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윗선에 면죄부 준 이태원 참사 수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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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9일 희생자 159명을 낸 이태원 참사 원인과 책임 규명에 나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73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13일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본은 참사 원인에 대해 당일 밤 9시 이후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양방향에서 밀려드는 인파로 참사 골목 일대 T자형 삼거리 좌우에 군중 밀집도가 높아져 자의로 걷기 어려운 채 둥둥 떠밀려 이동하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고, 밤 10시 15분께 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에서 떠밀려 내려오다 '연쇄적 넘어짐으로 인한 압력'으로 숨졌다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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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9일 희생자 159명을 낸 이태원 참사 원인과 책임 규명에 나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73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13일 결과를 발표했다. 특수본은 참사 원인에 대해 당일 밤 9시 이후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양방향에서 밀려드는 인파로 참사 골목 일대 T자형 삼거리 좌우에 군중 밀집도가 높아져 자의로 걷기 어려운 채 둥둥 떠밀려 이동하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고, 밤 10시 15분께 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에서 떠밀려 내려오다 '연쇄적 넘어짐으로 인한 압력'으로 숨졌다고 파악했다. 사고 인근 시간대 참사 발생 골목엔 1㎡당 최대 10.74명, 세계음식거리엔 12.09명까지나 있을 정도로 밀집도가 높았고, 현장 희생자 및 부상자들은 개인당 평균 약 224~560㎏ 정도의 힘을 받아 질식 등으로 사상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3D 시뮬레이션 감정과 김영환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장, 박준영 국립금오공대 교수 등 전문가 자문을 종합한 사고 원인 분석 결과도 공개했다. 이번 수사로 참사 원인이 보다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책임 규명은 부실했다. 특수본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모두 2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송치했다. 신병을 구속한 최고위급은 경찰 조직에선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행정조직에선 박희영 용산구청장이다. 수사 초기부터 관심을 모았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하거나 입건 전 수사 종결했다.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용두사미',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권력 눈치를 보느라 행안부 장관 집무실 압수수색조차 못했으니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특수본은 이번 참사가 관할 지자체와 경찰, 소방 등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사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부실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예방적 조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참사라고 판단했다. 참사 직후에도 기관별로 법령과 매뉴얼에 따른 인명구조나 현장 통제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부정확한 상황판단과 상황전파 지연, 협조 부실로 구호가 지연돼 참사를 키웠다는 것이다. 사전에 방비하고 대응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해당 조직의 수장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현장 실무자의 실수나 부주의 등은 꼼꼼한 법 조항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어렵지만, 지휘관의 지휘 소홀과 참사 사이의 인과 관계는 법 조항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치적 책임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런 대형 참사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다. 장차 또 다른 정쟁의 씨앗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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