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경제산책] 미국은 결국 금리를 내릴 수밖에
새해가 밝았다! 희망을 가지고 즐겁게 한 해를 시작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작년보다 좋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여기서 '좋지 않다'는 의미는 작년보다 소득 증가가 더디고 꽤 높은 인플레이션이 계속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기대해볼 수 있다. 전 세계 금리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줄여서 연준이라 한다)는 올해 결국 금리를 인하하는 수순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지금 연준은 그럴 일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악화될 미국 고용 사정에 떠밀려서 연준은 금리 인하를 하게 될 수 있다. 미국 연준에 2022년은 역사상 가장 어려운 결정을 계속한 해였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가 끝나며 악화된 경기가 살아나려는 순간 발생한 인플레이션 충격은 연준의 정책목표를 헝클어뜨렸다. 21세기 들어 가장 높은 연 9%의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연준은 21세기 들어 가장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렸다. 2022년에 자이언트스텝 4번에 빅스텝 2번을 더해 기준금리를 0.25%에서 4.5%로 단박에 올려버렸다.
이런 금리 인상 속도에 구경만 해도 멀미가 났지만 연준이 과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의 고용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준과 정부 그리고 정치인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거시변수는 인플레이션도 아니고 성장률도 아니고 고용이다.
2018년 노벨상 수상자인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의 정치와 경제의 관계(political business cycle)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고용은 미국 대통령선거에 유의한 영향을 주는 거의 유일한 거시변수다. 그런데 여기서 팩트 확인을 해보자. 미국 고용은 정말 튼튼한 것일까?
미국 고용 상황을 나타내는 변수는 세 가지가 있다. 실업률, 비농업고용지수 그리고 실업수당 청구 건수다. 이 세 변수는 이론적으로 고용의 좋고 나쁨에 따라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작년 중반 3.5%에서 현재 3.7%로 살짝 상승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거의 완전고용 상태를 뜻한다. 즉,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어려움 없이 직업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두 고용변수의 움직임은 조금 다른데 아래의 그래프에서 살펴보자. 기업 쪽에서 나온 자료인 비농업고용지수는 2022년 1월부터 서서히 상승해 고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동자 측에서 나온 자료인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등락을 하지만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 고용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미국 고용 사정은 '잘 모르겠다'가 현재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 고용 상황이 많이 달라질 듯하다. 경제가 작년에 비해 성장이 더딜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미국 경제는 1.5% 정도 성장한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는 0.5%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성장률 1% 하락은 큰 규모인데 실업률은 5% 가까이 상승할 것이다.
연준은 빠르게 악화되는 고용을 견딜 수 있을까? 현재 공식적으로 연준은 물가 안정이 극상의 중요성(paramount important)을 가진 정책목표라 하지만 고용 악화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지금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는 가계와 기업들이 많아서 연준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대부분 연준 관료들은 장기적으로 고용 악화가 인플레이션보다 더 나쁘다고 인식하고 있다.
1970년대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공공의 적 1호(Public Enemy Number One)'라 부른 이후 일반 시민들은 인플레이션을 무서워하지만 연준은 고용 감소를 더 무서워하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 미국 인플레이션이 6%대로 하락하고 경제가 냉각되면서 실업률이 4%를 넘어서면 연준은 금리 인상을 멈추고 고용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다. 그러다가 올해 하반기에 인플레이션이 5%대로 하락하고 실업률이 4% 후방에 접근하면 결국 금리 인하를 하게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대로 충분히 하락하지 않았지만 고용 악화로 금리를 인하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방향이 상승에서 하락으로 전환되면 한국은행도 금리시계를 다시 맞출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하락하고 추워지는 날씨에도 주식시장에는 봄이 오게 될 것이다.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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