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아버지가 돌연변이 유전자를 많이 물려주는 이유

미국 록펠러대 연구팀, 초파리 실험으로 확인

연령에 따른 유전자 돌연변이 제거 능력을 확인하는 실험에서 사용된 초파리.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나이 든 아버지가 젊은 아버지보다 자식에게 더 많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물려주는 원인을 밝힌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자 형성 과정에서 다수의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비록 초파리를 활용한 실험이지만 나이가 들어 후손을 본다면 유전자 돌연변이가 전달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따른 유전질환이나 암 등 발병 확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리 자오 미국 록펠러대 교수 연구팀은 수컷 초파리 실험을 통해 정자에서 형성되는 유전자 복구 매커니즘이 유전자 돌연변이 대물림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에 12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나이 든 아버지가 젊은 아버지보다 더 많은 유전자 돌연변이를 물려주는 이유는 그동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학계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유전자 돌연변이는 DNA의 구조에 변화가 생겨서 모습이나 성질이 변한 유전자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초파리 고환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어떻게 생성, 제거되는지 주목했다. 고환은 어떤 장기보다도 유전자 발현이 활발하다. 또 정자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를 감시하고 제거하는 기능이 매우 활성화돼 있다.

분석 결과 생후 25일이 지난 늙은 초파리는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능력이 생후 48시간인 어린 초파리보다 훨씬 떨어졌다. 어린 초파리는 정자 형성 과정에서 다수의 돌연변이를 제거했지만 늙은 초파리는 그렇지 못했다.

연구팀은 약 300마리의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먼저 늙은 초파리에게서 더 많은 돌연변이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초파리들의 고환에서 RNA 단세포 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했다. 돌연변이가 단순히 체세포의 변형된 형태인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인지, 아니면 개체에서 새롭게 발생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각 초파리의 유전체를 배열했다. 초파리의 표준 DNA에 존재하지 않는 돌연변이를 그 개체에서 완전히 새롭게 발생한 것이라 파악했다.

이어 정자가 생성되는 동안 돌연변이가 얼마나 제거됐는지 확인했다. 어린 초파리는 정자가 형성되는 시간 동안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의 비율이 최대 60% 감소했지만 늙은 초파리는 세포 비율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에반 위트 미국 록펠러대 연구원은 “정자 형성의 모든 단계에서 늙은 초파리의 RNA 분자당 돌연변이가 어린 파리보다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나이든 아버지로부터 더 많은 돌연변이를 물려받는다면 이는 신생아 유전 질환이나 특정 유형의 암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자오 교수는 "초파리는 번식률이 높기 때문에 이들의 돌연변이 패턴을 조사하는 것은 인간의 건강과 진화에서 새로운 돌연변이의 영향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