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고난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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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대 스토아학파 철학자 가이우스 무소니우스 루푸스(?~101)는 네로 이후 무력으로 황권을 거머쥔 폭군들이 이어지던 1세기 무렵 권력자들에게 밉보여 유배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이 때문에 무소니우스는 "인생의 고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라"고 훈계하고 권고한다.
무소니우스는 땅을 경작하는 것, 곧 우리 모두를 낳고 키운 대지로부터 직접 생계를 구하는 것이야말로 '자연과 일치하여 사는 것'이며 철학자에게 가장 적합한 생계 방식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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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삶
어느 스토아 철학자의 건강한 생활 원칙
가이우스 무소니우스 루푸스 지음, 서미석 옮김 l 유유 l 1만2000원
로마 시대 스토아학파 철학자 가이우스 무소니우스 루푸스(?~101)는 네로 이후 무력으로 황권을 거머쥔 폭군들이 이어지던 1세기 무렵 권력자들에게 밉보여 유배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제자인 루키우스가 그의 가르침을 강연집으로 엮은 것이 스토바이오스의 <선집>에 수록되어 전해진다. <소박한 삶>은 서양 고전 전문 번역가인 서미석이 그중 일부를 뽑아 재구성하고 우리말로 옮긴 책이다. 옮긴이는 2천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마음에 새길 수 있는, 무소니우스 철학이 지닌 실천적 성격에 주목했다.
무소니우스는 “실천은 행동하게 하지만 이론은 말할 수 있게 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론은 무엇이 옳은(좋은) 것인지 알게 해주기 때문에 실천보다 우선하지만, 실제적인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오직 실천이다. 따라서 실천이 이론보다 더 효과적이고,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천은 이론에 따라 행동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의 습성이라 할 수 있다. 무소니우스는 “우리 모두는 본래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고귀하게 살도록 창조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적 수행, 곧 그 구실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갈고 닦는 노력이 없다면, 타고난 본성은 악습에 물들어 타락하고 만다. 이 때문에 무소니우스는 “인생의 고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라”고 훈계하고 권고한다. 가치 없는 것들을 위해서도 온갖 고난과 고생을 자처하는데, 최선이자 최고의 의무인 선과 정의와 절제를 이루기 위해 “굳건히 버티며 견디는 것”이 훨씬 더 이치에 맞다는 가르침이다.
이처럼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스토아 철학자의 주장은 현대 물질주의 시대를 사는 독자들에게 되레 큰 울림을 주며, 오늘날 생태주의, 미니멀리즘을 주장하는 흐름과도 공명한다. 무소니우스는 땅을 경작하는 것, 곧 우리 모두를 낳고 키운 대지로부터 직접 생계를 구하는 것이야말로 ‘자연과 일치하여 사는 것’이며 철학자에게 가장 적합한 생계 방식이라고 말한다.
그는 식습관과 먹거리에 관해서도 강조했는데, 이를테면 “육식을 많이 하는 사람은 사고력도 더 둔해 보인다”며 가볍고 저렴한 음식을 절제하며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식뿐 아니라 의복과 집, 세간살이 등에 대해서도 사치스러운 것을 악덕과 불의의 모습이라 비판하고, ‘고난을 견디는’ 소박함을 강조했다. “딸도 아들과 똑같이 교육해야 한다”, “여성도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 등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로 간주되던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성평등 의식도 드러낸다. 실제로 무소니우스는 신분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제자로 가르쳤다. 명백하고 명쾌한, ‘모든 이’를 위한 실천 철학의 단단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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