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책임 회피에 급급한 여당, 유족 눈물로 끝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조미덥 기자 2023. 1. 1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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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서 울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활동이 지난 12일 3차 청문회를 끝으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이번 국정조사는 예산안 대치로 기간도 짧아졌고 진상규명을 위한 새로운 사실도 찾아내지 못한 채 유가족의 눈물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 책임 회피에 급급한 여당 탓에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이번 국조특위 활동에 대해 “세 차례 청문회와 한 차례 공청회, 두 차례 기관보고, 두 차례 출장조사 통해 나름대로 사고 원인을 밝혀내고 책임 규명, 재발 방지에 일정한 성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국조특위 위원장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정조사를 통해 서울시장, 용산구청장이 제대로 된 예방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사고 직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정부가 유가족을 떨어뜨려놓기에 급급하고 제대로 된 행정서비스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책임 있는 분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사퇴하지 않은 점, 내 아이가 왜 구조를 받지 못했는지 밝혀달라는 건 미제로 남았다”고 아쉬움도 표했다.

이번 국정조사는 시작 전부터 여당이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제대로 진상규명이 되기 어려운 조건에서 진행됐다. 여당이 ‘선 경찰 수사, 후 국정조사’ 입장을 고집하면서 참사 후 한 달 가까이 지난 지난해 11월24일에야 국조특위가 출범했고, 출범 후에도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다는 조건 때문에 2주 가량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 책임자인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로 여당 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진통도 있었다.

여야의 목표도 달랐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피해나 국정농단 국정조사에선 여야가 힘을 합치면서 강제 수사권이 없다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를 냈다면, 이번엔 여야의 시너지가 불가능했다. 여당은 용산경찰서와 용산소방서 등 현장 실무자의 책임을 강조하며 정부 책임을 희석시키는데 집중했다. 여당은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참사 당일 현장 구조에 투입된 닥터카 탑승을 정쟁화하다가 유가족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여당은 맹탄 국정조사의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야당은 대통령실 이전과 마약 단속 방침 등 정부 정책 실패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민주당 역시 예산안 처리 지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으로 인한 초점 분산, 이재명 대표 검찰 수사에 쏠린 당내 관심 등으로 인해 제1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불출석한 송병주 전 용산서 112 상황실장, 정대경 서울경찰청 112 상황3팀장 등을 상대로 발부받은 동행명령장을 경위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참여한 3차 청문회는 이 장관과의 대질이 무산돼 반쪽짜리란 평가를 받았다. 결국 “저에게 2차 가해는 장관, 총리, 국회의원들의 말이었다”(생존자 김초롱씨), “정부가 유가족 모임을 만들어주지 않았다”(익명의 생존자) “좌절스러운 부분은 진상규명이 아니라 정쟁을 위해 질의하는 일부 위원님들 질의나 태도”(유가족협의회 대표 이종철씨) 등 울분에 찬 목소리들로 국조특위 일정은 마무리됐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유가족, 생존자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가장 처음 했어야 하는데 가장 나중에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여야는 오는 17일까지 그간의 활동을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로 만들어 채택해야 한다. 그 내용을 두고도 여야의 극심한 대립이 예상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보고서에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이 장관 파면 등 책임자 문책, 2차 가해 엄벌이 꼭 담겨야 한다”며 “국정조사와 경찰 수사로는 부족한 진상의 온전한 규명을 이어갈 구체적 방안과 유가족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에 면죄부만 주려 하면 야 3당이 유가족, 국민과 함께 마무리를 짓겠다”고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조특위 위원인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 위증 증인 고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 국회 내 재난안전특별위원회 신설 등을 골자로 한 국정조사 후속 대책을 제안했다. 장 수석부대표는 유가족 명단 은폐 논란이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참사 인지 시각 허위 보고 의혹이 있는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고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필요하다면 특검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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