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포비아'… 공공임대에 청년 2만명 몰렸다

연규욱 기자(Qyon@mk.co.kr) 2023. 1. 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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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서울 매입임대 50가구
경쟁률 418대1, 석달새 5배
빌라왕 전세사기 공포 확산
다세대 임대거래 4년래 최소

◆ 전세사기 공포 ◆

새해 들어 처음 실시된 청년 공공임대 청약 경쟁률이 400대1을 웃돌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87대1에 그쳤던 지난해 9월 모집 경쟁률에 비해 5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른바 '빌라왕 사태'로 피해자들이 속출하자 전세사기 걱정이 없는 공공임대로 청년들이 내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 4일 마감된 서울 지역 청년 매입임대주택 50가구에 입주를 신청한 인원은 총 2만903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려 418.1대1의 평균 경쟁률이다. 청년 매입임대주택은 LH에서 매입한 주택을 청년층(19~39세)에 주변 시세의 40~50% 수준으로 임대하는 공공주택이다. 주로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주택(빌라)과 오피스텔이 활용되고 있다. 2021년부터 해마다 4차례씩 공급하는 청년매입임대의 경쟁률은 그동안 세 자릿수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알짜 지역 주택이 많았던 지난해 8월 모집에 102.3대1로 반짝 올랐지만, 9월 모집에선 다시 87.9대1로 소폭 낮아졌다. 그러다 올해 첫 모집에 갑자기 경쟁률이 치솟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작년 10월부터 빌라왕 사태에 따른 세입자 피해가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주요 피해자층인 청년들 사이에서 안전성이 담보되는 공공임대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아파트 전세대출 부담도 높은 경쟁률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민간 전세는 빌라왕 김 모씨의 사망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수면으로 떠오른 지난해 10월 이후 급격히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는 4893건으로 한 달 만에 1019건(17%) 줄었다. 서울에서 다세대·연립주택의 월간 전세 거래량이 5000건을 밑돈 것은 2018년 12월 이후 3년11개월 만이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공공임대주택으로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라며 "특히 다세대주택 위주인 매입임대 경쟁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빌라 전세사기 사태에 따른 청년들의 자산 손실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년매입임대뿐 아니라 신혼부부들을 위한 매입임대(서울) 역시 27.4대1로 역대 최고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과 더불어 빌라왕 김 모씨의 전세사기 주 무대였던 인천 역시 공공임대 경쟁률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이달 초 LH 인천지역본부에 공급한 4차 청년매입임대는 14가구에 1385명이 지원하며 98.9대1의 최고 평균경쟁률을 기록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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