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겨울 더위’ 가고 더 추워진다...‘오락가락’ 날씨 원인은

송복규 기자 2023. 1. 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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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고기온 13도… 관측 이래 네 번째
지난해 11월에는 평년보다 ‘혹독한 추위’
”기후변화가 변화폭 큰 날씨 만들어”
서울 지역 낮 최고 기온이 13도까지 올라 포근한 날씨를 보인 12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일대에서 시민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을 즐기고 있다. /뉴스1

1월 들어 한반도에 강추위 대신 봄처럼 따뜻한 날씨가 찾아왔다. ‘겨울 이상고온’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2차례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말 동안 비가 내린 뒤에는 또다시 평년보다 기온이 더 떨어지는 강추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13일 서울 기온은 섭씨 6~11도, 제주 15~20도로 따뜻한 봄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전날에도 서울 -1~13도, 제주 9~17도로, 한겨울이라 믿어질 수 없을 정도로 기온이 올랐다. 지난해 11월 중순 최저기온이 -15도에 이를 정도로 혹독한 추위가 온 지 두 달 만이다.

이번에 발생한 이례적인 고온 현상은 온난한 이동성 고기압이 일본 남쪽 방향에서 동해상으로 다가오면서 고온 다습한 남서풍이 한반도에 유입되면서 나타났다. 다만 이날부터 전국적인 비가 온 뒤로는 평년보다 추운 날씨가 시작된다.

김연직 기상청 재해기상대응팀 분석관은 “갑자기 봄 날씨가 찾아온 것은 한반도에 온난한 이동성 고기압 영향으로 따뜻한 남서풍이 유입됐고, 맑은 날씨에 일사까지 더해져 전국 대부분이 낮 기온 10도 이상을 기록하게 됐다”며 “주말 중 비나 눈이 내린 이후에 북쪽의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또 평년보다 기온이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날 서울 한낮 기온은 13도까지 올랐다. 서울 기온이 1월 중순 13도를 웃돈 것은 1907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3번뿐이다. 2002년 1월 15일 기록한 13.5도와 그 전날인 14일 13.4도, 1972년 1월 11일 13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기온이 높은 편에 속하는 제주의 경우 이날 낮 기온이 20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처럼 20도를 기록한 경우는 최근 100년새 2번밖에 없는 일이다.

이상기후 현상이 한반도만 덮친 것은 아니다. 서유럽도 최근 알프스산맥 지역에 위치한 스키장들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20도를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동유럽은 기록적인 한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서유럽은 한반도처럼 지난해 11~12월 혹독한 추위가 닥친 곳이기도 하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9도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가 연일 계속되는 3일 꽁꽁 얼어붙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 인공폭포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기상 전문가들은 따뜻한 겨울이나 혹독한 추위보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구온난화로 중위도 해양 수온이 올라가면서 앞으로 극단적인 날씨가 더 자주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반도도 비가 온 뒤인 내주에는 강력한 한파가 시작될 예정이다.

김백민 부경대 대기환경공학과 교수는 “날씨가 종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배경에는 지구온난화가 자리하고 있다”며 “기상 관측 사상 세계 평균 최고기온 순위가 최근 10년 안에 모두 몰려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지구의 바닷물 온도가 점점 상승하면서 대기가 팽창하는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극에는 빠르게 주위를 감싸고 있는 제트기류가 흐른다. 하지만 지구가 점차 뜨거워지면 제트기류가 약화되고 팽이처럼 주변으로 점점 출렁인다. 이번에는 중위도 부근 대서양 온도가 특히 상승하면서 아프리카의 따뜻한 공기가 서유럽 쪽으로 올라갔다. 출렁이던 북극 제트기류는 동유럽을 덮치며 한파를 몰고 갔고, 한반도에서는 제트기류가 약해지자 남서풍이 밀고 올라왔다. 이 같은 과정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변화 폭이 큰 이상기후가 발생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3년째 발생하고 있는 ‘라니냐’도 문제다. 라니냐는 동태평양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낮게 나타나는 저수온 현상이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분류되는 라니냐는 아시아 부근 서태평양의 수온을 높여 대기가 팽창하도록 만든다. 동해상으로 올라온 이동성 고기압을 키워 따뜻한 겨울을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이상기후는 겨울뿐 아니라 여름에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8월 한반도로 북상한 슈퍼 태풍 ‘힌남노’도 대표적인 전조 증상이다. 수온 상승으로 적도에서 발생해 힘을 줄이고 한반도에 상륙하던 태풍이 이제는 중위도 부근에서 발생해 이전보다 강력한 태풍을 몰고 온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 전개가 빨라지면 현대 과학 범위에서 관측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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