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직주근접과 삶의 질
직장이나 학교 후배들 인생 상담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고민의 종류를 대략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본인에게 맞는지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두 번째는 일은 맞고 좋은데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이 맞지 않는 경우, 세 번째는 워킹맘 또는 워킹대디가 육아와 일을 어떻게 병행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이다.
첫 번째 고민은 조용히 들어주는 것으로 필자의 역할을 마무리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에 대해서는 "형편에 닿는 한 최대한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라!"고 조언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겠지만, 직주근접은 본인의 워라밸을 가능하게 하고, 아이와 부모(엄마·아빠, 보호자)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어 결과적으로 개인과 가족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들을 보면 대부분 직장 초년생일 때는 직장 근처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얻어서 살다가 결혼하면 약간 떨어진 곳으로 평수를 넓혀 이사하고, 아이가 초등학교 갈 무렵에는 학군이 좋은 곳 또는 기타 거주 여건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여 점점 더 먼 곳에서 출퇴근을 하는 것 같다.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미혼의 초년 직장인 시절에는 출퇴근 시간도 짧은데, 아이를 키우고 직장에서도 책임 있는 위치에 올라서 할 일이 산더미인 시절에는 출퇴근하느라 귀한 시간을 길에서 보내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아이러니하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주기 위해서 어른들이 고생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위로하거나, 출퇴근 시간에 책을 보거나 영어공부를 하면 되니 별문제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부모와 대화하고 같이 식사하면서 보내는 저녁 시간보다 더 좋은 환경이 따로 있을까? 그리고 막히는 차 안이나 번잡한 버스, 지하철에서 책을 보거나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퇴근 후 편하게 집에서 책을 보고 영어 공부를 하는 것과 워라밸 측면에서 과연 같을까? 심히 의문스럽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대도시 직장인의 평균 출근 시간은 52분, 평균 퇴근 시간은 59분이라고 한다.
언론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관련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기도에서 서울 강남지역까지 출퇴근하는 삼남매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주인공 삼남매는 출퇴근하느라 연애할 시간도 없고, 직장 내 동아리 활동도 하지 못한다)에 대해 언급하면서 광역 교통망 확충을 통한 출퇴근 시간 단축 목표를 강조한 것 같다. 여러 가지 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먼 거리에서 출퇴근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교통망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보다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직장과 가까운 곳에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도보 30분 내 직주근접 생활권을 조성하겠다고 한 것이 반갑다. 모쪼록 이 계획이 잘 이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윤정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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