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만 예방접종? 대상포진은 60대부터 위험합니다

김명지 기자 2023. 1. 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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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선거공약 고령층 대상포진 백신
60代 이상 고령층 발병률 높아
스트레스·운동부족 면역력 떨어졌을 때 급증
백신 안맞으면 후유증 회복도 더뎌
체력 떨어진 여름철 발병, 지금이 접종 적기
의료진이 대상포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조선DB

중견기업 부장인 김모씨(51)는 지난해 연말 오른쪽 어금니 뒤쪽이 뻐근하게 아파왔다. 처음에는 잦은 술자리에 치아 관리를 잘 못해서 그러려니 했는데 귀 뒤쪽 두피에 빨간 반점이 한두 개 생기더니, 통증이 느껴졌다. 연휴 동안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는데, 급기야 이마까지 반점이 번졌고, 물집이 나면서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내과를 찾았더니 대상포진 진단이 나왔고, 일주일 동안 주사를 맞고 진통제를 먹고서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더위로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철 ‘대상포진’ 주의보가 발령된다.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가 몸 속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 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미국감염학회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대상포진 연평균 발생률은 1000명 당 6.5~16명으로 전체 인구의 발생률(1000명 당 3.15 ~ 5.25명)의 최대 3배에 이른다.

대상포진 백신은 면역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50세 이상부터 권장된다. 영국, 독일, 캐나다, 호주에서는 70세 이상에게는 이 백신을 무료로 접종한다. 한국에서도 60대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는 지자체가 60여 곳 정도 된다. 초여름에 주로 발병하니 지금이 접종 적기다.

대개 척추 신경을 따라 감염을 일으켜 그 부위에 국소적인 통증이 먼저 생기고 피부에 물집이 잡힌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신경통이나 ‘척추 디스크’ 또는 피부 질환으로 생각해 상당수 환자들이 정형외과나 피부과를 먼저 찾는다. 문제는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신경통으로 진행될 수 있고, 회복력이 떨어지는 노인은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수두 바이러스는 어린 시절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대다수 성인에 잠복해 있다.

국내 의료진들은 대상포진 발병을 예방하고, 후유증을 줄이려면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상포진 백신의 효과는 확실하다. 영국에서 지난 2013년 70세 이상 대상포진 백신을 무료 접종을 시작한 이후 3년 동안 550만 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해당 연령 대상포진 발병률이 33% 줄었다. 고려대의대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팀도 65세 이상 고령자 대상 대상포진 생백신 무료 접종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냈다.

한국은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진료비를 포함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21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민 진료비는 2021년 95조 4376억 원으로 전년(86조 7139억 원) 대비 10.1% 늘었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층의 진료비는 전체 진료비의 절반(43.4%, 41조 3829억 원)을 차지했다.

백신으로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은 대규모 접종으로 발병률을 낮춰서, 진료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에서 노인 독감(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제외하면 성인의 백신 접종률이 낮은 편이다. ▲대상포진 ▲일본뇌염 ▲백일해 ▲폐렴구균 ▲홍역 ▲A형 간염 등 성인 접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가 말레이시아 국가의약품관리청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고 9일 밝혔다. 사진은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국내서 접종 가능한 대상포진 백신은 MSD의 ‘조스타박스’,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 GSK ‘싱그릭스’가 있다. 스카이조스터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자체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이고, 싱그릭스는 GSK가 지난해 12월 국내 첫 출시한 신제품 백신이다.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2017년까지 MSD의 ‘조스타박스’가 독점했다. 그러나 그 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스카이조스터’를 출시하면서 독점 구조가 깨졌다. 지난해 3분기에는 스카이조스터의 시장 점유율(도즈 수 기준)이 56%를 기록하며 조스타박스를 밀어냈다.

현재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연간 700억~800억 원 선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선거 공약을 내세운 ‘65세 이상 백신 무료 접종’이 실현되면, 시장은 더 커질 수 있다. 글로벌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2021년 27.8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에서 2028년 63.5억 달러(8조 3000억 원)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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