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 겨누지도 못하고…용두사미로 끝난 이태원 특수본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위지혜(wee.jihae@mk.co.kr) 2023. 1. 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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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손제한 특별수사본부장이 수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불송치 각하 예정입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3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 지 73일 만에 마무리 지었다. 경찰, 소방, 용산구청 등 23명(구속 6명)을 입건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행안부, 서울시 등 상급 기관 수뇌부를 향한 수사는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민 장관이나 윤희근 경찰청장은 서면조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손제한 특수본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고 당일 인파가 급증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졌고, 군중 압력에 의해 158명이 질식 등으로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면서 "경찰, 지방자치단체,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예방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고 당일 적절한 조처를 하지도 않아 다수의 인명 피해를 초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여러 기관 관계자의 공동 과실이 하나의 범죄를 일으켰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태원 참사는 한 명의 과실로 재난이 발생하기 어려워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힘든 점이 있었다. 특수본은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과제를 '과실범의 공동정범' 카드로 풀었다. 혐의가 무거운 피의자를 구속하는 성과도 올렸다.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비롯한 구청·경찰 간부 4명을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한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용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핼러윈 위험분석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을 포함한 경찰 정보라인 간부 2명도 구속 송치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73일간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윗선 책임 소재를 규명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수사로 입건된 '윗선'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까지였다. 김 서울청장은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혐의로 서울청 간부 3명과 함께 불구속 송치됐다.

특수본은 이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 청장을 무혐의로 판단했다.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경찰법상 지역 내 다중혼잡 상황에 대해서는 자치경찰사무가 명확해 경찰청이 이를 보고받거나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이태원 사고와 같이 특정 지역 다중운집 상황에 대해서는 직접 지휘·감독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날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500명이나 되는 거대 조직을 가지고 이거밖에 못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이날 브리핑 현장에는 공학 전문가들이 참석해 참사 현장을 과학적으로 재연했다. 박준영 금오공대 교수는 "그날 압사 현장에서 피해자들이 받은 압력은 최소 2200N(뉴턴)에서 5500N으로 분석된다"면서 "이 경우 220~500kg 압력에 짓눌려 있었던 셈"이라고 했다. 참사 당일 폐쇄회로(CC)TV에는 수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자신의 의지로 걸을 수 없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포착됐다.

박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 참사 골목길에 800명이 진입할 경우 막힘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방통행으로 바꿨을 때 1000명이 가도 막힘이 없다"고 했다. 사고 당일 현장 골목에는 무려 1800명이 몰린 것으로 추산된다. 용산구청, 경찰 등 관계기관의 사전 대응이 아쉬운 대목이다. 김 대변인은 "인파 관리 관련 내용을 상부로 보고해서 일방통행 등 조치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를 마치고 조만간 해산할 계획이다. 중앙긴급구조통제단(중앙통제단) 운영 관련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입건된 소방청 간부들에 대해서는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로 넘겨 수사를 이어가도록 할 방침이다. 해밀톤호텔 소유주 일가의 업무상 횡령 혐의는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서 맡는다. 검찰은 특수본에서 넘겨받은 23명에 대한 보강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소속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들은 "봐주기 수사로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종결됐기 때문에 이제 특검 수사는 불가피해졌다"며 "국회 추천 특검을 통한 객관적 수사가 이뤄질 수 있게 여야 지도부가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강영운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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