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美연준 속도조절 시작"… 韓 최종금리 3.5%서 멈출수도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양세호(yang.seiho@mk.co.kr) 2023. 1. 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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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베이비스텝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3.5%로 결정했다. 왼쪽부터 박기영·주상영·조윤제, 이 총재, 서영경·이승헌·신성환 위원.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해 첫 회의에서 7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최종 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전한 고물가 추세와 한미 간 금리 폭을 감안해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아직은 우세하지만, 뚜렷한 경기둔화 움직임을 감안해 현재 수준에서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도 최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들 의견도 팽팽하게 나뉘어 향후 열릴 금통위 회의에서 이 총재가 캐스팅보터로서 어떤 결정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13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기준금리는 2008년 11월(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번 회의에서 주상영 위원과 신성환 위원은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인상 배경을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인 5.1%를 기록했고 당분간 5% 내외의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선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라는 문구가 빠지고 '긴축기조 유지'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이날 인상 폭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한 만큼 관심은 최종 금리 수준으로 옮겨간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기준금리 최종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중 3명은 3.5%로, 나머지 3명은 3.75%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1월 회의에서는 각각 3명, 2명이었지만 추가 인상에 무게를 둔 금통위원이 한 명 더 늘어난 것이다. 금통위원 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며 다음달 열릴 회의에서 이 총재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초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를 뛰어넘을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일단은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많다. 이 총재도 이날 "올해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미 간 금리차도 염려된다. 이날 결정으로 금리차는 1%포인트로 줄어들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다음달 2일 금리를 재차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 위축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해 4분기 경제가 역성장했고, 올해 성장률도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1.7%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가 또다시 오르면 경기둔화가 가속화될 염려가 있다. 기준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부담도 커진다. 한은이 2021년 8월 이후 1년5개월간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리며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은 64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격하게 침체된 부동산시장 상황도 부담 요인이다. 부동산 경기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을 감안해 시장 연착륙을 위해 한은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총재는 "부동산시장은 미시적으로 재정정책을 통해 접근해야 하는 영역"이라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재정정책 및 정부 규제정책 등이 우선시된 다음 한은이 부분적인 유동성 공급 등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금리정책으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시장의 신용위험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레고랜드발 단기 자금시장 경색과 같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비우량 채권,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담보부 기업어음(PF-ABCP) 등에 대해서는 높은 신용 경계감이 유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한은은 이날 대출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와 공공기관 채권을 포함시키는 단기 금융시장 안정 조치 시한을 이달 말에서 4월 말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보폭을 기계적으로 따라가야 할 이유가 줄었다는 것도 동결 전망을 뒷받침한다. 연준이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선 만큼 국내 경기를 돌아볼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연준이 페이스를 조절하기 시작했다"며 "기본적으로는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 간 평가도 엇갈린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전날 나온 물가 상승률이 6.5%인데 목표치인 2%까지 멀었기 때문에 추가 인상을 할 것으로 예측한다"며 "한은 역시 올해 전반기까지 한두 차례 추가 인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완화되고 있고, 미국도 최근 물가가 꺾이는 게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경기가 냉각된다고 예측된다"며 "이 같은 추세를 보면 추가 인상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이날 한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등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097%포인트 내린 3.369%에서 마감돼 단기금리인 기준금리 3.5%보다 낮아졌다. 10년물 금리도 0.112%포인트 내린 3.300%로 거래를 마쳤다.

[류영욱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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