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뉴스가 되는 이상한 나라"
언론노조 "다수언론, 대통령이 대단한 '시혜' 베푸는 양 '허용'으로 기사화"
언론연대 "전용기 탑승, 여전히 '시혜' 관점에서 보고 있어 근본 문제 여전"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대통령실이 14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이뤄지는 대통령의 UAE스위스 순방에 MBC 기자 전용기 탑승을 허용한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3일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뉴스가 되는 이상한 나라”라고 촌평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앞둔 지난해 11월9일 MBC에 '편파방송'을 이유로 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했다. 이에 기자협회·신문협회 등 국내 모든 언론단체와 국경없는기자회 등 해외 언론단체까지 탑승 불허 통보를 비판하며 언론자유 위축을 우려했다. 그리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4일 시작되는 순방에선 MBC 기자 전용기 탑승을 허용했다며 “상황 변화는 없지만 윗선에서 통 크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논평에서 “한국에서 가장 공적인 인물이자, 최고 권력인 대통령을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공간인 대통령 전용기에 동승 해 취재하는 것은 권력이 통 크게 결단해 허용하고 말고 할 대상이 아니라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적 권리이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언론의 공적 책무 수행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수언론들은 마치 대통령이 무슨 대단한 '시혜'라도 베푸는 양 동승 취재 '허용'이라는 단어로 MBC 취재진의 전용기 동승 취재를 기사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언론노조는 “대통령 전용기 동승 취재는 말 안 듣는 언론을 길들이는 애완견 간식이 아니며, 민주주의 국가라면 권력자의 기분과 취향에 따라 언론의 동승 여부를 통 크게 허용하거나, 가차없이 배제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아직도 지난해 미국 순방 과정의 비속어 욕설 파문과 이후 동남아 순방 과정의 MBC 취재진 전용기 탑승 배제로 인한 언론자유 훼손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고 있으며, 현업 언론인들의 면담 요구에도 묵묵부답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결단', '허용' 같은 단어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난 잘못에 대한 책임을 흐리지 말고 이제라도 진솔한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내놓기 바란다”고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MBC가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할 수 있게 됐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이전 행보를 생각하면 다행한 일이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대통령 전용기에 기자들에 탑승하는 것은 '대통령이 기자들한테 주는 편의'가 아닌 '권력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하도록 시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리'라고 봐야 옳다”며 “MBC가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게 된 것은 당연한 권리를 되찾은 것이지,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오히려 여러 논란에도, 대통령실이 어떠한 '유감표명'이나 '사과'가 없었다는 점이 문제다. 그런데 '통 큰 결정'이라니 그 자체로 언론인의 전용기 탑승을 여전히 '시혜'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용기 탑승 거부 논란 이후) 언론과의 소통은 대폭 축소됐고, 일방적인 국정 홍보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커졌다. 신년 기자회견은 사라졌다. 윤 정부에서 언론의 정당한 취재가 막히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데, 기자단의 대응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기자들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언론연대는 “대통령실 기자단은 MBC 기자들의 탑승이 거부됐을 때 '성명 발표' 외에 '행동'으로 보여준 게 없다. 오히려 MBC·경향·한겨레 기자들이 배제된 대통령 전용기에서 특정 언론사 기자들이 윤 대통령과 개인적인 면담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대통령실 현관에 가벽이 세워져도, 약식회견이 중단됐을 때도, 부당한 이유로 특정 언론사 기자가 공격을 받았을 때도 입을 다물었다”며 기자단의 무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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