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 인플레 둔화 명확"···내달 베이비스텝 확률 95%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3. 1. 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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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골디락스 낙관론]
■ 연준 속도조절론 힘받나
12월 CPI 전월 대비 0.1% 하락
주거비 제외 美 근원서비스 물가
2.7%로 팬데믹 이전 수준 복귀
연준 기조전환 가능성 일축에도
시장 낙관론 확산···국채금리 하락
미국 뉴욕시티 내 한 슈퍼마켓에서 한 고객이 물건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로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둔화를 넘어 하락으로 돌아서자 시장은 2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용 시장이 위축되지 않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연준이 예고한 것과는 다른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의 희망과 연준의 정책 간 충돌과 이 상황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가 올해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물음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CPI는 전년 대비 6.5% 상승하며 전월의 7.1%에서 오름세가 둔화됐다.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은 후 6개월 연속 하락이다. 휘발유 가격이 9.4%(전월 대비), 중고차가 2.5% 낮아진 것이 상승률 둔화를 이끌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5.7%로 석 달 연속 상승 폭을 줄였다.

다만 서비스 물가에 대한 과제는 남았다. 근원 서비스 CPI는 지난해 11월 6.8%에서 12월 7.0%로 오르는 등 지난해 7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 폭이 커졌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근원물가가 느린 속도로 둔화되는 점은 연준이 앞으로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12월 CPI가 월간 기준 0.1% 하락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월간 CPI가 떨어진 것은 2020년 5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매달 둔화하고 있다는 데이터는 분명하다”면서 “이는 미국 가정에 숨 쉴 공간을 더 많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있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해 11월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인플레이션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한 ‘주거비 제외 근원 서비스 물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집계를 바탕으로 주거비 제외 근원 서비스 CPI의 3개월 평균이 브루킹스 연설 당시 연율 7.1%에서 이달 2.7%로 하락하면서 팬데믹 이전 평균 수준을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의 조너선 러빈 칼럼니스트는 “파월 의장과 그의 동료들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고 주장하겠지만 이는 일종의 웅변조의 속임수”라며 “연준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무슨 말을 하든 인플레이션과의 전투가 거의 끝났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시장의 낙관론이 고조되면서 국채 수익률은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0bp(bp=0.01%포인트) 떨어진 3.45%로 낮아졌다. 사흘 연속 하락이다. 연준이 금리를 많이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세계 최대 채권 투자 업체인 핌코의 북미이코노미스트 티퍼니 와일딩은 “연준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으로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인플레이션 데이터에서 좋은 소식이 쌓이는 만큼 최종금리는 더 낮은 수준으로 내려올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당장 2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도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월 0.25%포인트 인상될 확률은 전날 76.7%에서 94.7%로 높아졌다. 0.5%포인트 인상될 확률은 5.3%에 그친다. 연준 인사들의 최근 발언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탰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한번에 0.75%포인트 씩 인상하던 시절은 분명히 지나갔다”며 “앞으로는 0.25%포인트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한 연준의 경계는 여전하다. 하커 총재는 “올해 어느 시점에는 기준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이고 우리는 통화정책이 작동하도록 그 자리에서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며 기조 전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는 “최선의 접근 방식은 가능한 한 빨리 최종금리에 도달하는 것”이라며 0.5%포인트 인상을 지지하기도 했다.

연준이 이미 되살아난 투자심리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건이다. 이날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흘 연속, 나스닥지수는 5거래일 연속 올랐다. 비트코인은 이날 7% 이상 올라 FTX 붕괴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때 1만 9000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는 최근 전미경제학회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대화에서 “시장은 인플레이션 하락 신호를 보면 마치 이미 2% 물가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움직이는데 이는 물가와의 싸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앞으로 시장의 흐름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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