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50%로 7회 연속↑…금융시장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일 것"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7회 연속 올린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인상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망 이유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이하 통방문)에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부각됐다는 점을 지목했다.
◆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13일 오전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한 3.50%로 결정했다.
이로써 한은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게 됐다. 아울러 200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 수준을 이어갔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배경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결정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이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둔화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한 주요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소비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약화됐으며, 유로지역은 소비와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역성장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중국은 예상보다 빨리 방역정책을 완화했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심화되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면서 미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등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대체로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통화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가 상황에 대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월에도 5.0%의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며 "석유류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전기‧가스 요금 인상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2월에 4.1%로 소폭 하락하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8%로 둔화됐지만. 그 수준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누적된 비용상승 압력이 공공요금, 가공식품 가격 등에 반영되면서 1~2월 중 5% 내외를 나타내다가 이후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연간으로는 11월 전망치 3.6% 내외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다만 향후 물가 전망에는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폭,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시장전문가들 "기준금리 인상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
금융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준의 기준금리 인상인 만큼 통방문에 관심을 집중했다.
시장전문가들은 통방문과 금통위원들 중 2명의 동결 소수의견이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올해에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동결 기조를 유지하다가 올해 연말쯤 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원 불가능성 정리에 따르면, 모든 중앙은행은 환율정책과 통화정책 간 우선순위를 매길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정책 대응에 나서게 된다"며 "이번 통방문에서는 '외환 부문 리스크' 문구가 삭제되며 본격적으로 대내 요인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대내 요인 중 경기 하방 리스크가 크게 부각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번 통방문에서는 추가 금리인상 조건에 대해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 효과'라는 문구가 추가되며 인플레이션 리스크보다 먼저 적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더해 총재는 올해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급했고, 통방문에서 소비에 대한 평가는 '회복 흐름'에서 '회복 흐름 약화'로 하향조정했다"며 "민간 소비 약화는 그간 물가의 상방 리스크로 지목됐던 서비스 물가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진단했다.
즉,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의 무게추가 점차 물가에서 경기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강 연구위원은 "향후 물가 궤적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의 경계감은 유지했지만, 인플레이션 관련 문구가 '인플레이션 지속'에서 '인플레이션 둔화'로 수정됐다"면서 "적어도 한국은행 역시 물가 피크 아웃(Peak out: 정점 통과)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은이 경기 하방 리스크를 강조하고 물가 피크 아웃을 인정한 까닭은 그간의 금리인상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금리인상 효과를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어도 '연속 금리인상의 시대'는 끝났다는 판단"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금통위 일정은 2월과 4월, 2월 금통위 금리인상이 없다면 추가 인상 여부는 4월에 결정될 것"이라며 "결국 1분기 지표가 핵심 결정 변수"라고 밝혔다.
김지나 유지투자증권 연구위원도 강 연구위원과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올해 기준금리 인상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한은 금통위는 예상대로 동결 소수의견을 제시했다"며 "인상의 배경은 고물가였지만 성장에 대한 우려가 이전에 비해 짙어졌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총재의 발언은 다소 모호했다. 시장 기대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된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되, 인상에 확신을 줄 만한 발언도 없었고, 인하 가능성도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물가 수준만을 고려했을 때는 인상이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성장을 함께 고려한다면 이 정도 수준에서 멈추어도 무방하다는 의미"라며 "향후 기준금리 경로는 인상보다는 동결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1월 금통위에서 가장 특징적인 변화는 '성장 위험'에 대해 진지해졌다는 점"이라며 "지난 11월 경제전망에서 이미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하향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위원은 "통방문에서도 향후 금리 결정에 있어서 고려해야할 점들 중 성장 위험과 금융 안정 리스크를 물가보다 먼저 기술한 점이 눈에 띈다"며 "물가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성장을 함께 고려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고 풀이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 역시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채권시장은 기자 회견보다 통방문에 포커스를 뒀다"며 "매우 도비시(dovish: 비둘기)한 통방문이 인상적"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물가에 대한 경계감이 높았던 작년 11월 금통위 통방문과는 확연한 온도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은 중립적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총재는) 물가의 목표 수준 수렴에 대한 확신이 있기 전까지는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며 "향후 중국 경제의 회복 정도와 물가 영향, 국내경제의 하방압력 정도를 지켜보며 금리정책을 결정하겠다는 기존입장도 고수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다만 채권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금통위 직후 국고채 3년물은 3.40%대 하향 돌파 후 장중 3.340%로 거래되며 기준금리인 3.50%를 크게 하회했다"며 "인상 사이클 종료와 물가하락 가능성에 금리하락에 대한 베팅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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