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권의 뒤땅 담화] 버디 욕심내다 갈비뼈 나갈 뻔
2022년 12월 초 갑자기 한파가 닥쳐 부킹을 취소할 겨를이 없었다.
평소보다 무려 10도 가까이 기온이 떨어졌고 땅도 잔디도 모두 얼었다. 있는 대로 중무장을 하고 아침 8시께 서울 근교 골프장에 도착했다.
한편으론 겨울 골프 맛과 기술을 익힐 수 있겠다는 기대도 들었다. 산속 냉기가 온몸을 감쌌지만 다행히 햇볕에다 바람은 불지 않았다.
복장부터 달랐다. 핫팩에다 귀마개 달린 털모자, 입까지 가리는 목 워머, 양손 장갑 등으로 완벽하게 무장했다. 두툼한 겨울 양말에 징이 박힌 골프화를 신고 있었다.
요즘은 쇠 징으로 된 골프화는 나오지 않고 고무 징이나 미끄러지지 않는 바닥 소재로 만든 골프화가 대부분이다. 기능성 내복에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었고 겉에는 바람막이를 걸쳤다.
처음엔 저리 번거롭게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골프를 하는 도중 그 이유를 절실히 깨달았다. 겨울 골프엔 얇게 입고 멋 부리다가 얼어 죽는다는 말을 명심하는 게 좋다.
고수는 티잉 구역에서 캐디 안내에 따라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가볍게 클럽을 휘두르며 몸을 풀었다. 나의 첫 티샷은 공을 오른쪽 페널티 구역으로 보내는 것으로 끝났다.
고수는 70% 정도 부드럽게 스윙을 했다. 상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만 엎어서 공을 때린 나와는 달랐다. 가장 큰 애로는 어프로치샷이었다.
나는 번번이 투 온을 시도했지만 공은 그린에 튀어 훌쩍 넘어갔다. 그는 탄도를 낮게 깔아 멀찍이 그린 앞에 공을 떨어뜨려 희한하게 그린에 굴러가도록 했다.
그린 근처에선 아예 굴리는 작전을 구사해서 덕을 봤다. 마침 그린 앞 10m에서 8번 아이언으로 굴린 공이 깃대에 맞고 홀에 그대로 핀에 맞고 들어가 버디를 낚았다.
이날 그가 웨지를 드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린 근처에선 무조건 아이언으로 공을 굴려 그린에 올렸다. 토핑이나 뒤땅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한 순간도 있었다. 한 동반자가 티잉 구역에서 샷을 마치고 낮은 나무 계단을 내려오다 비틀거렸다. 가까스로 중심을 잡아 사고는 없었다. 티샷을 마친 순간 긴장이 풀려 계단을 내려오다 미끄러지는 사고가 흔하다고 캐디가 알려줬다.
모래를 폭파하듯이 쳐내는 벙커샷(익스플로전샷)이 아니었다. 이날 벙커 모래가 완전히 얼었다면 사고 예방 차원에서 무벌타로 공을 빼내기로 윈터(겨울) 룰을 만들었다. 얼지 않은 딱딱한 벙커에선 고수는 턱이 낮을 때 퍼트를 이용하거나 아이언으로 굴려 그린에 공을 올렸다.
결국 다른 동반자가 팔을 아프게 저리는 가벼운 사고를 당했다. 그린 전방 120m 거리에서 아이언으로 공을 그린에 올리려다 굉음을 울리는 뒤땅을 하고 말았다. 라이가 좋아 평소대로 내려찍다가 언 땅에 튕긴 클럽을 놓쳤다.
온전치 못한 그는 2~3홀을 제대로 경기를 진행하지 못했다. 팔 전체와 몸이 상할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버디 욕심을 내다가 갈비뼈가 나갈 뻔했다. 그 고수에 따르면 겨울엔 한 클럽 길게 잡고 쓸어 치는 게 정답이란다.
그는 줄곧 공을 때리는 퍼트를 시도해 2퍼트로 여러 번 파를 잡았다. 겨울 그린은 딱딱해 공이 잘 구를 것 같지만 실제론 평소보다 잘 구르지 않는다. 공이 습기나 얇은 얼음에 미끄러지는 스키드(Skid) 현상 때문이다. 고수에게서 겨울 티샷, 어프로치샷, 벙크샷, 퍼트 등을 모두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다. 나는 평소보다 7타 정도 더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동안 골프 특수를 타고 이번 겨울에도 대부분 골프장이 문을 연다. 골프 부킹은 눈이나 비가 오면 취소되지, 추위 더위 안개 등을 이유로 취소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부상당하지 않고 요령껏 진행하는 게 겨울 골프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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