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굴욕해법’에 커지는 분노…정부는 가속페달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본 정부의 새 방위 전략을 옹호하고, 우리 기업이 내는 기부금으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매듭짓겠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날 외교부는 국회에서 한 토론회에서 일본제철 등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전범 기업 대신 우리 기업이 내는 기부금으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내용을 담은 방안을 발표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제동원]
일본 정부의 새 방위 전략을 옹호하고, 우리 기업이 내는 기부금으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매듭짓겠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론을 살피지 않은 채 한-일 관계 개선에 과속하면 반발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3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일제 강제동원피해자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 장관은 강제징용 문제 등 한일 간 현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해법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마친 바로 다음 날 일본 쪽과 의견 교환에 나서며 속도를 낸 것이다.
전날 외교부는 국회에서 한 토론회에서 일본제철 등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전범 기업 대신 우리 기업이 내는 기부금으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내용을 담은 방안을 발표했다. 외교부는 이 자리에서 일본 전범기업의 사죄와 배상 없이도 이 방침을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피해자 쪽에서는 “일본 책임을 즉시 면책해주는 것”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일본 입장에 선 듯한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에게서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일본 정부의 방위비 증액에 관해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핵이 올 수 있는데 그걸 막기 쉽지 않다. 누가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방위비 증액과 적 기지 공격 능력 강화를 담은 일본 정부의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사실상 옹호한 발언이었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 격화와 남북 긴장 강화 속에 ‘한-미-일 협력 강화’ 기조를 내건 윤석열 정부가 대일 관계 회복에 과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래 한국 외교는 미국과 일본밖에 없었다”며 “한·미·일이 지금처럼 묶이면, 북·중·러도 서로 묶일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한반도가 신냉전 구도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이날 <한겨레>와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외교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관해 “국회와 피해자의 동의를 건너뛰고 강제동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정부가 무슨 일정에 맞추려는 것처럼 촉박하게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나중에) 일파만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미·일 협력이라는 대전제에서 벗어나는 강제동원문제 등은 부수적으로 여긴다는 지적도 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은 “한-일 관계 복원이라는 큰 그림을 먼저 그려 놓고 거기에 강제동원과 같은 퍼즐을 맞춰나가고 있는 것 같다”며 “문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낮아 일본이 양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그림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비판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아직 최종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우려와 비판에 대한 입장도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부터 일본 눈치만 보는 굴종 외교가 계속되면서 강제징용(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가 아주 잘못된 길 가고 있다.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라면 간 쓸개 다 내주겠단 태도를 보이는 저자세 굴종외교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쪽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발표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기준금리 어디까지?…금통위원 3명 “동결” 3명 “새달 인상”
- “이렇게 세게 나올지 몰랐다”…‘파문’ 나경원 벼랑 끝 선택은?
- [영상] 이태원 그날 그 골목…1㎡당 11명 밀집, 0.5t 힘에 눌려
- 해임된 나경원 “대통령 뜻 존중”…당대표 출마 여부는 안밝혀
- 노란봉투법이 필요한 이유, 법원이 판결로 말했다 [뉴스AS]
- 일가족이 줄초상인데…코로나 사망 ‘하루 1명’이라는 중국
- “일본 위한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 폐기하라” 촛불 든 시민들
- “고은 복귀, 문단 카르텔 작동 결과…누가 권력자인지 보여줘”
- 이재명 “쌍방울 김성태 얼굴도 본 적 없다…황당무계”
- 국민 10명 중 7명 코로나 감염 경험…98.6% 항체 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