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사건 실화 '교섭', 알고 보니 황정민X현빈 시너지 폭발 영화(종합) [SE★현장]
영화 ‘교섭’이 황정민, 현빈 두 배우의 폭발적인 시너지로 완성됐다. 최악의 피랍 사건이라는 소재는 배경일 뿐, 서로 다른 캐릭터가 연대해 가는 과정이 중심이다. 필사적인 과정 끝에 답을 찾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매료된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교섭’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배우 황정민, 현빈, 강기영과 임순례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교섭’은 분쟁지역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이 탈레반에서 납치되는 최악의 피랍사건에 교섭 전문 외교관 재호(황정민)과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이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야기다.
작품은 지난 2007년 샘물교회 선교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화되면서 각색됐지만 민감한 주제라는 것에 임 감독도 “주저했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동일한 사건을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미지의 땅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탈레반이라는 잔혹한 집단을 상대로 우리 국민을 지켜서 와야 하는 사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보면 기존의 국내 영화와 다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실화보다 영화의 허구적 인물에 집중했다. 임 감독과 ‘와이키키 브라더스’부터 인연이 있는 황정민은 “민감한 사안을 떠나서 임 감독님이 하자고 해서 무조건 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영화의 포문을 열어준 분이라 대본을 읽기도 전에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하나는 재호는 창작돼 있는 인물이다. 나라의 대표 직함을 갖고 있으면서 사람을 구해내야 한다는 에너지를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가장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현빈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자국민, 사람을 구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것을 바라봤다. 민감한 소재라고 해서 작품 선택에 좌지우지했던 것은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 나라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인 만큼 조사는 철저히 했다. 임 감독은 “아프가니스탄은 한국인들에게 낯선 나라다. 나도 그곳이 중동이고 아랍어를 쓰는 나라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준비하며 역사, 문화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다”며 “수천 년 동안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을 당한 곳이라 마음이 아팠다. 왜 탈레반이 생기게 됐고 그들이 어떤 과정에서 투쟁을 하게 됐는지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황정민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자료들이 많지 않았다”며 “감독님이 공부했던 책을 주면서 읽어보라고 했다. 실제로 아프간에 가서 다큐멘터리를 찍은 분을 초청해서 함께 영상을 보며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고 준비 과정을 이야기했다.
아울러 임 감독은 “실상을 그리는 데 있어서 왜곡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은 없다. 영화를 위해 과장한 것은 없다”며 “그들이 항의할 부분은 없을 거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작품은 한국 영화 최초로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다. 현지 촬영은 불가능해 가장 비슷한 풍광을 가진 요르단을 촬영 장소로 선택해 리얼리티를 살렸다. 임 감독은 “요르단은 풍경적으로 비슷하기도 하고 중동 지역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이기도 하다. 헐리우드와 많은 영화를 찍었던 적이 있어 여러 인프라가 있어서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의 속도는 빠르다. 한국인 인질을 납치한 직후 탈레반이 최초 통보한 살해 시간 24시간을 기점으로 촉박하게 흘러간다. 인물들은 국민이기 때문에 국민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향해 달려간다.
정반대 스타일의 인물들이 대립하고 협력하는 과정이 흥미를 이끈다. 황정민이 연기하는 재호는 원칙주의와 신념 하나로 움직인다. 현빈이 맡은 대식은 이라크 사태 때 눈앞에서 인질을 구하지 못한 트라우마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질을 구하는 목표만을 바라본다.
현빈은 “대식은 같은 과오를 남기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도 절박하다. 재호와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면서 차이점과 다툼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같다는 걸 안다”며 “대식은 지역에 버려지다시피 혼자 있었는데 누군가가 합심에서 있다는 것 자체로 힘이 되고, 본인이 못하는 것에 대해 의지하고 대신 처리해 주기도 한다”고 고조되는 브로맨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기영이 맡은 통역 전문가 카심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임기응변의 달인인 그는 최종 협상 현장의 필사적인 순간까지 함께한다. 황정민은 “중간에서 카심이 정말 많은 역할을 했다. 재호와 대식이 우정으로 갈 수 있는 디딤돌”이라고 말했다. 현빈은 “카심은 대식이 이 사건을 통해 만나게 된 동생 같은 사람이다. 이후에는 대식이 덜 외롭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강기영은 통역가를 연기하기 위해 직접 원어민에게 파슈토어 지도를 받았다. 그는 “발음이 완벽한지는 아무도 모를 거다. 생소한 언어라 의미까지 이해하지 못하고 노래 가사처럼 달달 외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국민의 안전과 교섭도 중요하지만 카심에게는 통역에 대한 정산도 중요하다. 극이 점점 고조되는 시점에 조금이나마 윤활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작품의 또 하나의 포인트는 액션이다. 특히 현빈은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맨몸 액션은 물론이고, 달리는 차에 매달리거나 거친 오토바이 액션을 펼쳤다. 현빈은 ‘공조1’에서도 비슷한 액션 연기를 펼친 것에 대해 “‘공조1’의 자동차 신은 내 의지로 매달렸고 이번에는 밀려서 매달리게 된 것이다. 더운 날씨에 촬영했던 것이 떠오른다”며 “‘교섭’ 때 촬영이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감정으로 스펙터클함을 대체했다. 임 감독은 “마지막 30분의 진검승부가 중요하다. 재호는 의자에 앉아서 움직이지도 않고 대사와 연기만으로 긴장감을 이끌고 가야 한다”며 “나도 영화를 보면서 ‘역시 그래서 황정민 황정민 하는구나’ 느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 때는 황정민이 나보다 경험이 적었지만 ‘교섭’은 나보다 경험이 많아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교섭’은 올해 포문을 여는 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빈은 “‘교섭’으로 다운돼 있는 한국 영화가 다시 번창하고 관객들이 극장에 올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황정민은 “관객들과 만나는 순간도 큰 인연이다. 코로나 때문에 2년이 지나 개봉하는 것도 인연”이라며 “이때니까 개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절박하고 절실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임 감독은 “3년 동안 한국 영화계가 불황에 시달렸는데 우리 영화로 인해 전진했으면 한다”며 “황정민이 실리를 따지지 않고 명분을 선택했지만, 그에게도 실리가 돌아가길 바란다”고 높은 성적에 대한 바람을 내비쳤다. 오는 18일 개봉.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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