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홀린 K콘텐츠.…카카오엔터 외 더 있다
기사내용 요약
사우디, 카카오엔터에 6000억원대 투자
앞서 넥슨·엔씨에도 각 1조원 이상 투자
유니콘 게임 스타트업 '시프트업'에도 관심
사우디, 시프트업 본사 2차례 내방…MOU 체결
게임산업에 관심 많은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우디 탈(脫)석유 행보에 한국 게임·엔터 낙점
정부, 해외 투자유치 환영…K-콘텐츠 지원 사격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K-콘텐츠에 중동의 '오일머니'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분야에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석유 에너지 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계획에 K-콘텐츠가 하나의 축이 된 것이다. 이렇다 할 지하 자원 없이 '콘텐츠' 산업만으로 전 세계인을 홀린 한국은 사우디의 모범사례로 참고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6000억원대 투자를 단행했다. 이미 한국 대표 게임사인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각 1조원 규모 이상의 투자를 진행한 바 있으며, 현재 게임 스타트업 '시프트업' 투자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시프트업은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 여신:니케'를 출시해 흥행에 성공하며 국내 유니콘 반열에 오른 게임사다. 지난해 9월 PIF와 사우디벤처캐피탈(SVC) 관계자들이 시프트업 본사를 방문했고, 11월에는 살레 알리 캅티 사우디 투자부 차관과 SVC 고위 관계자들이 본사를 방문해 내부 탐방을 진행한 바 있다.
시프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본 사우디 투자부는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한국 게임사 중 유일하게 시프트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시 사우디와 우리 기업 간에 총 26건의 협약이 체결됐는데, 사업 규모만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각 협약의 사업 규모만 조 단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프트업은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올해 AAA급 콘솔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에서 독점 발매할 예정이다. 국내 대표 일러스트레이터인 김형태 대표가 이끄는 시프트업은 최근 "진지한 자세로 기업공개(IPO)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 탈(脫)석유 행보…K-콘텐츠 모범 사례 배운다
이번 K-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게임·엔터테인먼트 등 문화 콘텐츠 산업과 IT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한국 기업들을 파트너로 삼아 '탈(脫)석유'를 꾀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사우디는 지난 2016년부터 탈석유와 첨단 제조산업 육성을 위해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PIF가 카카오엔터에 투자한 배경도 K-콘텐츠의 글로벌 사업 역량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엔터는 2021년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 '타파스'(가치 6000억원)와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5000억원)을 인수했고, 이듬해 두 회사의 합병법인을 출범시키며 글로벌 공략을 위한 IP(지식재산) 밸류체인을 확립했다. 국내 엔터 업체인 '안테나'를 인수하며 미디어·뮤직 부문을 강화하기도 했다.
특히 PIF를 이끄는 빈 살만 왕세자는 게임산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을 '비디오 게임과 함께 자란 첫 세대'라고 밝혔을 정도다. PIF는 5000억 달러(약 62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1월 '새비 게이밍 그룹(Savvy Gaming Group)'을 출범한 이후 전세계 게임산업을 주도하겠다는 목표 실현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PIF는 지난해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3조원 넘는 금액을 투자한 바 있다. 이에 넥슨 주식 7.09%를, 엔씨소프트는 지분 9.3%를 확보해 김택진 대표에 이은 2대 주주에 올랐다.
K-게임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눈독 들이기에 충분한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세계 4위 게임 강국으로, 수출액 86억7000만 달러(약 10조 7811억원)에 이른다. 이는 2021년 기준 전체 콘텐츠 수출의 70%에 이른다.
특히 인기 게임 IP(지식재산권)의 글로벌 확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넥슨의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 인기 IP는 이스포츠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엔씨는 리니지 IP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 PC와 콘솔 플랫폼에 동시 발매 예정인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 등을 개발하고 있다. TL은 엔씨가 북미·유럽의 콘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카드다.
PIF는 엔씨, 넥슨 외에도 다양한 글로벌 게임사에 관심을 보였다. 2021년 일본 SNK의 최대 주주에 올랐고, 미국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렉트로닉아츠(EA), 테이크 투 인터랙티브 등에도 투자했다. 일본의 캡콤(Capcom) 지분(5.05%)도 3억 3200만 달러(약 4073억 원)에 사들인 바 있다.
정부, 해외 투자유치 환영…K-콘텐츠 지원 사격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일 K-콘텐츠 분야 올해 예산 총지출 규모가 8442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올해 문체부 전체 예산 6조7408억원의 12.5%에 이른다.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의 정책금융을 바탕으로 K-콘텐츠를 수출 지형을 재편하는 게임체인저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카카오엔터가 사우디와 싱가포르 등 해외 유수 국부펀드로부터 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을 두고 "콘텐츠 산업 도약의 계기"로 평가했다.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투자 유치 사례 중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국내 콘텐츠의 인기가 한창인 중동과 동남아시아로의 확산을 위한 교두보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 부여했다.
문체부는 "글로벌 자본의 K-콘텐츠 투자를 환영한다"며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글로벌 펀드가 K-컬처의 위상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번 해외 투자 유치를 계기로 K-콘텐츠 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제2, 제3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해외 투자 유치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번 투자유치가 개별 업체를 넘어 국내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카카오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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