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속이냐, 왜 빈둥거려!”…푸틴, 최측근 부총리에 분노 폭발
블라디미르 푸틴(70) 러시아 대통령이 새해 첫 내각회의 도중 자신의 심복으로 불리는 데니스 만투로프(53)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군용기와 민항기 계약이 지연되는 것에 격노하며 “왜 빈둥거리냐”고 꾸짖은 것이다.
12일(현지시각)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은 전날 열린 화상 내각회의에서 만투로프를 향해 “항공기 주문 계약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있다. 뭘 하고 있는 거냐”며 “왜 빈둥거리고 있나. 계약은 대체 언제 체결 되나. 날 속이는 거냐”고 소리쳤다.
만투로프가 60여대 항공기 계약 현황 등을 보고하려 하자 푸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헬리콥터를 포함해 항공기 700대를 국방부와 함께 해결해야 한다”며 “그런데 몇몇 기업에서는 아직도 주문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고 나무랐다.
만투로프가 “최선을 다하겠다”며 상황을 만회하려 했으나 푸틴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계약을 대체 언제 하냐”고 재차 쏘아붙이며 “당신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하는 건가. 그저 최선만 다하지 말고 늦어도 한 달 안에 끝내라”고 명령했다.
푸틴이 만투로프를 매섭게 질책하는 동안 회의에 참석한 다른 주요 각료들은 침묵하거나, 서류를 검토하는 척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 모습은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국영 매체를 통해 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2007년 공직에 입문한 만투로프는 2012년 산업통상부 장관에 임명돼 지금까지 푸틴의 최측근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7월에는 부총리 자리에 오르며 러시아 방위 산업의 총괄 책임자가 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기존 무기가 바닥나고, 서방 제재로 핵심부품을 수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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