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찾은 53세 최경주 "어게인 2008년"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척추를 교정한 뒤 불편한 곳이 사라졌다. 덕분에 연습도 원 없이 하고 있다. 골프는 멀리 보낸다고 잘 치는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성적을 내는지 알고 있다. 베테랑의 노련함을 앞세워 정상을 다시 한번 차지하고 싶다."
올해 53세가 된 '한국산 탱크' 최경주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50세 이상 선수들이 뛰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가 아닌 PGA 투어 우승에 다시 도전하겠다. 후배들의 우승을 보며 자극받았다. 열정이 불타올랐다"고 밝혔다.
그리고 본격적인 도전의 무대로 삼은 2023년 첫 풀필드 대회인 소니오픈 1라운드 첫날부터 최경주는 자신이 말한 자신감을 성적으로 증명해냈다.
13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라에 컨트리클럽(파70·7044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최경주는 버디 5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내며 4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이날 일몰로 인해 출전 선수 144명 중 10명이 경기를 다 끝내지 못한 가운데 최경주는 조던 스피스, 크리스 커크(이상 미국) 등 6언더파 64타를 친 공동 선두 그룹에 2타 뒤진 공동 11위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오랜만에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최경주는 "2008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생각이 나서 그런지 즐겁게 경기했다"고 돌아본 뒤 "이번주 사실 출전 자격이 없었지만 소니에서 특별히 초청해줘서 첫 라운드를 잘한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오늘 실수가 몇 번 있었지만 퍼트로 잘 커버한 것 같다. 오늘 대체로 그린을 읽는 게 편했고 남은 3일도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경기 내용을 보면 최경주의 노련미가 돋보였다.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287.7야드로 출전 선수 중 129위, '최장타'도 313야드로 142위에 머물러 최하위권이었다. 하지만 페어웨이 적중률 1위(78.57%), 그린을 놓쳤을 때 파를 잡아내는 스크램블링 20위(75%), 그린 주변 벙커에서 파를 잡아내는 샌드세이브 35위(66.67%) 등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중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야말로 '흠' 없는 골프를 구사했다.
최경주는 지난 시즌 PGA 투어 3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모두 컷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하지만 올해 척추를 교정한 뒤 트레이드마크인 페이드샷을 되찾으며 2019년 RBC 헤리티지 공동 10위 이후 약 4년 만에 PGA 투어 톱10뿐만 아니라 통산 9번째 우승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이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7명 중 최경주보다 높은 순위는 '신인' 김성현 한 명뿐이다. 김성현은 16번홀까지 버디 5개를 잡았지만 2홀을 남기고 일몰로 경기를 중단해야 했다. 티샷이 흔들리며 페어웨이 적중률은 53.85%에 불과했지만 보기 없는 경기를 펼쳤다. 볼이 세 차례 그린 주변 벙커에 빠졌으나 모두 파를 잡아냈고 네 차례 그린을 놓쳤지만 정교한 숏게임으로 타수를 잃지 않았다. 경기 내용만 보면 베테랑 선수의 모습이었다.
김시우는 3언더파 67타로 러셀 헨리(미국)와 공동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경훈은 1언더파 69타 공동 53위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PGA 투어에 복귀한 안병훈은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공동 79위에 머문 가운데 '한국 선수 세계랭킹 톱2'인 임성재는 1타를 잃고 공동 101위에 자리했다. 세계랭킹이 14위로 오르고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와 계약하며 PGA 투어 흥행 카드로 떠오른 김주형은 2오버파 72타로 공동 115위에 그쳐 우선 컷 통과를 걱정하게 됐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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