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걱정 이제 그만" 기준금리 인상에도 보험사 담담한 이유
작년 보험업계 가파른 금리인상에 '건전성 고비'
올해부터 부채 시가평가···"자산건전성 지표 개선"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지만 보험사들의 자본 건전성에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자본 확충에 힘쓰는 등 자본 상태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새 회계제도인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가 도입되면서 금리 인상발(發) 자본건전성 우려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13일 한국은행은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기존 3.25%에서 3.50%로 상승했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보험사 수익성 측면에선 ‘호재’로 읽힌다. 막대한 자산을 굴려 투자 부문에서 수익을 거둬야 하는 보험사들 입장에선 금리가 오르면 자산운용 수익률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건전성 측면에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기도 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평가손실이 커져 자본건전성 지표로 활용되던 지급여력비율(RBC)이 떨어져서다.
문제는 지난해 금리 인상 여파가 생각보다 컸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보험사들의 RBC비율은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50%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론 생명보험업계에선 DGB생명(84.5%), NH농협생명(131.5%), DB생명(139.1%) 등이, 손해보험업계에선 MG손해보험(69.3%) 한화손해보험(122.8%), 흥국화재(146.7%) 등이 당국의 권고 수준을 하회했다.
올해는 IFRS17 시행으로 보험사들의 건전성 상황이 반전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험부채가 원가 평가에서 시가 평가로 변경되는 데다 선제적인 자산 재분류도 마친 상황”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인한 건전성 우려에 선을 그었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새로운 제도에서는 RBC비율 대신 킥스를 사용한다. 과거 제도에서 RBC비율은 보험사가 소유한 자산과 부채를 의미하는 ‘가용자본’을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액인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산출해왔다.
금리가 오르면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은 영향을 받지만 분모는 움직이지 않아 RBC비율이 하락했던 반면, IFRS17에선 금리가 오르더라도 가용자본(분자)과 요구자본(분모)이 모두 움직여 금리 인상 영향이 적게 작용한다. 금리 상승기 채권평가손실로 인한 자기자본 감소 우려가 상쇄되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새 회계기준에 맞춰 채권을 재분류했다. 보험사 회계기준상 증권은 크게 단기손익인식·매도가능·만기보유증권으로 구분된다. 이중 매도가능증권은 금리에 민감해 금리가 오르면 채권 평가손이 발생, 채권 평가손익이 자본의 차감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금리상승기에 맞춰 보험사들은 본격적으로 매도가능 증권 비중은 줄이고, 대신 만기보유증권 비중은 늘려왔다.
DGB생명 관계자는 “IFRS17과 킥스 제도 하에선 금리 영향이 줄어드는 만큼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건전성 이슈는 더이상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 제도 내 건전성 지표는 이미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 이상으로 회복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각 보험사의 건전성 회복 그래프는 이제 금리보다는 보험업종과 자산 비중, 판매상품 특성 등에 따라 갈릴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생명보험사보다는 손해보험사의 건전성 지표가 더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자산과 부채가 시가로 평가되면 순자산이 늘어난다”며 “특히 손해보험사는 생명보험사보다 부담이율(부리이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만기)도 짧아, 최근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채하락분이 일시에 반영되면 순자산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은실 (ye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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