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배상' 정부안 골격 나왔는데… 향후 절차는? 문제는 없나?

노민호 기자 2023. 1. 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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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정시 포스코 등 우리 기업이 재원 마련에 우선 나설 듯
日기업 참여하더라도 '사과' 미지수… "피해자 설득 관건"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 2023.1.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한일 간 최대 갈등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를 풀기 위한 정부안의 '골격'이 마침내 공개됐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에라도 정부가 마련한 해법이 공식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배상금 재원 마련 방식 등을 놓고 정부와 피해자 측 간의 이견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일본의 '호응'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단 이유로 관련 절차를 '너무 서둘러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부가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공개토론회를 계기로 우리 대법원으로부터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전범 기업들 대신 '제3자', 즉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주체가 돼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임을 공식화했다.

재단은 최근 정관을 개정해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 지급 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거도 담았다.

우리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11월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2곳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을 지급하란 판결을 내렸다. 이들 판결에 따라 배상금을 받아야 할 피해자는 현재 15명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간 '강제동원 피해배상 등의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측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모두 해결됐다'며 우리 대법원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단 입장을 고수해왔고, 이 때문에 일본 기업들과의 배상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 2023.1.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정부는 재단을 통한 배상금 변제가 진행될 경우 한일 양국 기업의 기부금 등으로 그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의 참여를 담보할 수 없단 얘기다.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에서 재단이 배상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안에 합의해줄지도 미지수다.

따라서 재단의 배상금 재원은 우선 포스코·한국전력·외환은행(현 하나은행) 등 한일청구권협정 관련 국내 수혜 기업의 기부금으로 충당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안팎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 2012년 재단에 1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발표한 뒤 현재까지 60억원을 이미 기부했고, 이 돈의 예금 이자는 현재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금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은 나머지 40억원의 기부가 마무리되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 변제 등에 활용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자 측에선 그간 '어떤 해법이든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포스코 등 우리 기업만의 기부금으로 배상금 재원이 마련될 경우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외교부 개최 토론회에서도 "일본의 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이란 피해자 측의 비판이 터져나왔다.

게다가 피해자 측에선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사과'도 요구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일본 기업들은 물론 일본 정부 차원의 사과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 2023.1.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이 때문에 그간 한일 양국 정부 간엔 강제동원 피해배상 관련 협의에선 일본 정부가 한일 간 과거사에 대한 '사죄·반성' 등 입장을 담은 과거 담화를 '유지·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방안이 검토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이 같은 방식의 입장 표명을 사과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번 외교부 토론회 뒤 일본 정부 내에선 우리 정부가 검토해온 안(案)이 나름 "현실적"이란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13일 전화통화에서 "강제징용 문제 등 한일 간 현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앞으로도 한일관계 발전 및 제반 현안 해결을 위해 외교당국 간 각급에서 긴밀히 소통해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우리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에 관한 최종안이 마련되면 피해자들을 일일이 만나 그 동의를 구하고 일본 측에도 호응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피해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며 "동시에 대통령이 직접 일본에 대해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그런 것 없이 일방적으로 우리 정부가 해법을 발표할 경우엔 국내에서부터 커다란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이 '한국 정부의 노력을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형식적인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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