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오세훈·윤희근 ‘윗선’ 못 건든 특수본···‘검찰의 시간’은 다를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해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3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한 것을 끝으로 두 달 넘게 이어진 수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특수본 수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수사를 주도한 첫 대형 재난사건으로 수사결과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500여명의 수사 인력이 투입된 특수본은 ‘윗선’의 혐의를 밝혀내기는커녕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나 압수수색조차 진행하지 않아 ‘꼬리자르기’ ‘면죄부 부여 수사’라는 불명예를 덮어쓰게 됐다.
특수본은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혐의 처분하고, 윤희근 경찰청장 또한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이 장관에 대해서는 “(행안부에)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참사를 예견하고 막을 가능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서울시장과 경찰청장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수사를 종결했다. 특수본은 경찰 4명과 용산구청 공무원 2명 등 총 6명을 구속송치했다. 신병을 구속한 최고위급은 경찰 조직에선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행정조직에선 박희영 용산구청장이다.
특수본은 출범 초기부터 상급 기관에 대한 수사에 유달리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책임 회피성 발언을 쏟아내 참사 희생자 유족은 물론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온 이 장관이 속한 행안부는 참사 발생 19일이 지난 지난해 11월17일에야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늑장수사로 일관했다. 그나마도 장관 집무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쏙 빼놓는 등 불가침 영역처럼 다뤄졌다. 같은 날 진행된 서울시에 대한 압수수색도 시장실은 제외하는 등 형태는 동일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행안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한 특수본의 이 같은 소극적 수사 행태는 수사 초기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의 원인을 경찰에 지우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안전사고 예방 책임은 경찰에 있다”고 질타한 바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통령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준 셈”이라고 했다. 실제로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선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다음날인 11월8일 청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를 보였다. 다만 특수본은 윤 청장에 대해서도 이 장관과 마찬가지로 한 차례의 출석 조사도 없이 내사 종결 처리해 ‘팔이 안으로 굽었다’는 혹평을 듣게 됐다.
참사 발생 초기 번진 각종 음모론도 갈 길 바쁜 수사의 발목을 잡았다. 특수본은 이날 이른바 ‘토끼 머리띠’, ‘각시탈’, “밀어 밀어” 선동자 등 유튜브 등을 통해 퍼진 참사 원인 관련 7가지 의혹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 단계의 특수본 수사가 ‘용두사미’로 결론 나면서 시선은 이제 검찰로 쏠린다. 경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특수본 수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행안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도 수사선상에 올려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대형 참사에 대한 1차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줬던 검찰은 지난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으로 사실상 재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벌써부터 강도 높은 보강 수사에 착수했다.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꾸린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0일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서울경찰청·경찰청 등 10여개 기관을 압수수색했다. 특히 경찰청에 대해선 이틀에 걸쳐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검찰이 송치사건을 보강하는 단계에서 경찰이 이미 압수수색한 대상에 대해 재차 강제수사를 벌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검찰은 이날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들을 불러 피해자 진술을 청취했다. 검찰은 특수본 수사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수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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