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듀얼 맨데이트
미국의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3개월 만에 6%대로 내려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지표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을 사용하지만 CPI와 흐름이 다르진 않다. 연준이 좀 더 온건한 통화정책으로 선회하길 원하는 시장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연준 정책 목표를 가리켜 '듀얼 맨데이트(dual mandate)'라고 부른다. 물가와 고용,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이다. 1977년 당시 연준이 막대한 돈을 풀고도 스태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자 민주당 주도로 연준법 개정을 통해 '최대 고용'을 정책 목표에 추가했다.
정치적 레토릭일 뿐이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쨌든 연준은 이후 물가와 고용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는 2%다.
실업률은 정확한 숫자가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4.1%를 기준점으로 잡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코로나 팬데믹이 터진 직후 14.7%까지 치솟았다. 연준은 물가보다 실업률이 급한 불이라고 확신했다.
실업률이 2023년 말에야 목표인 4%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봤으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미국 실업률은 작년 3월 이후로 줄곧 4%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물가는 훨씬 큰 폭으로 올랐다. 공급 측면에서 시작해 불길이 치솟았다.
연준은 작년 3월에서야 허둥지둥 뛰어들었고, 기준금리 상단을 9개월 만에 0.25%에서 4.5%로 무자비하게 끌어올렸다. 억지로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다른 나라들이 연준의 '실기(失期)'를 비난하는 이유다.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더 올렸다. 일곱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건 사상 처음이다.
연준과 달리 한은법 1조에는 고용 없이 물가안정만 명시돼 있다. 한은법에 고용안정이 빠져서 한은이 물가만 쫓는다고 보진 않는다. 금융통화위원들이 왜 고용과 경기를 신경 쓰지 않겠는가. 다만 다음에 찾아올 수 있는 더 큰 위기를 생각하면 차제에 '최종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의 권한과 역할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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