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최고의 스윙은 전인지” ··· LPGA 스타 프레셀이 선택한 이유는?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2023. 1. 13. 15: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인지. <사진 USA TODAY 연합뉴스>
아직 10년은 안된 얘기다. 미국 여자골프 스타 크리스티 커는 당시 세계 여자골프 무대를 지배하기 시작한 한국 여자 골퍼들을 거론하며 “그들은 기계들이다. 하루 10시간씩 연습한다(They‘re machines. They practice 10 hours a day)”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왜 그런 얘기를 꺼냈는 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재능이 뛰어나다(They’re so talented)”는 말을 전제로 단 걸 보면 비꼰 것이라기보다는 부러워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의 말대로 한국여자골퍼들은 재능이 뛰어나고, 열심히 할 뿐 아니라 ‘머신(기계) 같은’ 스윙을 갖고 있다.

크리스티 커의 말은 올곧이 칭찬으로만 들리지는 않지만 이후 한국여자골퍼들에 대한 스윙 예찬은 꾸준히 이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이 꼽은 ‘최고의 스윙을 가진 선수’ 애덤 스콧(호주)이 “샷이 안 될 때 박인비의 스윙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리듬을 찾는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인비의 스윙은 ‘교과서적’은 아니지만 그의 스윙에는 본받을 만한 점이 많다. 비록 지금 임신으로 오랫동안 대회 출전을 하지 못해 세계랭킹이 하락하고 있지만 30대 골퍼 중 여전히 최고 랭킹에 올라 있는 것을 보면 그가 롱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멘탈 뿐 아니라 그 스윙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또 LPGA 투어에서 26승을 거둔 주디 랭킨(미국)은 몇 년 전 “지금 투어에서 가장 용감하게 드라이버샷을 구사하는 선수가 박성현이다. 렉시 톰프슨 정도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고, 다른 선수들과는 큰 차이가 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성현은 비록 지금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지만 그의 드라이버 샷 만큼은 여전히 용감하고, 팬들은 그의 부활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최고의 스윙을 가진 선수’로 뽑힌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지난 해 은퇴한 최나연이었고, 그 다음으로 많은 표를 얻은 선수는 현 세계랭킹 9위에 올라 있는 김효주였다. 최나연의 스윙이나 김효주의 스윙은 딱히 문제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에 가깝다.

최근에도 한국여자골퍼의 스윙 예찬이 이어졌다. 매년 초 유방암 퇴치를 위해 자선 모금 행사를 여는 모건 프레셀(미국)이 골프위크지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최고의 스윙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인지”라고 답했다.

지난 해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부활한 전인지의 스윙에 대해 프레셀은 “그의 리듬이 너무 좋다. 그의 리듬을 사랑한다”며 “그 리듬이 압박감 속에서도 그를 흔들리지 않게 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2007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당시 최연소로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고 현재 골프채널의 LPGA 투어 수석 분석가로 활약하고 있는 프레셀은 LPGA 투어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과 체력을 보유한 선수로 렉시 톰프슨을 뽑으면서도 스윙 만큼은 전인지에 ‘엄지 척’을 했다. 한때 세계랭킹 62위까지 떨어졌던 전인지가 부활의 우승과 함께 세계랭킹 10위 이내로 복귀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압박감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 스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여자골프 최고의 스윙어 중 한 명인 고진영은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지난 해 말 손목 부상으로 난조에 빠진 고진영의 스윙을 보면서 솔직히 약간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저하게 리듬과 템포에 의존한 그의 스윙이 흐트러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한때 고진영의 캐디를 담당했던 딘 허든은 고진영의 스윙에 대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스윙과 똑바로 보내는 능력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비록 지금은 흔들리고 있지만 전인지가 그랬던 것처럼 고진영도 예전의 교과서적인 리듬 스윙으로 돌아올 것으로 굳게 믿는다.

프레셀은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2023시즌 가장 흥미롭게 펼쳐질 관전포인트’에 대해 리디아 고, 넬리 코다, 아타야 티띠꾼, 그리고 고진영이 벌일 세계랭킹 1위 싸움이라고 전망했다.

오태식기자(ots@mk.co.kr)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