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들은 혹한에도 눈독 …'한층' 달라진 코인이 왔다
3가지 지표 살펴보니
새해 들어 코인 시장에 다소 온기가 돈다. 물론 비트코인은 이달 들어 고작 2%가량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알트코인을 중심으로 '불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FTX 사태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아 60% 가까이 폭락했던 솔라나는 올해 들어 60%가량 반등했다. 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2021년 11월 이후 1년 넘게 이어졌던 하락이 드디어 끝났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지금 상황에서 가상자산에 투자해도 될까.
비트코인, 유동성, 나쁜 소문 세 가지 측면에서 가상자산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볼 것은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의 기준과 같다. 가상자산 시장 펀더멘털을 보기 위해선 비트코인을 봐야 한다. 두 번째는 유동성이다. 결국 투자 시장은 공급된 유동성이 가격의 향방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현시점에서의 유동성 현황은 가상자산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마지막은 나쁜 소문이다. 나쁜 소문은 시장에 언제든 큰 악재로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그중 위험해 보이는 소문들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 비트코인의 가치는 여전하다.
지난해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는 단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루나 사태 때도, FTX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상자산 시장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안전자산 구실을 했다. 여러 프로젝트와 거래소가 무너지는 과정에서 위험을 피해 가치를 저장해줄 수단으로 모두 비트코인을 찾았다.
특히 지난해 시장에 충격을 줬던 일들은 모두 블록체인이 아니라 기존 금융이 가진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 블록체인은 사람을 신뢰하지 않기에 나온 기술이다. 반면 루나도 FTX도 위믹스도 모두 특정 인물들이 주인공이었던 사업이다. 이들이 실패하자 사업도 실패했다. 오히려 블록체인 그 자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결과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해시레이트'라는 수치에서 나타난다. 코인 업계에서는 보통 해시레이트를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을 파악하는 데 사용한다. 해시레이트는 작업 증명 방식(POW)으로 작동하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블록 생성을 위해 동원되는 연산력을 나타낸다. 해시레이트가 충분해야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신뢰와 탈중앙화에서 온다는 걸 감안하면 해시레이트는 매우 중요한 수치다.
지난 10일 기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해시레이트는 초당 255엑사해시(EH/s)다. 이를 위해 필요한 컴퓨터 연산력을 내기 위한 비용은 140억달러(약 17조원)에 달한다. 한 개인 주체가 쉽게 넘어서기 어려운 수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하락장에서도 해시레이트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최근 트렌드가 '레이어1'에서 '레이어2'로 옮겨가는 것도 비트코인의 굳건함을 방증한다. 레이어2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뢰성을 담보하면서 속도를 올린 일종의 확장판이다. 레이어2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레이어1이 됐다.
직전 상승장에선 레이어1 경쟁이 뜨거웠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보다 빠르다는 걸 내세우면서 그들을 대체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솔라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22년 일련의 사태 이후 대부분 레이어1은 신뢰가 깨지면서 무너졌다. 시장은 자연스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완승으로 레이어1 경쟁을 끝내고 이제 그들을 활용한 레이어2 경쟁에 불을 옮겨붙이고 있다.
◆ 코인 시장의 유동성은 부족하다.
냉정하게 보면 거시경제 상황은 여전히 변한 게 없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주춤하지만 주변국의 물가 상승은 여전하다. 지난 10일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도쿄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3.9로 전년 같은 달 대비 4.0%나 뛰었다. 1982년 4월(4.2%) 이후 최대폭이다.
가상자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유동성은 회복되지 않았다. 일례로 2021년 5월 하루에만 19조원대 거래량을 기록했던 업비트는 10일 현재 2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비트코인이 상승하는 데 있어 유동성이 중요하다는 건 비트코인과 미국 기준금리의 상관관계를 볼 때 명확하게 드러난다. 금리가 높으면 시중 돈을 은행이 빨아들여 유동성이 줄어든다. 당연히 투자자산의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치적으로 미국과 유럽 등의 물가 급등 현상은 다소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9일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물가를 낮출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경기가 억제될 때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연준이 정책금리를 유지하기 전 궁극적으로 5% 이상으로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긴축을 멈추면 비트코인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예상도 나온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12월 5일 발간한 리포트에서 "2023년 상반기 중 인플레이션 수치가 안정을 찾으면 2023년은 2019년과 유사한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019년 비트코인은 92% 올랐다. 2019년 초 미국 연준은 그 이전까지 여러 차례 단행한 금리 인상을 동결했고, 그해 9월에는 보유 채권 축소를 중단하는 등 정책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 나쁜 소문이 아직도 많다.
루나 사태, 셀시우스 사태, FTX 사태 등으로 이어지는 2022년의 참사는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재정 상황을 악화시켰다. 특히 FTX 사태 이후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고객 지급준비금에 대한 투명화를 요구하고 있다.
투명화 과정은 지난해 말 유행처럼 진행됐던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s·POR)을 뜻한다. POR 과정에서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 또한 나쁜 소문에 시달렸다. 워싱턴저널이 바이낸스의 보유 자산이 고객 예치금과 1대1 담보가 되지 않는다고 보도하면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달 14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이틀 만에 보유한 달러가 102억5879만달러에서 95억1549만달러로 7.2% 감소했고, 비트코인 보유량은 59만6000개에서 53만5000만개로 10.2% 줄어들었다. 바이낸스는 다행히 충분한 유보금이 있어 위기를 넘겼다.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건 후오비 글로벌이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 6일 하루 동안 후오비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출된 스테이블코인은 4232만달러(약 536억원) 상당이다. 스테이블코인은 1개당 1달러를 담보하는 현금성 자산이다. 후오비에서 하루 만에 전체 보유 현금(7억2000만달러)의 6%가량이 빠져나간 셈이다.
후오비 인출 준비금의 34%는 자체 발행 토큰인 후오비토큰, 17%는 트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구조는 FTX가 인출 준비금의 상당 부분을 자체 발행 토큰인 FTT로 갖고 있던 상황과 유사하다. 실소유주인 '저스틴 선'이 이달 7일 1억달러 상당의 스테이블코인을 투입해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위태로워 보인다.
FTX 여파로 미국 최대 블록체인 지주회사인 디지털커런시그룹(DCG)이 운영하는 코인 대부업체 제네시스도 자금난을 겪고 있다.
종합하자면 비트코인의 가치는 굳건하고, 레이어2 등 새로운 기술적 트렌드가 주목받으면서 연초부터 시장에 활력이 돌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거시경제 상황이 여전히 불안하고, 작은 소문에도 투자심리가 크게 죽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남아 있는 잠재적 악재들이 너무 강력하다. 올해 초 시장에 부는 온기에도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이유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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