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금리 인상 감속한다...韓銀도 4% 안 넘는다고 시사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시작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머지않아 종착역에 도착할 것이라는 신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금리 인상을 주도한 미국이 41년 만의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고, 다급해서 가팔랐던 금리 상승의 후폭풍으로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의 12월 물가 상승률이 6.5%로 13개월 만에 6%대로 하락했다는 발표가 나온 것을 계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론’에 힘이 붙기 시작했다. 한국은행도 13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끌어올렸지만, 연 4%대까지는 올리지 않겠다고 시사했다.
◇연준, 감속 가능성 94.7%
미국 언론들은 작년 12월 물가가 6%대로 떨어지면서 연준이 2월에 열리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작년 5월부터 12월 사이 6차례 FOMC에서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올리며 속도를 높였지만, 보폭을 줄일 것이라는 것이다.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은 12월 물가를 반영해 2월에 0.25%포인트 인상 확률을 하루 만에 76.7%에서 94.7%로 끌어올렸다.
12월 물가 발표 직후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 동결’이란 표현을 사용해 관심을 모았다. “금리 인상은 계속된다”는 하나의 목소리만 나오던 연준 상층부에서 드디어 동결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이제 0.25%포인트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며 “그리고 올해 어느 시점에는 (금리를) 동결해도 통화 정책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경기 침체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연준이 이미 승리한 전투(물가 제압)를 계속하면 경제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며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연준은 아직 물가가 높은 상태라며 피봇(pivot·통화 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월가에서는 올 하반기에는 연준이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연준이 올해 연말 금리를 연 5.1%로 제시했지만,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 들어 하락을 거듭해 3.4%대까지 낮아졌다. 페드워치툴은 올해 말 금리가 5%를 넘어설 확률은 1.7%에 불과하다고 예측했다. 4%대일 확률을 92.5%로 예측했다.
◇한은 “최종 금리 3.5% 또는 3.75%”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브리핑에서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해 “금융통화위원 6명 중 3명이 당분간 연 3.5% 수준에서 동결하자고 했고, 3명은 연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쯤에서 멈추자’와 ‘한 번은 더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이 3대3으로 팽팽했지만, 4%대까지 금리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견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3.75%를 이야기한 위원들도 반드시 올려야 한다기보다 배제하지 말자는 의견이었다”고 했다.
금융통화위원들이 금리 인상이 거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보는 이유는 경기 둔화 흐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갑작스러운 중국의 코로나 정책 완화로 중국 경제가 단기적으로 예상보다 나빠졌고, 국내에서도 12월 소비 감소가 예상보다 컸다”고 했다. 이날 한은이 금리를 결정할 때도 금융통화위원 가운데 2명(주상영·신성환)은 연 3.25%에서 동결하자는 소수 의견을 냈다.
한은 안팎에서는 작년 7월 이후 미국과 금리가 역전됐는데도 별다른 자본 유출이 없어서 미국 금리를 추격해야 할 필요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9~11월 달러당 1400원대로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하락(원화 가치 상승)해 이날은 1241.3원까지 하락했다. 작년 5월 31일 이후 가장 낮은 환율이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기가 끝나간다고 시사하면서도 피봇까지 기대하는 심리는 막았다. 그는 “연내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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