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금리인상 끝났다...이르면 10월부터 되레 내릴 수도"
2021년 8월 이후 1년 5개월 동안 이어진 기준금리 연속 인상 행진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설령 연내 추가 인상이 있더라도 적어도 당분간 두 차례 이상 연달아 금리를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기둔화를 고려해 이르면 오는 10월 한은이 오히려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한은은 1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본관에서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인상하면서 한국의 기준금리는 2008년 11월(4%) 이후 1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시장의 관심은 연내 추가 금리인상 여부에 쏠렸다.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최종 금리 수준이 3.5~3.75%로 예상됐던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3.5%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시장은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관측에 더 무게감을 두고 있다.
이날 금통위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3명은 최종 금리 정점을 3.5%로 봤고, 나머지 금통위원 3명은 3.75%로 한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 결국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놓고 이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되는데, '비둘기파'(통화완화주의자)로 분류되는 이 총재의 성향에 비춰볼 때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될 가능성이 좀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이하 통방문)의 문구도 기준금리 인상을 전제로 한 표현에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하는 표현으로 교체됐다. 한은은 지난 11월 금통위까지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번에는 금리인상 대신 '긴축'이란 문구로 수정됐다. 한은은 금리인상 뿐 아니라 중립금리 이상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 역시 통화긴축으로 본다.
또 한은은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문에서는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금융안정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금리인상을 전제로 한 표현이 사용됐다는 점에서 기조 변화가 감지된다.
이 총재가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놓은 발언에서도 빠른 시일 내 금리를 추가로 올리기보다는 한동안 금리인상의 효과를 점검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 총재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이 공공요금, 가공식품 가격 등에 반영되면서 1~2월 중에는 5% 내외를 나타내다가 점차 낮아져 연말에는 3% 가깝게, 연중으로는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3.6%에 대체로 부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하락기조를 가지고 있음을 볼 때 예전에 물가상승률이 5% 이상이었을 때에 비해서는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교한 통화정책이 있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레고랜드발 회사채·단기금융시장 불안감이 잠재해있는 상황에서 경기와 금융안정을 고려하겠다는 발언도 금리 인상보다는 동결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통방문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지난해 11월 전망치(1.7%)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꺾인 상황에서 금리인상의 효과를 점검하겠다는 것은 적어도 연속 금리인상은 끝났다는 것"이라며 "2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고, 4월 금통위에서 추가인상 여부가 판가름 날텐데 1분기 경제지표가 핵심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1분기) 수출은 안 좋을 것이고 소비도 이제 막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며 "중국 리오프닝이 변수인데 소비재 수출비중이 적은 한국이 수혜를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르면 올해 4분기 중 한은이 오히려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기 둔화가 불보듯 뻔하고 하반기엔 물가상승률이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가 플러스로 전환돼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경우 과잉긴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금리인하론의 근거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제지표가 안 좋게 발표되고 있고 물가상승률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로, 빠르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3분기에 한은이 금리인하에 대한 신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행보다. 만약 미국의 물가가 거듭 불안해져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다시 빠르게 올린다면 대내외 금리차가 급격히 커진다는 점에서 한은도 무작정 금리 동결을 고집할 순 없다. 다만 최근 미국의 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6.5%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았다.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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