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지까지 꺼낸 홍명보 비난에도...'반격의 품격' 보여준 아마노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그래도 존경합니다"
지난 11일, 홍명보 울산 현대(이하 울산)감독은 공식석상에서 파격적인 저격발언을 쏟아내며 K리그판을 뒤흔들었다.
홍 감독은 2023시즌을 앞두고 울산에서 전북 현대(이하 전북)로 이전한 일본인 선수 아마노 준을 향해 "거짓말을 하고 전북으로 갔다, 지금까지 일본 선수를 많이 만나봤지만 (아마노 준은) 지금껏 만나본 일본 선수 중 최악이었다"고 작심발언을 던졌다.
앞서 지난 5일, 전북 현대는 공식보도를 통해 "요코하마 F.마리노스 출신 아마노 준을 임대 영입했다"고 밝혔다.
아마노는 2022시즌 임대를 통해 울산에 합류하며 리그 30경기에 출전, 9득점 1도움의 기록으로 팀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전북에서 오퍼가 오자 울산에서 받았던 연봉에 10만 달러(한화 약 1억 2천만원)를 추가로 받고 이적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원래 프로는 돈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아마노는 '돈은 상관없다'며 남고 싶다고 했다, 그랬던 선수가 돈만 보고 전북으로 떠났다"며 "처음부터 돈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협상을 도울 수 있었다"고 아마노를 공개적으로 저격하며 '거짓말쟁이'로 표현했다.
이어 홍 감독은 "우리는 거짓말하는걸 되게 싫어하지 않느냐, (아마노가) 잘 할 수 있게끔 도와줬는데 결과적으로 본인(아마노)은 거짓말을 하고 떠난 것이 된다"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비판을 넘어 원색적인 비난에 가까운 적나라한 발언에 K리그 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마노가 설령 잘못을 저질러도 서로간 신뢰에 기댄 도의적인 약속을 깼을 뿐, 공개석상에서 출신지까지 거론될 정도로 강력한 비판을 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아마노 역시 12일, 공개석상을 통해 이적 과정을 되짚으며 홍 감독의 말에 반박했다.
아마노는 "지난 해 여름부터 연장계약에 대해 가벼운 수준의 이야기가 오갔지만 일본으로 돌아간지 2주가 넘은 11월 중순에야 구단 측 오퍼가 왔었다"고 전했다. 그때는 이미 아마노의 마음이 전북으로 기운 이후였다.
이어 아마노는 "홍 감독님에게 울산에 남겠다고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울산 측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어도 홍 감독님과 울산 프런트의 온도차가 너무 컸다, 그에 반해 전북쪽은 (나를) 영입하는데 열의를 보였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아마노와의 구두계약, 즉 개인 의사를 철통같이 믿었던 셈이다. 홍 감독이 굳이 비판을 해야하는 쪽이 있다면 이적할 권리를 행사한 선수가 아닌 구단의 오퍼 과정이다.
홍 감독의 비판을 뜯어보면 '거짓말', '잘 할 수 있게 도와줬는데 왜 갔느냐' 등 감정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아마노는 법이나 규정적 틀을 깨고 억지로 전북으로 건너간 것이 아니다.
물론 프로선수지만 개인적인 의리에 기대어 구단에 남을 수도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구단 측과의 재계약 논의가 항시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구두계약으로 남는다고 해도 구단 자체가 적극적으로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선수란 연봉과 정확한 계약,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이뤄지는 오퍼로 움직이는 것이 정석이다. 자신을 원하지 않는, 혹은 미적지근한 구단에 오로지 '잔정'으로만 남아줄 선수는 어디에도 없다.
홍 감독 역시 아마노의 이적에 실망할 수는 있으나 공개석상에서 던지기에는 상당히 경솔한 발언을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아마노는 홍 감독의 말에 "충격적이고 실망 아닌 실망을 했다"고 전하면서도 "(그래도) 홍 감독님을 존중한다, 나를 K리그로 데려와주고 우승을 위해 같이 싸운 전우이자 은사"라는 표현으로 여전한 존경심을 표했다. 성숙하고 진정한 '프로'다운 품격이 돋보였다.
울산 측의 오퍼가 정말로 전북보다 느렸는지는 정확한 증거와 계약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서로를 대하는 '프로'로서의 애티튜드만큼은 확연히 볼 수 있었다.
전북과 울산은 다음 달 25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K리그1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아마노와 홍명보 감독의 '프로정신'에 기댄 맞대결에 팬들의 눈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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