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금리인상’ 시대 끝났나…이창용 “작년 4분기 역성장, 올해 성장률 1.7% 하회”

이재은 기자 2023. 1. 13. 15: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은, 기준금리 연 3.5%로 0.25%p 올려
‘물가 안정’ 위해 사상 첫 7회 연속 인상
“2월까지 5%대 고물가…3월부터 꺾인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1.7% 하회”
최종금리 전망 3.5% VS 3.75% 팽팽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사상 초유의 7회 연속 금리 인상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5%대 고(高)물가를 잡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 금리를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연 3.5%는 금통위가 지난해 회의에서 언급한 최종금리 수준인 만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국면)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은 물론 금통위 내부에서도 한국은행이 한 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최종 금리 수준을 3.7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과 이번 인상을 마지막으로 기준금리 3.5%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맞서고 있다.

향후 최종금리 수준에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는 물가와 경기 흐름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올해 2월까지 5% 안팎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1.7%를 하회할 것이라고 봤다. 물가 안정에 대한 기대는 커진 반면, 향후 경기 판단은 약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예전에 비해서는 물가, 경기, 금융안정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교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뉴스1

◇ “여전히 물가 높다” 한은, 14년 만에 기준금리 3.5%로 인상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25%에서 3.50%으로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3.5%로 올라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이후 14년 2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이날까지 1년 6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10차례 인상해 총 3.0%p 끌어올렸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주상영 위원과 신성환 위원이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물가 안정’을 지목했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를 기록해 8개월째 5%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물가를 자극했던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가스·수도·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최소 2월까지는 5% 내외의 고물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내다봤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1.7%)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 오름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25bp(1bp=0.01%p) 추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는 물가 대응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러 학술적 연구에 따르면 물가상승률이 3%가 넘어가면 사람들이 물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5%를 넘어가는 순간 오름세가 가속화해서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섰을 때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를 고려하기보다 물가 안정에 주력한 이유”고 했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5%를 하회하는 시점부터는 한국은행도 경기, 금융안정 등에 요인에 더 무게를 두고 금리 결정을 내리겠다고 시사했다. 이 총재는 “1~2월이 지나면 물가상승률이 5% 아래로 떨어지면서 연말에는 3%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예전에 비해서는 물가, 경기, 금융안정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교한 통화정책이 있어야 할 때”라고 했다.

◇ 올해 성장 하방 압력 확대…‘금리동결 시그널’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금통위를 기점으로 한국은행 통화정책 결정의 무게 중심이 물가에서 경기로 이동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시장은 물가상승률이 2월 이후 둔화될 것이란 이 총재의 발언과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점에 주목했다.

물가에 대한 한국은행의 인식 변화는 이날 발표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의결문에 나온 ‘인플레이션 지속’이란 표현은 ‘인플레이션 둔화’로 수정됐고,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삭제되고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갈 것’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1.7%에 못 미칠 것이라고 밝히면서 경기 침체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11월 전망치(1.7%)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수출이 큰 폭 감소하고 소비 회복세가 약해지면서 한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중국의 코로나 확산, 반도체 경기 하락, 이태원 사태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올해 1분기는 지난해 4분기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경기 침체 경계선에서 데이터를 봐야 한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1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가까워졌다”…한은, 추가 1회 금리 올릴까

오는 3월부터 5%대 고물가 기조가 꺾이고,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행도 더 이상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현재 금통위 내부적으로도 6명 중 3명은 최종금리를 3.5%에서 유지하면서 그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고, 나머지 3명은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 인상 여부와 시점은 2주 뒤 발표되는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 지표, 올해 1월 물가상승률, 2월 초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다음 달 23일 2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경기 하방 리스크를 강조하고 물가 정점 통과(peak out)를 인정한 이유는 그간의 금리인상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금리인상 효과를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어도 ‘연속 금리인상의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한국은행이 물가 재상승 가능성을 낮게 판단하고, 성장 약화 우려를 높인 점은 향후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한다”며 “이로써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인상 사이클은 종료에 가까워졌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이르면 연말부터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의견도 힘을 얻고 있지만, 이 총재는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그는 “물가 수준이 중장기적으로 목표수준인 2%로 간다는 근거 없으면 금리 인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