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에 만나요~"… 침묵의 CM송 소비자 사로잡았다
'부라보콘' 시장 점유율 쑥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국민 CM송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이 지난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용으로 다시 만들어지면서 해당 제품 시장점유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라보콘뿐만 아니라 1980~1990년대 새우깡 맛동산 빠삐코 같은 과자·빙과류, 최근 연두(액상조미료)나 하이뮨(단백질음료)을 비롯한 식품 시장에서는 유난히 제품 흥행에서 주연급 역할을 한 CM송이 많아 눈길을 끈다.
13일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 6월 제작 방영한 부라보콘의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 광고가 지난 5일 열린 제20회 서울영상광고제에서 사운드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 광고에선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 이적, 이영현, 에이핑크 정은지가 등장하지만 이들은 목소리가 아닌 수어로 CM송을 불렀다. 광고를 제작한 펜타클 관계자는 "국민 CM송인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을 청각장애인은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는 점에 착안해 수어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수어 CM송 광고 캠페인이 시작된 지난해 6월 콘 아이스크림 내 부라보콘의 시장점유율은 19.4%로 1년 전(14.4%)에 비해 5.0%포인트나 상승했다. 광고 시청 전후 부라보콘 브랜드 호감도는 종전 67.7%에서 80.3%로 12.6%포인트 증가했다.
식품업계에서는 1등 제품을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CM송이 많다. 샘표의 액상조미료 연두는 "연두해요~ 연두해요~ 요리할 땐 모두 연두해요"라는 CM송이 만들어진 이후 매출이 급상승한 대표 사례다. 연두는 2010년 출시됐지만 2년간 연 매출이 10억원대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2년 뒤 제품을 리뉴얼하고 CM송을 붙이자 첫해 매출 43억원을 기록했고, 이듬해엔 147억원으로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2020년 단백질음료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지만 2년 만에 1위 자리를 꿰찬 일동후디스의 하이뮨은 트로트 가수 장민호가 "하이~ 하이~ 하이뮨이야" CM송을 부르면서 고령층 소비자에게 제품 브랜드를 강하게 인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미각 등 신체감각 반응이 중요한 식료품에서는 소비자 무의식을 파고드는 CM송의 힘이 더욱 클 수 있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CM송은 반복을 시켜서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멜로디와 가사를 흥얼거리게 만든다"면서 "무의식과 의식을 넘나들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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