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의 책과 지성] "내성적인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내향적 가치관 매력 설파한 美 작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마하트마 간디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변호사 개업을 준비할 때 일이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지배하고 있던 남아공 변호사협회는 온갖 구실을 만들어 간디의 개업을 방해했다. 이런저런 난관을 겨우 돌파하고 그가 법정에서 선서를 하는 날, 마지막 고난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법원이 그에게 터번을 벗을 것을 명령했던 것이다. 힌두교도에게 터번은 곧 자존심이라는 걸 알고 일부러 파놓은 함정이었다.
긴장된 시간이 흐르고 간디는 터번을 벗었다. 간디는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었지만 이 때문에 두고두고 반대파에게 소신과 조국을 버린 사람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간디는 왜 터번을 벗는 것을 선택했을까? 미국의 유명 변호사이자 작가인 수전 케인은 그 원인을 성격에서 찾는다. 간디는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천성적으로 소심하고 겁이 많았다. 그 대신 매사에 신중했고 자제력이 강했다.
만약 간디가 외향적인 성격이어서 터번 벗기를 거부하고 법정을 박차고 나왔다면 그가 훗날 인도 독립의 아버지가 될 수 있었을까.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나 대규모 이민을 겪으면서 내성적인 사람보다는 외향적인 사람이 주목을 받게 됐다. 낯선 곳에서 잘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성격이 대접받는 시대가 시작됐던 것이다. 협상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얻어내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물건을 팔아 오는 성격이 주목받는 시대가 되면서 내성적인 성격은 폄하되기 시작했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야 할 단점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내성적인 학생은 문제아로 취급받았고, 성격을 바꾸는 훈련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케인은 '내성적인 사람이 세상을 이끈다'고 말한다.
심리학이나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내성적인 성격이 오히려 더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이 속속 등장했다.
유명한 발달심리학자 제롬 케이건은 감각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편도체가 예민한 아기들이 내성적인 성격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외부 환경에 예민한 아이들은 집중력과 통찰, 몰입에 있어 외향적인 아이들보다 우수했다. 외향적인 아이들이 보상에 민감한 반면 내성적인 아이들은 내적인 충만감을 더욱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공동창업자로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연 스티브 워즈니악은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만나본 실리콘밸리 발명가는 모두 나처럼 수줍음을 많이 타고 생각이 많은 예술가 같은 사람들이었죠. 이들은 혼자 있을 때 위원회나 팀보다 일을 더 잘했죠."
실제로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CEO)들의 성격을 분석한 결과 조용하고, 말수가 적고 수줍음을 타며, 자기 과시를 잘 안 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예민하고 고독할 줄 알며, 자제력이 있는 사람들이 현대문명에 더 걸맞은 성격의 소유자일지도 모른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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