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집 낸 실천문학사 대표...“예술 작품과 저자를 별개로 봤다”
실천문학사 윤한룡 대표가 최근 자신의 출판사에서 출간한 고은 시인의 책에 대해 입을 열었다. 고 시인의 성 추문과 법적 소송 이후 5년만의 문단 복귀임에도 그에 대한 사과가 없어 논란을 빚고 있다.
윤 대표는 기자와의 이메일에서 “시인 측에서 투고한 것”이라며 “아무리 과거에 명성이 있는 대시인이라도 투고시가 형편없으면 출간할 수 없습니다”라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성 추문이 폭로된 고 시인의 책을 낸 것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문학 출판사로서 예술 작품과 저자를 별개로 보고 출간했다고 보는 게 제일 타당한 답변일 것입니다. 본 출판사 입장에서는 작품만 좋다면 출간문제와 자연인 작가는 별개라고 봤습니다.”
고 시인의 신작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에는 성 추문과 관련된 언급이 없다. 대담집은 고 시인과 캐나다 정치철학자 라민 자한베글루와의 문답을 엮어 낸 것. 이에 대해서는 “(편집 과정에서) 특별히 제외한 것은 없습니다. 라민 자한베글루의 질문과 답변이 너무 좋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라고 판단했습니다”라고 했다.
계간지 ‘실천문학’ 겨울호 ‘김성동 작가 추모 특집’에 실린 고은의 시를 편집주간인 구효서 소설가와 상의하지 않고 결정한 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겨울호 (원고) 청탁서가 발송된 건 김성동 작가의 별세 전입니다. 그런데 고은 선생님 시집 원고에 추모시가 들어 있었습니다. 김 작가님을 추모해야한다는 급한 마음에 주간님께 보고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전적으로 이 건은 저의 책임이며 보고 누락이었습니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한 시인이 지인 작가의 죽음을 추모한 것이 어떻게 공격의 빌미가 되는지 모르겠네요. 한국 사회가 아무리 서양화됐다고 하지만, 범죄자(제가 고은 선생을 범죄자란 뜻은 아님)는 지인의 죽음에 추모도 못하는지요?”
실천문학사는 고 시인 등이 주도한 자유실천문인협의회(한국작가회의의 전신)가 기관지 ‘실천문학’을 발간하며 시작된 출판사다. 1995년 문인, 시민 등이 소액주주로 참여하는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2016년 편집위원 전원이 새 이사진과의 갈등 끝에 사퇴하는 등 내홍을 겪기도 했다.
고 시인은 2017년 말 최영미 시인이 계간지 ‘황해문화’에 발표한 시 ‘괴물’을 통해 자신의 성 추문을 폭로하면서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었다. 이후 최 시인은 언론 등을 통해 고 시인이 1992~1994년 술집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 시인은 최 시인 등이 허위 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고 시인의 문단 복귀와 관련된 입장을 듣고자 이메일을 보냈으나, 시인 측은 입장 표명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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