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슈] 중국의 덫에 걸린 '미지의 땅'

박광렬 2023. 1. 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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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외교수장이

가장 먼저 아프리카를 찾는 국가가 있습니다.

1991년부터 33년째 이어온 관례,

바로 중국인데요.

그리고 올해 방문에서 남긴 말.

"누구도 아프리카에 특정 국가 편을 들라고 강요할 수 없다"

지난달 아프리카 49개 국가의 대표와 만난

바이든 미 대통령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인데요.

당시 바이든 대통령

"향후 3년 동안 550억 달러를 아프리카에 투자하겠다"며

"미국이 아프리카 미래에 올인하겠다"는 표현으로

적극적 구애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면적 약 3,037만㎢, 유럽 면적의 3배 아프리카.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자원은 물론 니켈, 보크사이트 등

미래산업 핵심 원자재까지 풍부한데요.

여기에 또 하나의 잠재력, 바로 인구 측면입니다.

여성 1명이 평생 몇 명의 자녀를 낳는지 의미하는 합계출산율,

전 세계에서 5명을 넘기는 국가, 모두 아프리카에 위치합니다.

특히 1위 니제르의 경우 거의 7명에 육박할 정도인데요.

인구 감소가 고민인 선진국과 달리 아프리카 인구 60%가량은 25세 이하.

2100년 세계 인구 1위, 아프리카 대륙의 나이지리아가 될 거란 예측의 이유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아프리카에 눈독을 들인 나라,

바로 중국입니다.

둘 사이의 만남, 6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15세기 초 명나라 환관 정화가 이끈 원정대.

동남아시아와 인도 거쳐 최종적으로 도달한 지역이

바로 아프리카 동부였습니다.

이후 끊겼던 중국과 아프리카 대륙의 교류는

1960년대 미국과 소련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비동맹 외교'의 일환으로 다시 시작됐습니다.

이후 21세기 패권주의 외치는 시진핑의 집권,

그리고 육로와 해상으로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다는 일대일로 정책.

그 바닷길의 종착지가 아프리카 동부.

실제 지부티에 중국군 해외 첫 해군기지를 건설했고

추가 군사기지 입지를 저울질하는 상황인데요.

과거 도광양회,

자존심과 재능은 감추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기조에서

이제는 전랑외교,

늑대전사 같은 외교 정책으로 전환된 거죠.

그리고 아프리카에 중국이 놓은 덫, 바로 '돈' 입니다.

자원은 풍부하지만 생산 기반, 기술, 자본 모두 부족한 아프리카.

그런 그들에 접근한 중국, 각국에 돈을 빌려주고 대신 사업권을 따낸 건데요.

주 투자 대상을 보면

1. 지하자원

2. 고속도로, 철도,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시설

3. 대규모 개발 공사

4. 통신 인프라

문제는 이런 중국의 움직임,

'신식민주의' 아니냐는 비판도 일부에서 나온다는 겁니다.

현지인 대신 중국 농민공 들여와서 임금 후려치고,

중국산 자재로 공사 진행하고.

그러다 보니 수익은 현지 국가 대신 중국 주머니로 향하게 되는 겁니다.

여기에 높은 이자로 불어나는 원금,

제때 못 갚으면 공항이나 항구 운영권

중국이 갖도록 붙은 독소조항까지 존재하는데요.

여기에 더해지는 비판점,

"부패한 국가에 더 많은 중국의 원조가 주어진다"

정식 절차 없이 독재정권과 졸속으로 이뤄지는 투자 약속.

그나마도 개발은 독재의 지지기반이 될 지역에 집중되고,

정권 무너진 뒤 잔고 확인해보면 투자금 대부분은 공중분해 된 상태라는 겁니다.

"아프리카, 과다한 채무 부담으로 자국 내 투자 제대로 못 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배경인데요.

영향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개발로 치솟는 땅값, 저렴한 중국산 수입으로 경쟁력 잃는 현지 상품.

물가는 오르고 높은 출산율 속 젊은이들은 도시로 몰리는 악순환.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아프리카에 투자해 놓은 통신 인프라 바탕으로

자국산 저렴한 위성TV, 휴대전화 팔고

그 돈은 다시 중국으로 향하게 되는 거죠.

물론 중국은 이런 비판에 반발하는데요.

"중국의 기여가 아프리카인 삶을 개선했다"며

"부채의 덫이라는 꼬리표는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 사이 아프리카가 중국에 진 빚, 835억 달러.

우리 돈 100조 원 넘긴 상황.

앙골라가 그중 절반 정도,

이어 에티오피아, 잠비아, 케냐 순인데요.

안 그래도 이미 다른 데서

빌린 돈 많은 아프리카,

52개 국가 중 22개국이 부채 곤경,

즉 파산 위험에 놓였단 분석이 나올 정도입니다.

반중감정이 확산하고,

일부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반발이 공개적으로 나온 이유기도 하죠.

탄자니아 전 대통령,

그 전임자 시절 이뤄진 중국과의 거래를 "술주정뱅이나 받아들일 조건"이라며

10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 취소 통보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아프리카에 또 하나의 변수,

바로 '러시아'입니다.

최근 유엔에서 러시아 한 민간군사기업이

아프리카 '불안 요인'으로 지적됐습니다.

'푸틴의 살인 용병'으로

불리는 와그너 그룹인데요.

푸틴의 만찬부터 군 급식까지 담당,

푸틴의 요리사로 불린 푸틴 최측근 '프리고진'이

와그너 그룹의 사실상 실소유주,

독자적으로 북한과 무기 거래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죄수부대까지

직접 모집해 동원할 정도죠.

이 잔혹한 용병집단이 아프리카 곳곳의 내전에 개입했다는 건데요.

러시아군 장교들이 와그너 그룹 명령을 받을 정도로 이미 푸틴의 의존도가 큰 상황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2018년) : 러시아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와그너 그룹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사업할 권리가 있습니다.]

과거 식민지배했던 유럽국가,

인명 사살 등 인권 문제와 자국 내 반발 등으로 병력 파견 등 개입을 꺼리는 상황,

대신 와그너 그룹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 수단 등에서 현지 군과 경찰 대신 치안 유지하는

이른바 '내전의 외주화'로 러시아 영향력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한 유엔의 러시아 규탄 안건에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 기권 또는 불참에 표를 던졌을 정도입니다.

지난 수백 년 유럽의 식민지배,

그리고 독립 뒤 갈등과 내전, 독재와 경제 파탄이란 힘겨운 시간을 보낸 아프리카.

그런 그들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내는 미국과 중국-러시아.

그리고 신냉전의 틈바구니에서 본격 시작된 몸값 저울질.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난제도 품고 있는, 아직은 그 끝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땅.

국제사회가 아프리카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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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박광렬(parkkr0824@ytn.co.kr)

촬영 : 안용준(dragonjun@ytn.co.kr), 손민성(smis93@ytn.co.kr)

편집 : 이형근(yihan3054@ytn.co.kr)

그래픽 : 김현수(kimhs4364@ytn.co.kr)

총괄 : 김재형(jhkim0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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