금융당국의 은행채 발행 자제 요청 때문에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며 생긴 '풍선효과'였다. 지금은 채권시장이 안정화 국면으로 접어든 덕에 은행채 발행이 일부 허용되며 정기예금 이자율을 올릴 유인이 줄었다.
또 대출 금리에서는 최근 채권시장 안정화로 은행채 금리가 떨어진 폭이 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오르는 폭을 상당 부분 상쇄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에 연 5.279%까지 올랐던 은행채 5년물 수익률은 지난 12일 기준 4.266%로 약 1%포인트 떨어졌다. 이를 준거 금리로 삼는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7%대를 넘었다가 비슷한 폭으로 떨어져 현재 4.6~6.4%다. 국채 금리가 떨어진 데다 은행채 신용 스프레드(일종의 가산 금리)도 낮아진 영향이다. 이기원 유리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차장은 "스프레드가 제자리를 찾아가며 올 상반기 대출 금리는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은행채 금리는 변동형 주담대 준거 금리인 코픽스의 구성 요소다. 예금 금리 하락과 맞물려 코픽스 하락으로 이어져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하락할 전망이다.
한편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현재 부동산시장 침체를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시장에 선반영돼 있다 하더라도,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높기 때문에 부동산 매수를 위한 비용이 올라가고, 시장 심리가 쉽사리 회복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 우려, 계절적 비수기 등 요인으로 거래시장의 단기 회복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임대차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으로 월세의 경우 이율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비중 증가가 이어지고, 전세가격 하락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신규 분양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함 랩장은 "기준금리 상승으로 집단대출 이자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며 "당분간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는 철저히 실수요와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향후 부동산시장에 끼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제 금리 인상 변수는 확정 변수나 상수에 가깝다"며 "금리 인상보다는 경기 침체, 역전세난 심화 여부가 부동산시장에 더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람 기자 / 서정원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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