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어둠 뒤 새벽 동이'···화학업계 CEO들이 보릿고개 넘는 법
"올해 어렵다 하는데 위기 속 기회가 있고 위기 속 빛을 발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
"경영환경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 최적의 대응을 잘 하면서 한겨울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해 본다."(임의준 SK피아이씨글로벌 대표)
지난 12일 저녁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 모인 업계 최고위 경영진들의 인삿말에서 눈에 띈 점은 하나같이 어려운 현실을 인지하는 한편 극복 의지도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사회는 코로나 탓에 2020년 1월을 끝으로 중단된 이후 3년 만에 정식·대규모로 대면 개최됐다. 지난해 말 업계 '화학산업의 날' 기념행사로 대면의 기회가 있긴 했으나 당시 이태원 참사로 행사는 축소 운영됐었다. 식사와 함께 허심탄회하게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사실상 3년 만의 첫 행사였던 셈이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총 26개 회사 대표 혹은 대표를 대신해 나온 임원진들의 1분 남짓의 인삿말을 통해 예외없이 우선 전달된 것은 위기감이다.
남이현 한화솔루션 사장은 "지난해 여러 사항들이 버거웠지만 힘든 한 해가 시작된 거 같다"고 했고 이건종 효성화학 대표는 "(업계가 처한 현실이)혹한기가 아니고 빙하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태양광 전문업종인 OCI의 김택중 대표 정도만이 조심스레 "저희는 사실 작년이 다른 해에 비해 좋았다"고 솔직히 말해 좌중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그런 김 대표조차 "올해는 시작하자마자 혹독하다"고 진단했다.
이미 많은 화학기업 혹은 사업본부가 지난해 분기 또는 연간 적자가 예고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석유화학본부가 약 16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고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연간 적자가 예상된다. 세계은행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 대비 거의 반토막 수준인 1.7%로 예고해 올 한 해도 어려운 시기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 업계 CEO들은 마냥 위축되기보단 오히려 긍정의 언어들에 더욱 집중, 우려에 잠식되지 않고자 했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내년 이맘 때 웃을 수 있도록 올해 좀 터닝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최금암 여천NCC 사장은 "올 한 해 반전의 계기를 삼고 여러 회사들이 더욱 발전, 합심해 더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힘 줘 말했다.
김택중 OCI 대표도 "2023년 상징 동물인 토끼는 지혜와 다산을 뜻한다고 한다"며 "지혜는 아무리 어려운 빙하기여도 뚫고 나갈 어떤 통찰을 줄 것 같고 다산 측면에서는 우리가 목말라하는 신사업 수종을 발굴해 새로운 결과물을 많이 만들어내는 그런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 3년 사이 분할됐거나 명패를 바꿔 달고 새 출발한 회사들 역시 재차 의지를 다졌다.
LG에서 분할한 LX 그룹에서 메틸메타크릴레이트(MMA) 등 화학원료를 생산하는 LX MMA 박종일 대표는 "아무리 어려워도 지나다 보면 새벽이 찾아올 걸로 믿는다, 바운스백(Bounce back·곤경에서 회복하다)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SK종합화학에서 '지구 중심의 사업을 해본다'는 각오로 변신한 SK지오센트릭 나경수 사장은 "화학제품은 세상이 돌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제품"이라며 "그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단 사명감과 소명을 갖고 계속해 나간다면 올해 어렵다곤 하나 장기적으로 지속적 성장이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새 협회장을 맡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지난 50년간 우리 석유화학업계가 숱한 도전과 시련에도 불구 한 발 앞선 과감한 투자와 끈질긴 혁신을 통해 글로벌 석유화학 강국으로 성장한 만큼 올 한 해 우리 모두 불굴의 도전정신을 발휘해 업계 복원력을 하루 빨리 회복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웃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며 서로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도 한 신년회는 예정 종료시간이던 7시를 훌쩍 넘겨서야 마무리됐다. 이날 26개사 경영진은 염원을 담아 뿌린 말의 씨가 봄 되면 실제로 피어나길 다같이 바랐다.
한편 김평중 석유화학협회 전무는 "한 분씩 돌아가며 새해 덕담을 나누는 것이 석유화학업계 신년회의 오랜 전통"이라며 "화학업종의 특성상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한 업종에서 오래 근무한 이들이 대부분이다보니 다른 업종들보다는 CEO들간 서로 선후배라 부를 만큼 유대관계가 끈끈하다"고 귀띔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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